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정리해고도, 10년의 고통도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코오롱 정리해고 분쇄투쟁위원회>(코오롱 정투위) 동지들은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10년을 싸웠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다. 함께 투쟁했던 동지를 하늘로 떠나보내기도 했던, 그 10년의 역경과 고난을 감히 짐작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 투쟁과 고통의 세월 끝에 코오롱 정투위 동지들은 마침내 투쟁을 마무리하고 다른 일상으로 돌아간다. 최근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했던 40여 일 단식투쟁의 결과, 다행히 코오롱 사측은 노동자들의 호소에 응답했기 때문이다. 비록 복직을 이뤄내진 못했지만 패배라 말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투쟁이 더 필요하다 말할 수 없다.

10년 전 흑자 상태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했던 코오롱의 사례는 오랜 기간 정리해고가 얼마나 남용돼 왔는가를 상징한다. 그러한 정리해고는 노동자를 벼랑으로 몰아 죽음으로 떠밀기도 하고, 어떤 노동자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투쟁의 광야로 내몰기도 했다. 이 참담한 현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쌍용차공장 굴뚝엔 두 명의 해고노동자가 정리해고에 대한 사측의 성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고공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으며, 복직 약속을 받아내고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꽁꽁 언 맨 바닥에 온몸을 누이는 오체투지로 희망이 짓밟힌 노동현실을 고발했고, CNM노동자들 또한 고공농성과 집단 단식농성으로 한 줄기 삶의 희망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게도 10년을 요구할 작정인가. 그 노동자들이 무슨 죄를 졌단 말인가. 열심히 일했을 뿐이다. 일하며 살 수 있는 소박한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노동자를 더 쉽게 해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정치는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박근혜 정부의 관료들과 자본가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며 더 낮은 임금과 더 쉬운 해고를 위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경제인가. 정말 그러면 경제가 살고 노동자들의 살림이 나아진단 말인가. 1천조가 넘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해고가 어렵고 임금이 높아서 생겼단 말인가. 정부와 자본은 거짓말을 중단하라. 쉬운 해고 정책을 중단하라. 더 이상은 코오롱 같은 정리해고도, 10년의 투쟁도 없어야 한다. 아니 애초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코오롱 정리해고 투쟁 10년, 마침내 해고노동자들에 의해 자진 철거되는 코오롱의 본사 앞의 농성장은 우리 사회의 자각이 머물러야 할 자리다.

2014. 12. 29.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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