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대학생들에게 비정규직 고용계약의 문제점들에 대해 설명한 뒤, 비정규직은 비정상적 고용계약이어서 장기 지속되면 당사자에게는 물론 사회 전체에도 해로우니 정규직화하는 것이 옳은 해법이라고 제시하면 반응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

가족들 중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는 학생들은 대체로 그 주장에 공감한다. 그러나 부모님이 기업 경영자인 학생들은 반발한다. 실제로 어떤 학생은 “우리 아버지가 중소기업 사장인데요, 그 회사에 있는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면 인건비 때문에 회사가 망할 텐데, 그런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같은 문제를 바라보는 생각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그렇게 극단적으로 다르다.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고, 고용도 보장되고, 사회 변혁의 주체도 될 수 있으니 당연히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노동조합 활동이 기업의 노동비용을 증가시키고 인사노무관리를 불편하게 하는 등 기업경쟁력에 저해가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의 생각이 옳은 것일까? ‘옳은 생각’이란 노동자 개인이나 어느 한 기업에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유익한 생각일 것이다.

흔히 ‘노동3권’이라고 부르는 대한민국 헌법 제 33조에 명시된 권리를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단결권 -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만들 권리를 갖는다. 그 대표적 조직은 물론 노동조합이다.
2. 단체교섭권 - 노동자들은 정부와 기업에 대해 불리한 개별적 요구 대신 집단적으로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
3. 단체행동권 -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노동을 중단하는 파업을 하는 등 사회에 손해를 발생시키는 실력행사를 할 권리를 갖는다.

결국 노동3권이란 한마디로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만들고, 한꺼번에 같이 요구하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투쟁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니, 세상에 이렇게 살벌한 권리가 없다.

이상한 것은 그 권리가 헌법상의 기본권일 뿐만 아니라, OECD 등 국제기구는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에 가입 조건으로 교사와 공무원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하는 노동법 개정을 요구했고,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 정부에게 소방관과 교도관들에게도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여러 차례나 권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헌법의 노동3권 조항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노동자들은 노동3권을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단서는 없다. 노동3권이란 노동자가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권리다. 이상하지 않은가?

작년 연말 철도노조가 파업을 했을 때, 양심적 시민을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내가 철도노조의 파업을 적극 지지하는 이유는 임금 인상 등 이기적 목적의 파업이 아니라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공익적 목적을 추구하는 파업이기 때문이다”는 내용의 글을 쓰면서 잘난 체 했다.

그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항의했다. “그렇게 주장하면 당신은 양심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임금 인상이나 고용 보장을 목숨 걸고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부도덕해 보인다. 노동자 파업의 목적이 임금 인상이나 고용 보장 요구였다고 해도 정당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단체교섭을 하고 파업할 수 있는 살벌한 권리를 헌법상의 권리로 보장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게 함으로써 노동자 고용을 보장하고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 전체에 유익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300년쯤의 자본주의 이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검증됐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학교에서 그런 것들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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