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없고 일방적인 연설로 자신의 정책 목표를 밀어붙이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태도이며, 이번 시정연설 또한 다르지 않았다. 시정연설의 골자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것이고, 그 핵심 축은 기업지원 강화다. 그에 따라 스스로도 예견하고 있듯이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한데, 박근혜 정부는 부자감세 철회는커녕 공무원연금을 깎고 공공기관의 지출을 축소하는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해 적자를 메꾸려 한다. 이는 친기업 반노동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본질적 성격이 다시금 명확해지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에 혁신경제라는 개념을 덧칠해 뭔가 획기적인 경제적 전환이 이뤄지는 듯 설명하지만, 창조경제는 너무나도 창조적이어서 국민은 알아먹을 길이 없고 피부로 느낀 경제효과가 없음은 이미 현실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뜬 구름 잡는 자화자찬은 끝이 없다. 심지어 보편적 기초연금 지급이나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이라는 공약을 파기했음에도, 오히려 사회안전망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룬 듯 자랑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우리나라가 세계 189개 국가 중 5위의 기업환경을 달성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그 좋다는 기업환경은 바로 저임금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 비중 OECD 1위, 산재사망률 1위,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자유로운 해고 등을 의미하는 바, ‘우수한 기업환경’이란 즉 ‘기업천국 노동지옥’이라는 국민 고통의 반증일 뿐이다. 안전시스템을 강화하겠다지만 정작 그 결정적 계기가 될 세월호 특별법은 오래전부터 안중에도 없고, 내수를 활성화시키겠다며 오히려 위험을 가중시킬 기업규제 더 완화하겠다고 한다.

 

반면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은 여전히 생색내기 수준이자 그마저도 후순위다. 법이 강제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조차 방치하고 있는 정부다. 이번에도 정규직 전환은 기업의 자율에 맡겨놓고 실효성이 의문되는 얄팍한 재정지원책만 꺼내놓았다. 게다가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 등 모든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고 확산시키고 있는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인식 자체가 없다. 시간선택제일자리도 다를 바 없다. 이미 정부의 후속대책을 통해 반증됐듯 양질의 시간제일자리는 실패한 정책이며, 기업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만 다분하다.

 

이래선 고용불안이나 가계소득 저하, 양극화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고, 곧 발표한다는 비정규직 종합대책도 기대보다는 우려만 커질 뿐이다. 장황하고 방대한 시정연설은 공공부문 등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기업들이 반색할 내용으로 가득하며 반성은 없고 눈과 귀를 닫은 정부의 일방적 자화자찬만 늘어놓았다. 바야흐로 국민의 빚은 높고 기업만 살찌는 계절이 아닐 수 없다.

 

 

2014. 10. 29.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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