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로시정부 노동. 사회적 경제 장관 아르뚜르 엔리케(Artur Henrique)와 간담회

정파간 정치사상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

현재 브라질 노동자당의 당원은 180만명이라 했다. 당의 최소 기초조직인 누끌레오(nucleos, 세포 조직, 우리로 따지면 분회 정도)는 최소한 9명의 당원이 모이면 조직할 수 있다. 상파울루시의 경우 총 90개의 구역이 있고, 그 모든 구역에 지역 누끌레오가 존재하고 있다.

당원들은 기본적으로 누끌레오를 통해 지역 활동을 해야 한다. 당원들은 다양하게 누끌레오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당에 대해 다양한 제안과 비판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노동자당을 만든 가장 기본적인 성장 동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들은 “많은 활동가들이 정치권에서 일하는 바람에 약회되기도 하고, 당이 커지면서 다수의 새로운 시민들이 대거 결합하면서 전통적 당의 운동 기반이었던 누끌레오가 약화되고 있다.”면서 이를 다시 이를 복원시키려 하고 있었다.

연수단은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가장 초미의 관심사 중의 하나인 브라질 노동자당의 정파등록제에 대해 물었다.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도 룰라 집권 이후 노동자당의 신자유주의 노선여부에 대한 갈등으로 2004년 ‘사회주의자유당’ (PSol)으로 갈라지고 했다.

안젤루(Angelo D'Agostini) 노동자당의 노동위원장은 “브라질 노동자당은 다른 정당과는 달리 유일하게 이데올로기나 본인의 신념에 따라 정파를 형성하도록 허용하고 정파명부를 통해 선거에 출마토록 하고 제안토록 보장하는 유일한 정당이다.”라며 정파명부 등록제를 설명했다. 다만 의견집단은 당내 활동으로만 한정하고, 당 외부에 대해서는 당만이 발언할 수 있고, 의견집단으로 신청을 해야 한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어떤 사안이 결정이 나면 모든 정파들은 결과에 따라야 한다. 만약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재가 가해진다. 정당이 어떤 결정을 만드는 과정에는 정파의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되지만 결과에는 반드시 승복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르지 않으면 출당되기도 한다. 다만 정치사상의 자유와 정파자체의 활동성은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사전에 연수단이 조돈문교수에게 들은 얘기와 같았다. 이를 통해 최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하나로 모으고, 조정하고 있었다. 이후 우리 진보정당도 참고할 만한 게 많을 법 했다. 

나의 고향은 노동운동이다

▲ 상파울로 시청에서 연수단. 사진=연수단
연수단은 상파울로시의 노동부장관 아르투르 엔리케(Artur Henrique)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노동자당 당원으로 브라질노총인 CUT의 전직 위원장출신이다. 우리도 적지 않은 민주노총 출신 국회의원과 시·도 의원을 배출했다. 관료로 가 있는 사람도 꽤 있다.

노동운동가가 행정가로 바뀌어서 정체성의 혼란은 없는지를 물었다. “나의 고향은 노동운동이다. 이제 2년만 더 있으면 돌아간다. 여기 일은 잠시 맡는 공직에 불과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연수단은 아르헨티나에서부터 이런 활동가를 많이 만났다. 아르헨티나의 피토 국제위원장도 시장출신이었고, 브라질에서 우리를 안내한 알렉샹드레 국제국장도 산타마리아 시장 출신이었다. 그들에게 정치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역할이 필요한 한 부분에 불과했다. 노동자당으로 출마해서 권력의 요직에 있다가 다시 노동운동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온다. 단, “지도부가 아니라 밑에서부터 다시 올라와야한다.”라고 강조했다.

CUT와 PT는 아르헨티나의 인민연합당과 CTA가 그런 것처럼 철저히 독립적이다. 노동자당이 주도적으로 만든 브라질 노총은 거꾸로 노동자당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선언을 하지 않는다. 다만 간접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뿐이다. 2002년 룰라가 대통령으로 출마했을 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노동자당이 집권했을 때도 정책이 틀리면 반대 집회를 한다. 룰라가 대통령일 때 아이티에 군사를 파견한다고 했을 때 브라질 노총은 파견을 거부하는 투쟁을 했다. 중요한 노동 상황이나 대외 정책 등이 다를 때에는 당연히 입장을 달리하고 투쟁한다. PT와 CUT는 조직적으로 정치적인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간부나 조합원이 노동자당의 후보로 출마할 경우 노동조합 차원의 별도 절차와 과정은 없었다.

철저하게 노동자당과 개인의 문제로 당 차원에서 직접 선거를 통해 후보를 결정한다. 현재 당내 주요한 논점중 하나가 노동운동가들이 당으로 가서 활동하게 되면서 노동운동과 멀어지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이 중요한 토론주제 중 하나라고 했다.
(다음으로 이어짐)

▲ 브라질노총 위원장 출신 아르뚜르 엔리케. 사진=연수단

엔리케 : 만나게 되어 기쁘고 환영한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싸워온 노동자 출신으로 항상 요구해 오던 입장에서 지금은 노동조합을 나와 이제는 뭔가 실현해야 할 위치에 있기에 어려움이 많다. 늘 요구해왔던 공공노동정책을 만들고 있어 나름 의미가 있다. 각종 노동정책, 협동조합, 식량안보, 노동연대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질문 : 노동은 이상이고, 정치는 현실이다. 노동운동 출신 장관으로서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엔리케 : 나는 여기 와서 새롭고 풍부한 경험을  하고 있다. 과거 총연맹 지도부의 한사람인 노동운동가로 있었을 때 우리에게 가장 큰 도전은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지지를 받은 정부가 등장했을 때 브라질 노총은 독립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과 논쟁들이 있었다. 정부의 입장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룰라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런 고민들이 더 컸다. 그러나 우리는 곧 룰라는 금속노동자의 대표나 CUT의  대표가 아니라 브라질 전 국민의 대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오고 있다. 초기에는 혼돈이 심했다. 혁명정부가 아니라 민주정부였기 때문이다. 정치공학상 연합을 할 수밖에 없었고 한계가 있는 연정, 즉, '논쟁을 부를수 밖에 없는 연정'을 만들면서 그 한계와 갈등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현재 나는 1200만 인구의 상파울로시를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새로운 모델로 전환시키는데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어쨌든 압박하던 위치에서 압박을 당하는 위치에 있어 늘 고민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처음 집권을 했을 때  두 가지 태도의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집권한 사람들이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투쟁마라, 자제하라, 그렇지 않으면 통치가 안된다.”라고 하는 편향과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만들었으니 이제 다 맡기고 놀자”는 편향이 존재 했다. 그런 편향 속에  막상 정부의 역할이 진행되면서 그런 두개의 편향들은 현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것들을 체험을 통해 학습하게 된 것이 가장 소중한 경험적 자산이 되었다. 집권 정부는 과거의 소속 노조나 정파와 특정단체의  정부가 아니라 모든 시민, 모든 계층등과 소통하고 대변할 수 밖에 없는 위치라는 걸 느꼈고 노동조직은 또 그에 따른 고유의 역할을 하는게 당연하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지난 12년동안 배운 가장 큰 학습이라 할 수 있다.

질문 : 이상적인 정책을 실현할 때 재정의 문제와 소통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는가? 즉, 요구는 많고 재정은 부족할 때  어떻게 소통하고 풀어 나가나?

엔리케 : 상파울루시만이 아니라 브라질 전체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문제다. 그 해결책은 세제개혁이다. 누진세금제로 바꿔야하지만 부자들이 동의 안한다. 그들은 교통, 교육, 사설보안관, 전기등 거의 모든 것을 사설로 따로 갖고 있다. 연방 하원의원의 약 50% 넘는 수의 의원이 월 1백만 R$(레알) 정도 버는 부자들이다. 그들의 방해 때문에 세재개혁 법안을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자원이 없다. 그러면 미안하다. 돈이 없다. 양해 해달라고 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럴 때 창의성을 발휘한다. 부족한 재정을 연방정부에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머리를 쓴다. 예를 들면 '가정농업을 활성화' 한다. 상파울로 시민은 가정농업을 통해 생산된 제품만 구매토록하고. 연방정부의 교육부에서는 현지 생산물 의무 구입 등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가지 머리를 써서 부족한 재정을 마련하고 있다.

질문 : 브라질 노총에 있을 때와 지금은 다른 위치다. 정체성의 혼란은 없나?

엔리케 : 나의 운동의 고향은 CUT다. 임기 4년 중에 이제 2년만 더 있으면 돌아간다. 여기 일은 잠시 맡는 공직에 불과하다. 물론 새로운 일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워가며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내가 꿈꾸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경험을 통해 배워가지만 애초에 가진 이상은 변함없다. 왜 변화가 생겨야 하는가? 물론 노조지도자와 공직을 혼동하면 안된다. 여기 일을 하면서 교섭하듯이 할 수는 없다. 다양한 사람과 계층을 만나야 하는 위치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 즉 우리가 목표로 했던 사회건설을 위한 이상과 원칙에는 변함없다.
브라질의 이전 경제는  소수의 엘리트들을 위한 경제정책이었다. 한 달에 백만레알(R$)을 버는 사람은 전체인구 5% 미만도 안된다. 브라질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정책을 펼쳤다. 100만대 자동차 생산력이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100만대 생산으로 머무는 등 내수시장이 활성화 안되어 있다. 그러나 룰라 이후 내수시장 활성화 정책을 집중지원했다. 그 결과 현재는 30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지속적인 내수 활성화 경제정책은 이전 정부와는 철학이 다른  중소기업 활성화 등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정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룰라가 만든 브라질 노동자당이 계속 집권해야 한다.
질문 : 빈민들의 건물점거 운동을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관련하여 주택문제 지원정책은?

엔리케 : 상파울루시에는 주택부가 있어 전담하지만 우리 노동국도 지원한다. '내 집, 내 인생'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이 좀 더 나은 집 거주토록 하기 위해 공공주택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리고 상파울루 시내에는 700여개 건물이 있는데 지하가 거의 비어 있다. 그래서 시에서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빈 지하를 활용해 자영업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질문 : 노조간부와는 다른 행정가로서의 능력이 요구되는 게 있다면?

엔리케 : 초등학교 밖에 안 나온 룰라가 140개의 대학을 추가로 만들었다. 집권 전 100개 도 안되었는데 룰라 집권 8년 동안 240개 대학으로 늘어났다. 정치란 기술자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기술자는 한 분야만 잘해도 되지만 정치가는 제도 전체를 볼수 있어야 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는  훌륭한 기술자 이긴 하나 정치가는 아니다. 정치가의 최대 자산은 대중에게 어떤 정치적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것이 주요 능력이 아닐까 한다. 나 같은 노동운동가 출신 행정가의 장점도 많다. 노동운동하며 경험으로 배웠던 갈등조정과 해결능력이 배양되어 있다. 그 능력이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정치일선에서는 큰 도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질문 : 노동운동하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엔리케 : 2005년에 우파와 언론이 룰라를 쫓아내기 위해 부패사건을 터뜨리고 온갖 공격을 퍼부었다. 그들은 룰라가 집권 하자마자 룰라는 통치능력이 없다고 깎아 내렸으나 막상 국민들에게 인기가 있고 잘하니까 새로운 공격을 했다. 그 사건이 터지고 우리는 룰라 집권이후 가장 어려운 2가지를 겪게 되었다. 예전부터 노동운동 내부에서 룰라를 반대하는 입장이 존재 했었고, 그들은 룰라가 어려움에 처하자 바로 공격을 시작 했다. 또, 노동자당 내부에서도 룰라 후보교체론이 대두되며 논쟁과 혼란이 존재했다. 우리는 그 때 내·외부적으로 방어와 때론 공격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 때 룰라는 “모두가 망했다고 생각할 때 지금도 싸우고 있는, 투쟁하는 사람들을 봐라.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2006년 룰라가  다시 출마했고 오히려 최대 득표를 했다. 그 때를 극복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질문 : 상파울루시에서 노동자당이 패배한 이유는?

엔리케 : 상파울루시만이 아니라 브라질에서 가장 큰 야당은 언론이다. 이들은 지금도  마치 노동자당이 부패정당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고, 그에 연동해 검찰도 보수의 입장만 대변하며 우리의 요구는 듣지도 않으면서 우리들만 압박하는 편파수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는 상파울루 지역이 보수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상파울루 시민 중에 가난한 사람들이 룰라 집권이후 상당부분 중산층이 되었는데 그들이 중산층이 되고 나니 가난한 사람들을 불편해 하고, 오히려 싫어하는 보수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신노동계급 이 약 400만명이다. 그리고 우리의 내부문제도 있다. 브라질노총과 노동자당이 선거운동을 제대로 못한 것도 있다. 선거운동을 너무 제도에만 의존한 측면이 있다. 우리 식의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병행했어야 했다. 노동조합과 노동당의 전통적인 노조와 사회운동 영역과의 결합방법을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지지층의 결집이 낮아진 것도 이유다.

연수단 : 긴 시간 동안 솔직한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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