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부터 9일까지 7일 동안 민주노총 임원직선제가 치러진다. 1995년 창립된 민주노총 역사상 최초로 실시되는 임원직선제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을 조합원들이 직접 뽑는 것이다. 1998년 공론화된 이래 숱한 우여곡절 끝에 치러지게 되는 민주노총 임원직선제. 민주노총은 8월 12일 사무총국 개편을 통해 ‘직선제사업본부’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직선제 준비에 돌입했다.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최초의 임원직선제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완수해야 하는 직선제사업본부의 본부장을 맡게 됐다. 양 수석을 민주노총에서 만나 직선제의 의미와 준비 상황 등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직선제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는가?

지난 달 직선제사업본부가 출범했고 현재 예비선거인명부를 작성 중이다. 이제 직선제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우고 있는 셈이다. 

-직선제본부장을 맡아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민주노총 임원직선제는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에서 결정한 조직의 중차대한 사업이다. 직선제 실시를 놓고 위원장이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로 조직 내의 무거운 과제이다. 직선제가 완수되어야 이후 새로운 사업에 집중할 수 있고 민주노총이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 양성윤 민주노총 직선제선거본부장은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직선제에 적극적 관심과 지지를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민주노총의 가맹 조직들은 그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선거를 치러왔다. 그 차이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묶는 것이 쉽지 않았다. 토론과 합의를 통해 선거관리규정을 마련했고 세칙들은 추후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다.

민주노총은 직선제 설계 시, 투·개표 업무를 분리했다. 투표는 산별중심의 단위사업장에서 하는 것이고 그것이 끝나면 취합해 민주노총의 지역본부에서 개표를 실시하게 된다.

선거 방식은 각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 현장 투표(순회투표 포함)와 부재자 우편투표를 기본으로 하되 특수한 현장 요건을 감안해 사전 신청에 의한 ARS 투표도 허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라는 선거의 기본 원칙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부정선거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직선제가 실시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임원직선제는 1995년 민주노총이 창립된 후 1998년 2기 지도부가 처음으로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었다. 3기와 4기 집행부도 직선제를 중요한 개혁 의제로 제기했지만 조직 차원에서 결정을 짓지는 못했다. 2007년 5기 임원선거 대의원대회에 와서야 직선제는 안건으로 성안됐고 그해 4월 19일 임시대대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그후 여러 차례 직선제가 유예되면서 2012년 김영훈 위원장은 직선제 미실시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지난 해 1월 56차 대대에서 올해 안에 직선제를 완료하기로 결정됐다.

직선제가 공론화된 이후 직선제 실시를 두고 찬반논쟁이 끊임없이 벌어지며 조직 내 갈등이 많았다. 하지만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졌고 이제 더 이상 이행 여부를 두고 내부에서 혼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직선제, 왜 꼭 실시해야만 하는가? 간부들이나 직선제를 중요하게 생각할 뿐 현장 조합원들은 별 관심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바로 그것이 직선제를 실시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현재 민주노총의 여러 위기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상층과 현장과의 괴리다. 현재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임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없지 않나. 직선제는 현장과의 분리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직선제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위상을 더 강화시켜 줄 것이다. 몇백명의 대의원들을 통해 간선으로 뽑힌 집행부와 수십 만 조합원들에 의해 직접 뽑힌 집행부의 위상은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직선제 실시는 민주노총의 실질적 주체인 80만 조합원이 진정한 주체의 권리를 행사해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고 조직 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노조 조합원 중에는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민주노총 위원장을 알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직선제와 관련해 공무원노조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모른다는 것은 어찌보면 공무원노조의 현 상황이고 한계이다. 이제 조합원들도 내가 선택한 단체인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요구할 권리, 조직이 결정한 사업에 참여할 적극적 책임이 있다. 일선 간부들도 이런 조합원의 역할들을 짐이 아니고 당연한 권리와 의무로서 요구해야 한다. 공무원노조 위원장이나 우리 지부장처럼, 민주노총 위원장도 ‘우리 위원장’이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공무원노조는 올해 공적연금 투쟁이라는 큰 투쟁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대책위를 꾸려 공무원노조의 투쟁들을 어떻게 민주노총 전 조합원과 시민사회진영까지 확대해 함께 투쟁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직선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다면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우는 위원장이 당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직선제는 단순히 위원장 등 임원을 뽑는다는 것을 넘어서 조합원들이 현장의 요구를 모아서 후보의 공약으로 만들고 그 공약들이 민주노총 전체의 이름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공무원노조 10만 표는 엄청나지 않은가. 공무원노조의 많은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공무원노조의 위상도 높아지고 공무원노조의 투쟁 과제들을 실현할 수 있는 힘 있는 지도부가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일반 조합원 중에는 민주노총 때문에 우리 조직이 설립신고도 안 되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에 대한 이런저런 비판들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노총이 그 동안 가장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동지들과 함께 해 온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세월호 투쟁도 마찬가지지만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무너지면 다음은 내가 될 수도,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이 나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적어도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그들과 함께 해야 않겠나. 

민주노총은 세상은 나 혼자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 주는 노동자들의 연대체이다. 피상적으로만 민주노총을 비난하지 말고 노동자계급의 대표성을 가진 민주노총, 시민사회진영과의 연대의 구심점으로 민주노총을 바라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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