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일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인터뷰

※  굴뚝일보 (4호 : 송구영신호) 김진숙 지도위원 인터뷰를 전제합니다. -편집자 주

굴뚝농성을 시작하면서 쌍용자동차에 해고자 문제에 대한 대화를 요청한 지 20일째, 아직까지 사측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쌍용차 굴뚝농성을 지지, 응원하는 굴뚝일보는 2015년 새해를 어떤 이야기로 열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이틀 전, 고공농성 선배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찾아갔습니다. 2011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309일간 고공농성을 이끌었던 그녀는, 2014년 연말 다시 거리로 나와 부산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한 차례 겪었던 일인지라 대한민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공농성이 더욱 마음 쓰이는 듯했습니다. 고공농성 선배가 고공농성 후배들, 그리고 연대하는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우리가 당신과 함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인터뷰


[굴뚝일보] 평택의 쌍용자동차 굴뚝에서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농성을 시작했다는 소식 들으셨을 때 만감이 교차하셨을 텐데요. 심경이 어떠셨어요?

[김진숙] 대법원 판결이 난 후부터 굉장히 불안했어요.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평상시 같으면 아무 느낌 없이 트위터를 켜는데, 판결 이후로는 트위터를 켤 때마다 마음이 두근두근했어요. 이 사람들이 대법원에서 그렇게 판결이 났다고 해서 그걸로 그냥 포기할 사람들은 아니고, 그렇게 포기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해서 뭔가 결단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게 굴뚝농성이란 걸 알았을 때, 벌떡 일어났어요. 올 게 왔다는 느낌이었지요. 그럼 난 뭘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인간의 마지막 자존감까지 위협하는 고공농성
부디 문제를 끝내는 싸움이기를

[굴뚝일보] 현재 평택의 쌍용차 굴뚝뿐만 아니라 구미의 스타케미칼 굴뚝에서도 고공농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기간 고공농성을 했던 선배로서 지금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에게 각별히 마음 쓰이실 텐데요.

▲ 김진숙지도위원은 부산역에서 매일 쌍용차 정리해고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진숙] 스타케미칼 차광호 동지의 경우는 전혀 주목을 못 받고, 그야말로 고립된 채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라 굉장히 미안해요. 저 싸움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도 크고. 그런데 저 같은 경우도 한계가 있고… 아마 많이들 비슷하실 거예요. 벌써 200여 일 넘게 농성 중인데, 조합원들은 별로 없고 나머지 해고자들은 서울에 올라가 있어서 구미 굴뚝에는 차광호 동지 혼자 남아 있는 상황이라 신경이 상당히 많이 쓰여요. 지역 차원에서라도 사안을 고민하면서 함께해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쌍차의 경우는 그 자체로 오래된 싸움이라 저 굴뚝농성이 제발 해고자 문제를 끝내는 싸움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강하고요.

[굴뚝일보] 실제로 고공 생활이 어떤 건지 저희는 상상이 잘 안 되는데요. 경험자로서 농성하시는 분들께 구체적으로 어떤 게 필요할지 말씀해주세요.

[김진숙] 사실 왕도가 없어요. 고공농성이란 게 워낙 극한상황이잖아요. 안 해본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인간의 의식주 자체를 위협받는 거고요. 오늘까지만 해도 쌍차에서는 식사 문제 가지고 사측이 시비를 걸어서 어제 아침 이후부터 굴뚝에서 밥을 못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저는 위에 있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게 평상심을 유지하는 거였어요. 고공에서는 평상심이 흔들리면 바로 극한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요. 사실 고공농성 이후에 다음 단계라는 건 없거든요. 그야말로 마지막 단계인 거지요. 그런데 평상심이 흔들려버리면 굉장히 위험한 상태가 돼버리는 거예요.

제가 고공농성할 당시에는 그 더운 여름에도 조그만 생수 한 병 이상은 못 올려준다고 했어요. 희망버스 한 번 왔다 가면 밥도 못 올리게 하고요. 밑에서 양말 한 켤레 올려주는 걸로도 시비가 붙고. 저들은 인간의 마지막 자존감까지 늘 위협해올 텐데, 그렇더라도 평상심을 잘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로 중요한 게 운동하는 거예요. 하다 못해 제자리걸음이라도 계속 해서 내려와서의 삶을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전 위에서 나름대로는 운동을 한다고 했는데, 계속 흔들리는 데 있다 보니 두 달을 토했어요. 멀미도 심했고요. 위에서 적응해 있다가 땅에 내려오니 또다시 멀미하고 토하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지요. 근육도 다 사라져버렸고요. 내려와서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또 하나, 추우니까 동상 안 걸리게 조심해야 해요. 다른 방법 있겠어요? 열심히 비비고 주물러주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니까. 특히 평택은 너무 춥잖아요. 굴뚝이 크레인보다 더 높기도 하고요. 지금은 신경쓸 여력이 없겠지만, 건강 잃지 않고 잘 버텨줬으면 좋겠어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때 늘 외쳤던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란 말이 한동안은 참 서운했어요. 사람들이 나를 이해 못하는구나 하는 섭섭한 느낌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서 생각해보니 그게 굉장히 중요한 말이었던 것 같아요. 그 마음 잃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굴뚝으로 직접 찾아가
우리가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를

▲ 2014. 12. 31 SBS 8시 뉴스 화면 캡쳐

[굴뚝일보] 크레인에 올랐을 때 나름의 고립감이 있으셨을 겁니다. 아래에서 연대하는 목소리들이 그 고립감을 덜어내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셨을 텐데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김진숙] 위에 있는 사람의 상황과 밑에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의 상황은 너무 달라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트위터에서 힘내라고 메시지를 보내요. 물론 그 간절한 마음은 아는데, 답장을 하려 해도 위에서는 늘 배터리의 압박을 받거든요.

제일 좋은 방법은 굴뚝까지 찾아가는 거예요. 하다 못해 그냥 지켜보기만 하더라도요. 그게 굉장히 큰 힘이 돼요. 제 경우는 희망버스를 타고 오시는 분들이 계셨고, 그 외에도 그냥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저야 그분들이 누군지 모르지요. 얼굴도 몰라요. 얼굴을 확인할 수도 없고요. 그런데 전주, 인천 등 전국 각지뿐만 아니라 독일이나 일본 같은 해외에서도 부산의 크레인까지 찾아오셨어요. 굉장히 민감한 상태다 보니 그렇게 나를 찾아오는 마음들이 그대로 받아들여져요. 어느 때보다 잘 전달되고요.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우리가 당신과 함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현재 상황에서 제가 뭘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지금 1인 시위를 하면서 하루에 두 시간씩 저 피켓을 들고 있는 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볼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효리씨나 김의성씨와 똑같은 마음으로, 그냥 우리가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굴뚝일보] 흔쾌히 시간 내서 고공농성 중인 분들 그리고 연대하는 분들께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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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실제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http://youtu.be/wxjnoM9ghi4

*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굴뚝일보 4호를 PDF 파일로 볼 수 있습니다.

https://drive.google.com/…/0B9dUUVfon0L-R0Z5dHQyd2tUQzA/view

* 김진숙 지도위원의 부산역 1인 시위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동영상 및 사진을 촬영, 편집해준 굴뚝일보의 친구들에게 연대의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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