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국정교과서 토론회장에서 무슨 일이?

▲ 25일 오후 교육부의 한국사 발행체제 토론회에 앞서 전교조가 토론회가 열리는 서울교대 후문에서 한국사 국정화를 반대하는 교사 8100여명의 선언을 발표했다. 길 건너편에서 우익단체들이 확성기를 틀어놓고 기자회견을 방해하자 이에 맞서 함성을 지르고 있다. ⓒ 최대현

전국의 교사 8082명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는 이 시대 교사의 기본 책무”라고 선언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 전환을 강행하는 교육부는 25일 열린 2차 토론회에서 우익 성향의 인물을 주제발표와 토론에 대거 포진시켜 여론 반전에 나섰다. 
  
전교조는 25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교대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이날은 교육부가 정책연구진과 함께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에 따르는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구분기준(안) 정책연구 토론회’를 여는 날이었다.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보수우익 영구집권 꾀하는 것”  
  
이날 핵심인 ‘한국사교과서 발행체제 검토’ 토론이 진행되기에 앞서 발표한 선언에서 교사들은 “국정교과서는 학문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는 획일적 교육을 강요해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을 질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유신시절과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국정 국사교과서가 독재정권 찬양도구로 악용됐다”고 지적하며 역사교육이 정권 홍보수단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당시 박정희 정부가 만든 중‧고교 국정 국사교과서를 보면 '5.16군사정변'을 '5.16혁명'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놓았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친일과 독재의 부끄러운 역사를 정당화하고 미화시켜 영구집권을 꿈꾸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서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우리 사회에 상식으로 자리 잡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부정하고, 청소년에게 반공주의·국가주의·성장주의를 심으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다짐했듯이, 모든 학생이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민주 시민교육에 더욱 매진하겠다”면서 “국정 교과서 저지는 이 시대 교사의 기본 책무이며, 양심세력과 굳게 연대해 국정교과서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교사들은 또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설치’도 촉구했다. 교사들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뀌는 2015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은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학습부담만 늘리는 짜깁기 교육과정 개편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자 교육부는 이날 열린 2차 토론회에는 우익 성향의 인물들을 대거 포진시켜 여론의 반전을 시도했다. 
  
이날 주제발표자 2명과 지정토론자 7명 등 9명 가운데 가운데 6명이 국정 교과서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지난 달 26일 국사편찬위에서 열린 1차 토론회와는 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이다. 
  
교육부는 주제발표자 1명을 아예 뉴라이트 계열 인물로 채웠다. 학부모 몫으로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를 앉힌 것이다. 조 대표는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한국사교과서의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와 함께 뉴라이트 계열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의 임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조 대표는 지난 해 친일‧독재 미화 논란이 일자 교육부가 교학사 교과서를 구하기 위해 재검정을 맡긴 수정심의위원회 위원을 맡기도 했다. 
  
조 대표는 “교육의 다양성, 질적 개선 등 검정교과서의 장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 하나의 정사로 쓰여지는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국정화 반대’ 피켓을 든 전교조 관계자들을 향해서도 “의견이 다르다고 피켓을 드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달 만에 국정교과서 찬성여론 급상승... "'보이지 않는 손' 있나?"

▲ 교육부가 25일 오후2시 서울교대 사향문화관에서 열린 한국사 발행체제 토론회에는 우익단체 인물들이 대거 참석해 1달 전 토론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 최대현

토론자 가운데 찬성 입장을 밝힌 이경자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단 추진위원을 지냈고,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과)는 지난 2009년 박효종 서울대 교수 등 뉴라이트 계열 교수들과 시국선언 반대를 발표한 인물이다. 
  
이헌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는 세월호특별법에 수사권·기소권을 보장해선 안된다고 주장한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은 ▲초·중·고 학생의 미성숙 ▲분단된 한국사회의 특수성 ▲민중사관 관점의 비판적 역사인식 극복 등을 국정교과서 전환의 이유로 들었다. 
  
정책연구 주제발표를 맡은 최병택 공주교대 교수는 국정 교과서에 대해 “집필진 구성에 따라 ‘이념논쟁’이 더 확산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교과서 검증체제가 약화돼 오히려 내용 상의 오류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검정 교과서에 대한 검정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준식 역사정의 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1달 만에 국정 교과서에 찬성하는 인물들로 채워진 게 신기하다”고 꼬집으며 “1차 토론회 때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보고 교육부가 손을 쓴 것 같다.교육부가 국정 교과서를 관철시키기 위해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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