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토장 된 공적연금 토론회, 끝내 무산

정부가 재정적자를 이유로 공무원연금 개악을 강행하는 가운데, 그 동안 정부가 공무원연금 기금을 잘못 운용해 지난 해 기준 27조9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끼쳤다는 분석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재정적자를 이유로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연금을 개악하는 것은 그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 등 50여 개 공무원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적연금공투본)’가 조합원용으로 만든 연금자료집을 보면 정부가 공무원연금 적자의 장본인이라는 사실이 잘 나와 있다. 
 
"연금 고갈은 정부의 부실운용 때문"

▲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등 50개 단체로 꾸려진 ‘공적연금공투본'이 만든 조합원용 자료집    © 교육희망


정부는 지난 1999년 IMF 구제금융에 따른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하위직 등 11만3692명을 퇴출시키면서 4조7169여 억원을 한꺼번에 썼다. 이 탓에 당시 6조2015여 억원이던 연금 적립금이 1년 만에 1조7772여 억원으로 확 줄었다. 
  
공무원들의 사용자인 정부가 국가예산으로 부담해야 할 돈도 연금에서 가져다 썼다. 1983년부터 1995년까지 퇴직급여 가산금과 유족급여 가산금(1991년 퇴직수당으로 전환), 사망조위금, 재해부조금 등으로 쓴 돈만 총 1조4425여 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1983년 공무원 임용전 군복무 기간을 연금 재직기간에 포함시키면서 해당 기간 만큼 정부가 부담해야 할 돈도 내지 않았다. 
  
또 있다. 정부가 2000년 이전에 대부, 융자 알선 등 공무원 후생복지사업을 하면서 가져다 쓴 연금기금만 1조원이 넘는다. 대부분의 민간기업에서는 노동자 후생복지사업비를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지난 1982년부터 1998년 사이에는 3조3833여 억원의 연금을 정부 재정자금으로 예탁해 1조2000억원의 기회비용 손실을 끼쳤다. 특히 후생복지사업과 예탁 기회비용은 안전행정부가 관리 감독하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지난 2009년 연금개악 당시 추정한 액수다.
  
공적연금공투본이 이처럼 정부가 끼친 손실을 지난해 화폐가치로 환산했더니 그 액수가 무려 27조8489여 억원에 이르렀다. 정부가 이 돈만 제대로 관리했더라면 현행 연금체제를 바꾸지 않고도 오는 2030년까지는 적자 없이 갈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 2010년 개악된 공무원연금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연금적자(정부보전금)는 내년에 3조원, 2020년 9조원, 2030년 27조원, 2040년 45조원으로 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악을 강행하는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연금학회가 22일 토론회 자료집에서 공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서도 연금이 불안정해진 원인으로 공무원의 낮은 부담률과 급격한 고령화,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등 3가지만 언급했을 뿐이다. 연금학회의 개혁안은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가 의뢰해 마련한 것이다. 
  
정부 성토장 된 공무원연금 토론회 

▲ 한국연금학회가 2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려던 공무원연금 토론회는 500여 명의 공무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 최대현

이 개혁안은 재직 공무원의 연금 부담금을 43% 올리고 연금 수령액을 34% 깎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더 내고 덜 받는’ 것이다. 이 안이 적용되는 2016년 이전에 채용된 공무원의 납입액은 현행 7%에서 6%씩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6년에는 10%가 된다. 이는 지금보다 43% 높고 국민연금과 비교해도 2배 높다. 
  
공적연금공투본 소속단체 공무원 500여명은 이에 반발해 22일 토론회가 열린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실에 몰려가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공적연금 강화”를 외치며 정부를 성토하기 시작했다. 항의하는 공무원들로 좌석은 물론 앞뒤 통로가 가득 메워졌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축사를 통해 “오늘 발표되는 안은 새누리당의 안이 아니다”며 토론회를 예정대로 진행하려 했지만 더 큰 반발만 샀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장 등 새누리당 관계자 10여명도 참석했다. 
  
공적연금공투본은 이날 오전 11시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적연금을 원상회복해 국민의 노후 최후보루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다하라”고 주장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공적연금 복원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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