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다” 영장 기각

3일 오후 11시30분경 서울 서초경찰서 현관 로비. 유치장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자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과 이영주 수석부위원장, 이민숙 교사 3명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오전 영상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 신문)을 마친 뒤 오후 2시경 서초서로 이송돼 유치장에 구금된 지 9시30분 만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돼 신체의 자유를 찾은 3명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이들 모습을 확인한 변성호 사무처장, 이현 정책실장 등 10여명의 전교조 관계자들은 박수를 쳤다. 그리고 이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씩을 전달했다. 하병수 대변인은 “다시는 이런 상황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초서 현관 앞에 선 김정훈 위원장은 “검찰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확인해 줘서 기분이 좋다”며 “세월호 참사 앞에 선 조합원 선생님들이 함께 염려해 주시고 걱정해 주신 덕분”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민숙 교사는 “아이들에게 ‘우리나라는 민주국가’라고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니어도 좋다. 다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 좋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이 수석부위원장의 상의 왼쪽 옷깃에는 노란색 리본 모양의 뱃지가 그대로 달려있었다. 이 교사의 가방에도 노란 리본이 여전했다.

 

법원은 이들 3명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인정하지 않았다. 윤강열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들의 주거와 직업관계 등에 비춰 달아나거나 증거를 인멸한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날 오후 10시25분경 기각 사실을 알렸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부는 지난 달 29일 서울 종로경찰서를 지휘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 3명을 고발한 교육부의 주장대로 “조퇴투쟁과 교사선언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 도주 및 증거인멸의 위험 등을 들어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교조는 “수사당국이 먼지떨이 식으로 전교조 서버를 압수 수색해 인멸할 증거도 없고 도주할 이유도 없다”면서 “무차별적 영장 청구는 교사의 기본권과 집회의 자유를 짓밟는 반인권적 조처”라고 반발했다. 결국 법원은 전교조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법원의 기각으로 검찰의 무리한 구속영장 남발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지난 해 12월 경찰이 민주노총 침탈하는 과정에서 저항한 김 위원장을 경찰에서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 기각당한 바 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는 지난 2일 내놓은 긴급 성명서에서 “구속영장 청구는 인권의 가장 중요한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와 민주노총, 민주교육추진 전교조 지키기 전국행동은 이날 오전 심문이 열리기에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압수수색과 경찰조사가 끝난 상황에서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무리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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