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인사를 안고 적폐를 척결하겠다면 하나 마나

 정종섭 안행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앞두고 크고 작은 의혹이 고구마 넝쿨처럼 줄줄이 달려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결함과 도덕적 하자에 대한 의혹은 크게 여덟 가지의 쟁점으로 대별해볼 수 있겠다.

첫째, 군복무 중에 석․박사과정을 이수하고 학위를 취득한 사실이다. 후보자는 1985년 4월 입대하여 1989년 1월 전역하였는데, 한창 군복무 중인 86년 2월 K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학위를 취득하였다. 또 86년 3월 바로 Y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을 입학하여 89년 8월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러니까 군복무 중이었던 근 4년을 온통 석․박사 학위 취득을 위하여 학업에만 전념한 셈이다.

뿐만 아니다. 정청래 의원은, 서울대 공무원인사기록카드에 의거 “후보자가 1988년 8월부터 1992년 2월까지 경원대와 명지대에서 시간강사로 근무하였다.”면서, “당시 군인복무규율에 따르면 가족면회, 수강 등에 대해 특별외출이 가능했지만, 출강에 관한 외출 규정은 없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군복무 전기간을 이용하여 학위 취득하기, 시간강사로 부수입도 올리고 경력 쌓기에 몰두하였으니, 이것은 군 내부의 승인 여부를 떠나 명백한 군무 이탈임을 피할 수 없다 하겠다.

둘째, 후보자는 현대엘리베이터주식회사와 삼성생명보험주식회사의 사외이사를 역임하였다. 이들 회사는 각각 연봉이 2014년 기준 4600만원, 6800만원 수준이다. 앞 회사는 3년 넘게 활동하다가 장관 후보자가 되면서 사직하였고, 뒤 회사는 지난 4월에 그만두었는데, 서울대 총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선임 3주 만에 사직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 회사 사외이사의 연봉을 합치면 족히 1억 원은 넘는다.

후보자는 사외이사 활동을 하면서 본연의 직분인 대주주(또는 경영진)에 대한 독단과 전횡, 감시와 견제를 포기하고 100% 찬성표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보수만 챙겼다는 지적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셋째,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세계유산분과)으로 5년째 활동하고 있다. 이 기간에 5년에 걸친 숭례문 복원공사가 완료(2013. 4. 29.)되었다. 이 공사는 아직도 부실공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인데, 이에 대한 감사원의 지적이 있었고 지금도 이 사건은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비록 같은 위원회의 분과는 달라도 후보자는 무슨 역할을 하였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재임기간 중에 문화재청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수주하였는데, 객관성과 공정성을 해쳤고 자신의 이익만 챙겼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넷째, 후보자의 이력은 매우 다양하다. 특히 국가기관․민간기업의 외부위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한 게 눈에 띈다. 헌법학자 답지 않게 문어발식 외부활동은 후보자에게 적잖은 부수입을 올리게 해준 것으로 보인다. 노웅래 의원에 따르면, ‘2011~2013년 사이에 후보자의 수입은 본연의 교수직 연봉(평균 1억141만원)보다 외부수입(평균 1억2284만원)이 더 많았다.“며, ”본업과 부업이 뒤바뀌었다.“고 비판한 점은 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연구 및 강의보다 사익 챙기기에 급급한 인상을 떨칠 수 없다.

강창일 의원에 따르면 "후보자가 서울대로부터 겸직허가 승인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겸직 허가기간이 아닌 때에 대외활동을 해 서울대 겸직 관련 규정을 위반하였다."며, "겸직허가 신청 및 승인 대상은 총 17개이고, 이 중 8개만 승인을 받았고 9개는 겸직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라고 밝혀 규정 위반임을 분명히 하였다.

다섯째,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한국교육학회 회장이란 자리를 배경으로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는데 커다란 영향을 주었듯이, 후보자도 역시 헌법학회 회장이란 직함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권들은 교수들을 너무나 선호하고 있다. 학계는 연구의 산실이자 진리 탐구의 장이다. 하지만 정도를 벗어나 학계가 사적인 잇속이나 권력의 도구가 되는 부정의 산실이 되고 있다면 심대한 문제이다. 이미 학계는 권학유착이 된 지 오래이다. 이는 본연 목적인 연구활동과 진리를 밝히는 일과는 대단히 거리가 멀다. 이른바 큰 해를 일으키는 민폐이자 은밀한 적폐이다.

여섯째, 후보자는 학회 이외에도 국정원 산하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겸임연구원과 새사회전략정책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자의 연구원으로서 매월 100만원씩 총 3800여만원의 자문료를 지급받았음이 밝혀졌다. 역시 이 겸직도 서울대에 보고되지도 승인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에 적잖은 유명 교수들이 활동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국정원의 적폐 논란에 한 축을 맡고 있음을 여실히 보고 있다.

새사회전략연구원은 사단법인으로 2007년 국회에 등록 신청을 마친 연구단체이다. 이 단체는 설립 이후 홈페이지에 단 한 차례의 실적보고서(2007년)를 공개한 이후 온라인상으로는 전혀 없다.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된 연구원의 임금이 연봉 7,186,550원이었다니 적이 놀라울 따름이다.

일곱째, 후보자에 대한 세금 탈루 의혹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먼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특강과 학술회의 참석으로 받은 연구비 약 4,000여만 원에 대해 소득신고를 하지 않았다.

또한 후보자는 2012~2013년 기간 중 대외 활동을 하면서 얻은 소득(기타소득)을 축소 신고해 탈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대운 의원은 “후보자가 2012년~2013년에 정부기관 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각각 3640여만 원과 5200여만 원의 기타소득을 거뒀지만 소득을 축소 신고하여 세금을 탈루하였다.”고 말했다. 이밖에 후보자는 2009년과 2011년, 2012년에 걸쳐 총 4차례 부가가치세를 체납한 이력도 확인되었다고 한다.

여덟째, 그 밖의 논란을 보면, 1991년 6월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빌라에 홀로 전입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등 위장전입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특히 학자로서 치명적인 논문의 자기표절인 '중복 게재' 문제도 역시 예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후보자는 2010년 천안함 침몰로 전 공무원에게 비상대기령이 발령되었을 때, "후보자가 지난 2010년 4월 4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소재 모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면서 이 같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후보자가 과연 (공무원의 복무를 총괄하는 자리인) 안행부장관에 적합한 인사인지에 대해 의문을 내비췄다.

적폐는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악습이나 부정과 특권, 나아가 부패를 일컫는다. 이들 의혹은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특혜․특권이다. 또한 일반시민으로서는 범접치 못하는 적폐이기도 하다.

특권이 버젓이 활개를 치는 사회라면 어찌 정상적인 사회라 할 수 있겠는가. 누적된 부패인 적폐가 꿈틀대는 사회가 온전한 사회라 할 수 있는가. 고위 공직자부터 본을 보여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다음에 어찌하여 공직자의 복무를 관리하는 수장 자리에 있을 수 있겠는가. 또 어느 국민이 정권을 믿고 따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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