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오늘(27일) 비정규직 문제에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보도 방향이 그동안과는 달리 우호적이었습니다.

성지훈 피디가 보도합니다.정규직 과보호를 없애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을 부각시키는 용도로 벼랑 끝에서 절실하게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연을 활용했습니다.

[리포트]

오늘자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3명중 1명 비정규직, 노동개혁 칼 뺀 정부’라는 제목으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짚은 1면 기사를 시작으로, 3면과 4면까지 총 3면에 걸쳐 비정규직 문제를 다뤘습니다.

3면에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비정규직 사안들을 다뤘습니다.

내용이 구체적이고 보도 비중도 컸지만 기존 보도 방향과 다르다는 점이 의아합니다.

2012년 희망버스와 크레인 농성을 정면으로 비판했던 조선일보가 씨앤엠 노조의 광화문 고공 농성에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2007년 이랜드 노동자들의 홈에버 점거 파업 당시 ‘법을 무력화한다’고 비판했던 조선일보가 오늘은 이 사건을 다룬 영화 카트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으켰다는 등의 호평을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말을 인용하며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을 자세히 보도합니다.조선일보의 태도가 이처럼 변한 이유는 4면에서 드러납니다.

조선일보에 실린 정부 대책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없애 비정규직의 정규직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내용입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리는 이유는 한 번 채용하면 해고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파견 업종을 확대하고 임금피크제 도입과 시간제 근로형태를 활성화 해 정규직 과보호를 해소하겠다는 방안들도 상세히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대책이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부추기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간질시키는, 친기업 정책이란 지적은 조선일보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민규 / 전국 비정규노동조합 연대회의 정책위원]
“최저임금을 줘도 고용만 보장하면 정규직이라고 보는 거 아닙니까 지금? 그런데 최저임금 받는 정규직이라 할지라도 해고는 쉽게 하겠다고 하는 게 지금 정부가 내놓는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정규직 과보호 관련한 이야기 아닌가, 그렇게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 조선일보가 평소에 관심이 없던 비정규직 문제에 지면을 할애하면서까지 힘을 실어준 정부 대책은 ‘일자리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비정규직 문제들이 많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의 책임이 법을 지키지 않거나 아니면 저임금 노동자를 활용하려고 하는 기업들의 행태를 지적하고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로 몰아가면서 노동자들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처사기 때문에 더욱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이유미 /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정규직이 정말 그러면 과보호되고 있느냐고 했을 때, OECD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정규직 고용보호지수의 19위 정도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높은 수준에 있다고 평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보고….

정확히는 최경환 부총리가 말한 해외사례를 검증 없이 그대로 전했습니다.조선일보는 해외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독일을 비롯해 네덜란드 아일랜드 미국 영국 등 잘사는 나라들은 노동 유연성, 다시 말해 기업의 고용 편의성이 높다‘고 내용입니다.

[오민규 / 전국 비정규노동조합 연대회의 정책위원]하지만 이 역시 실제와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도 독일이라는 나라는 최소한 우리나라보다 노동자들이 훨씬 많이 보호되고 있는 나라인 것으로 제가 알고 있는데요. 거기는 회사의 경영감사위원회에 노동조합 대표자가 들어갑니다. 경영을 감시하고 감독하고 일정하게 경영 참여 권한을 보장해주고 있는데요.

우리 한국의 노동자들은 경영에 대해서 간섭도, 참여도 심지어 인사권에 대해서도 전혀 간섭도, 참여도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도대체 경영 참여까지 하고 있는 독일 노동자들의 고용이 유연하다고 하는 이유가 뭔지….”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던 김영수 지부장은 씨앤앰 노조의 투쟁을 소개하고 싶다고 해서 인터뷰를 해줬을 뿐,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을 옹호하는 기획으로 사용될 줄은 몰랐다고 말합니다.조선일보의 오늘자 보도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처우의 개선, 그러니까 상향 개선에 대해 요구를 하는 것인데 오히려 정규직의 처우를 떨어트려서 그 수준을 맞추겠다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인 것 같고요.”[김영수 / 씨앤앰 비정규직 지부장]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씨앤앰 사태에 대해서 자세하게 싣고 싶다고 하셔서 그런 정도의 제안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기획인 줄 알고 인터뷰에 응했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 부분을 이야기해 드렸고 그런데 뒤에 붙는 최경환 부총리의 이야기나 정규직(처우를) 하향한다는 내용은 없이 인터뷰 했기 때문에 조금 당황스럽긴 합니다.

정부에서 논의 중인 비정규직 보호 대책이 실제로 도입될지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 직후 조선일보가 이 같은 보도를 내놓은 의도는 명확해 보입니다.

국민TV 뉴스 성지훈입니다.

※ 이 기사는 국민TV가 제공한 뉴스입니다. ☞국민TV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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