▲ 전교조는 2일 1만2500여 명의 교사가 참여한 '세월호 참사 제2차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안옥수

1만2500여 명의 교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선언했다. 현직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전교조 차원의 대규모 교사선언은 근래 들어 처음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스승의 날이었던 지난 5월15일 1만5853명의 교사들이 발표한 ‘세월호 참극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에 이은 두 번째 선언이다. 
  
첫 선언 뒤 한 달 보름, 더 높아진 분노 
  
첫 선언을 한 뒤, 한 달 보름을 지켜본 교사들의 분노는 더 높아졌다. 교사들은 선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만이 더 이상의 제자들과 동료들을 잃지 않는 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교사들은 “사고의 눈물을 보이던 박 대통령은 선거 이후 돌변했다”고 봤다.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지지부진하다. 성역 없는 조사를 위해 독립적인 조사 기구가 필요하지만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인 특별법 제정은 외면 받고 있다”고 전교조는 평가했다.
  
이렇기에 교사들은 “박 대통령이 유가족의 간절한 염원인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참사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교사들은 박 대통령의 인사행태에 대해서도 “참담하다”고 털어놨다. 교사들은 “세월호 참사 책임으로 사퇴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고 제자 논문을 상습적으로 강탈한 사람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대선자금 차떼기의 주역인 인물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온갖 편법과 탈법으로 권력과 부를 얻은 사람들을 긁어모아 국가 대개조를 하겠다고 나섰다. 개혁의 대상자들이 국민을 개조하겠다고 나선 꼴”이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공식선언이며 국민을 업신여기는 오만한 행동이다. 이런 박 대통령에게 아이들의 미래를 맡기기에 너무나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참교육을 굳건하게 지켜나가겠다. "고 밝혔다.  ©안옥수

  
“박 대통령에게 아이들의 미래를 맡기기에 너무 위험”
  
또 교사들은 6월4일 지방선거 이후 강행된 밀양 송전탑, 의료민영화와 교육민영화, 노동자 구속영장 남발,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 정부의 정책에 대해 “민영화와 규제완화 등 신자유주의 국정 기조가 강화되면서 약육강식의 야만성이 확산되고 사회적 약자의 삶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는 국민들을 불행하게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치지 않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끝까지 함께 하고 행동하겠다”고 1차 선언에 이어 다시 다짐했다. 교사들은 “지난 교육감 선거로 현재와는 다른 세상을 학생들에게 만들어 주라는 국민 염원을 확인했다”며 “모든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성장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되찾을 수 있도록 헌신할 것이다.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했다.
  
교사들은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를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참교육을 굳건하게 지켜나가겠다. 전교조를 지키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새로운 교육염원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분명히 했다.
  
“4월16일 참사 이후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1차 선언을 했는데 그 이후로 진정으로 책임을 지거나 반성하는 모습이 없다”며 “이번 2차 선언은 이런 모습에 실망하고 분노를 한 교사들의 마음이 다시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지난 달 21일 연 69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권 퇴진 내용을 담은 2차 교사선언을 결정한 바 있다. 10일 동안 1만2500여명이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선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번 선언에도 1차 선언과 같이 전교조 조합원이 아닌 교사도 상당수가 참여했다고 전교조는 밝혔다. 
  
“전교조 지키는 것이 아이들 미래 지키는 것” 
징계 위협 속에도 10일 만에 1차 인원 육박
  
특히 전교조는 지난 달 26일 청와대 누리집에 퇴진 글을 올리거나 호소문을 발표한 285명을 검찰에 고발한 상황에서도 1차 선언과 비슷한 규모의 인원이 함께 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로서 정부의 변화를 바라는 요구를 표현의 자유로 진행한 것”이라며 “이런 선언을 국가공무원법 등으로 징계 위협을 가하는 관행을 이번에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오는 12일 서울 여의도문화마당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과 김명수 장관 지명 철회, 법외노조 철회·교원노조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전국교사대회를 열 계획이다. 
  
또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진행하는 특별법 참사 1000만인 서명에 적극적으로 함께 해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번 선언에 대해 “내용이 법을 위반한 것인지 등의 법률 자문을 받아본 뒤 징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퇴진 선언 285명을 고발하면서도 1만6000여명의 선언 교사는 고발이나 징계를 진행하지 않았다.

▲ 1차에 이어 2차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 끝까지 함께 하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옥수 

 
다음은 ‘세월호 참사 제2차 교사선언’ 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합니다. 
참교육 25년, 전교조를 지키겠습니다.


세월호 침몰로 수많은 목숨들이 희생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들은 절망했습니다. 
꽃다운 아이들이, 동료교사들이, 무고한 시민들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희생당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배후에 자본의 탐욕이, 부패한 관료와 정치인이,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가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스승의 날,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했습니다.
“제자들을 가슴에 묻을 수 없습니다.”며 전국 1만5천여 명의 교사들이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올바른 진상규명과 후속대책마련이 시급하게 이루어지기를 요청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제자들과 동료교사들의 희생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염원하였습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어지기를 소망하였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새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어둡고 불안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기를 소망하였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에 다시 분노하였습니다. 
사과의 눈물을 보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이후 돌변하였습니다.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지지부진한 채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성역 없는 조사를 위해서는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필요하지만,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인 특별법 제정은 외면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가족의 간절한 염원인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참사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대개조의 자격이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후속 조치는 더욱 참담합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찬양하는 총리 후보가 낙마 하자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 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켰습니다. 제자 논문을 상습적으로 강탈한 사람을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대선자금 차떼기의 주역인 인물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온갖 편법과 탈법으로 권력과 부를 얻은 사람들을 긁어모아 국가대개조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개혁의 대상자들이 국민을 개조하겠다고 나서는 꼴입니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공식선언이며, 국민을 업신여기는 오만한 행동입니다. 반성과 성찰은 부재와 독선과 오기만 가득합니다. 이런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이들의 미래를 맡기기에 너무나 위험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만이 더 이상의 제자들과 동료들을 잃지 않는 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는 국민들을 불행하게 할 뿐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들의 안전이 중시되고 인간다운 삶이 존중되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했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6/4 지방 선거가 끝나자마자, 송전탑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려는 밀양 할머니들의 농성장을 짓밟았습니다. 생존권 투쟁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구속영장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의료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교육영리화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해고자의 조합원 인정 여부는 노동조합에 맡기라는 ILO, EI, OECD 등 수많은 국제기구들과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았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민영화와 규제완화 등 신자유주의 국정 기조가 강화되면서 양육강식의 야만성이 확산되고 사회적 약자의 삶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교육감 선거를 통해,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만들라고 명령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우리 교사들은 전교조 법외노조화로 인해 참교육 25년, 정성들여 쌓아 올린 학교혁신, 교육민주화, 무상교육 등의 소중한 성과들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우려합니다. 침묵과 굴종을 강요하는 반교육적 학교 모습이 도래할까 두렵습니다. 
우리는 지난 교육감 선거를 통해 현재와는 다른 세상을 학생들에게 만들어 주라는 국민 염원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교사들은 국민 염원이 현실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성장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되찾을 수 있도록 헌신할 것입니다.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앞장설 것입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참교육 전교조를 굳건하게 지켜나가겠습니다. 전교조를 지키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새로운 교육염원을 앞당기는 길입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우리 제자들과 동료교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2014. 7. 2

세월호 참사 제 2차 교사선언 참가자 일동 
(김정훈 외 12,24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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