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모독 발언과 검찰의 온라인 모니터링 입장 발표 이후 급속히 확산되던 카톡 검열 우려는 현실이었습니다.

수사기관은 이런 입장 발표 이전부터 시국 사건이나 명예훼손 사건을 문제삼아 카톡 등 온라인 대화를 광범위하게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다고 하지만 본인은 당시에 알지도 못했고 수사기관은 사건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뒤졌습니다.

카톡 대화 상대 3천명, 여기에 담긴 금융정보, 사적인 대화, 심지어 변호사와 변론대책을 상의한 내용까지 털렸다는 피해사례 발표가 오늘 있었습니다.

성지훈 피디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정진우 / 노동당 부대표]
“사실상 페이스북이든 카카오톡이든 이런 데 글을 쓴다라고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써지지 않게 됩니다, 아주 사무적인 글을 제외하고는 어떤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이런 것들이 실제 위축되는 경험을 많이 했고……”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는 지난달 18일, 경찰로부터 통지서 한 장을 받았습니다.

   
 

경찰이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에 해당하는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대화 상대의 아이디, 전화번호, 전송된 파일 일체 등을 압수수색했다는 사후 통지였습니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에는 3천여 명의 대화상대가 있습니다.

   
 

대화상대가 500명이 넘는 대화창도 4개나 됩니다.

   
 

경찰의 손에 넘어간 정보 중에는 정 부대표가 배우자와 공유한 신용카드번호, 통장비밀번호 등 개인 금융정보와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나눈 사적인 대화, 노동당 부대표 업무와 관련해 노동운동계 관계자들이나 기자들과 나눈 정보들도 들어있습니다.

   
   
   
 

경찰은 정 부대표가 받고 있는 재판의 변호인들과 카카오톡으로 논의한 변론 방침도 들여다본 후 검찰에 넘겼습니다.

정 부대표와 인권단체 연석회의 등 시민단체는 오늘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경찰의 과도한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를 증언했습니다.

   
 

[정진우 / 노동당 부대표]
“어떤 조직이 어떤 정당이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무슨 방식으로 참여를 하고 있는지 이런 정도나. 또 내부갈등 문제도 사실 있잖아요, 노조든 정당이든 그런 게 쭉 있을 텐데 그런 갈등 구조까지도 다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그런 거에 비하면 우리 시민들이 아주 편하게 토론하는 자리에서는 아주 구체적인 대안이나 방법도 제시하고 막 그러거든요. 그러면은 그것을 만약에 특정인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조직적으로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정부한테 흘러 갔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 같습니다.”

   
 

정 부대표는 지난 6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집회 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구속됐다가 7월 17일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경찰은 정 부대표가 구속되어 있던 6월 17일에 카톡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고, 9월 5일 검찰에 압수수색한 수사자료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정작 집회와 관련된 재판에서 압수수색된 자료는 쓰이지 않았습니다.

   
 

재판에서도 검찰이 압수수색된 자료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개인정보가 수집된 3천 여명은 물론 정 부대표 자신조차 경찰의 통지서가 도착했던 지난달 18일까지 카톡 압수수색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장여경 /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그리고 정진우씨 사건 같은 경우 굉장히 독특한 게 뭐냐면 재판에, 이 본 사건 재판에 카톡의 대화방이 압수수색된 내용들이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고 아까 변호사님이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어떤 혐의입증이나 범죄사실 입증과는 무관하게 그냥 단지 정보수집용으로만 압수수색된 정보들이 활용될 수도 있는 거죠. 그런 경우가 되면 이건 거의 국가에 의한 빅브라더적 감시라고도 볼 수가 있는 거거든요.”

   
 

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형사소송법 122조는 압수수색을 할 때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사전에 수색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호중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122조에서 압수수색을 할 때는 피의자, 그리고 변호인에게 집행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참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고 통지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 예외 규정이 있습니다. 급속을 요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라고 하는 법조문이 있어요. 그런데 디지털 정보는 해당 서버 회사에 가서 압수수색을 하면 내 컴퓨터, 내 핸드폰에서 카카오톡 정보 다 지워도 서버에는 다 있잖아요. 디지털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발언한 후 대검찰청이 명예훼손 수사 강화 방침을 밝힌 한편 카톡 압수수색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국민들에 대한 무분별한 사이버 사찰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참여연대는 오늘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검찰이 수사를 구실로 인터넷 검열을 시도하고 있다며, 검열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대검찰청에 전달했습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박경신 소장은 검찰의 수사 강화 방침은 검찰이 민간인 사찰을 합법적으로 하겠다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경신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이명박 정부 말기때 있었던 민간사찰, 제 2의 민간사찰을 지금 합법화해서 공개적으로 하겠다라는 그런 취지로 읽힙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초기에 있었던 명예훼손을 이용한 정부 비판자들에 대한 탄압, 또 후기에 있었던 민간사찰까지를 동시에 검찰이 하겠다는 매우 강력한 국민에 대한 도전으로 읽힙니다.”

   
 

검찰이 명예훼손 수사 강화 방침을 내놓은 지난달 18일 이후 카톡을 떠나 독일산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으로의 이른바 사이버 망명 현상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정애 대변인은 오늘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끝이 사이버 검열과 광범위한 사찰의 결과로 인해 IT 산업 죽이기로 마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당국의 검열 논란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어떤 서비스도 해당 국가의 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에는 협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민TV 뉴스 성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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