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깃발 아래 지금은 모든 민중 궐기 못하나 그렇게 될 것”...4월 총파업 나선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에 힘 실어줘

▲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이 민주노총을 찾아 신임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사진=변백선기자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이 4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를 만나 격려하며 힘을 실어줬다.

오종렬 의장(78)은 1월 23일 정오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과 최종진 수석부위원장, 이영주 사무총장을 만났다.

오종렬 총회의장은 과거 전교조를 결성할 때를 회고하며 민주노총이 이 땅 노동자와 민중을 위해 싸우라고 격려했다. 또 지금은 민주노총 깃발 아래 모든 민중이 궐기하지는 못하지만 종단에는 그렇게 될 거라고 예단하며, 민주노총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적의 급소를 찔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상균 위원장이 먼저 “감옥에서는 사각창살로만 하늘이 보이고 그 하늘에 보름달이 뜨면 고향을 보는 듯 동지들을 보는 듯 했다”고 말하자 오종렬 총회의장은 “위원장은 그래도 조각달이라도 보이는 곳에 있었지만 나는 그것도 안 보이는 곳에 있었다”고 토로했다.

오 의장은 “고향인 전교조를 들러 오는 길”이라고 말하고 “요만한 일이라도 (전교조에) 힘을 보태야 하는데 병석에서 뉴스로만 접했다”면서 박근혜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오종렬 의장은 과거 전교조를 결성할 당시를 회고했다. “우리가 전교조를 (처음) 할 때 우리 정체성이 뭐냐, 보따리를 풀어놓고 우리가 뭐하는 사람들이냐 문제를 제기했어요. 밤새 촛불을 켜놓고 연구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단에서 땀 흘리며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르치지만, 당시 30만 근로교사들에게 이 직업은 성직이니 월급을 안 줘도 하겠느냐고, 할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했어요. 노동자인데 거룩한 스승인 체하고 자기 본성을 제대로 검중하지 않으면서 막연한 스승상에 매여 있었어요. 그 가죽을 벗기고 전교조 결성에 나선 겁니다.”

▲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은 민주노총에게 사람 잡아 먹는 대왕문어를 잡으려면 문어 다리 하나하나와 싸워선 안되고 급소인 두 눈 사이를 찔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변백선기자

“몸을 사리지 않고 그렇게 하니까 의외로 대중이 인정해줬지요. 옛날부터 덧씌워진 가짜 스승상에 갇혀서, 훈장 똥은 개도 안먹는다고 하잖아요.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절대권력에 맞서라고 가르치지 않고 충성하라고, 복종하라고만 가르쳤어요. 그런데 (전교조를 만들자) 의외로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지지했어요.”

오종렬 의장은 전교조의 경우를 빗대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위원장이나 노동조합 동지들도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진실을 그대로 밀고 나가면 결국 민중이 협력하고 합력할 겁니다. 내가 실제 경험을 했고, 작년 재작년 전교조도 그걸 겪었으니 (민주노총도) 그렇게 하면 좋겠어요.”

이영주 사무총장은 오 의장에게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계획을 간단히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법외노조화에 맞선 투쟁을) 계기로 전교조가 성장했습니다. 최근 2년 간 대정권 투쟁을 한 유일한 조직은 전교조였고 이제 그 전선은 민주노총이 돼야 한다고 봐요. 박근혜 정권에 맞짱을 뜨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고요, 4월에 1차 총파업을 하려고 합니다.”

이에 총파업을 앞둔 민주노총 위원장을 바라보며 오종렬 총회의장은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위원장을 보면 미안하고 죄송하면서도 안쓰러워요. 내가 경험을 해서 그래요. 지하철노조가 총파업도 아니고 준법투쟁을 한 적이 있지요. 2분 간 정차가 늦어지니까 시민들이 조급증이 나서 빨리 안 간다고 쫓아가니 기관사가 몸을 피신하는데 저놈 잡아라 하며 달려가는 그 꼴을 보고 너무 야속하고 못됐다고 생각했어요.”

한상균 위원장도 공감하며 민주노총이 국민과 함께 총파업에 나서 승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파리 같으면 시민들이 파업을 지지할 테고, 청소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쓰레기 봉투를 시청광장에 갖다놓고 그럴 겁니다. 그 정도는 돼야 세상이 바뀌지요. 민주노총이 우리 만을 위해 총파업을 하는 것이 아니고 비정규직을 비롯해 전체 노동자들의 문제, 민주주의 등을 다 걸 겁니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힘이 약해 이기지 못합니다. 의장님 말씀대로 노동자 농민 모두 땀 흘리는 이들의 마음을 서로 알죠.”

오종렬 총회의장이 민주노총을 더 격려했다.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어 국민의식 민중의식도 성숙했잖아요. 아직은 민주노총 깃발 아래 모든 민중이 궐기하지는 못하지요. 그래서 더 안쓰럽고 미안하지만 종단에는 그렇게 될 겁니다. 그럼요.”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변백선기자

한 위원장은 오 의장 같은 선배원로들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4월 큰 투쟁에 나섭니다. 세상에 큰 이슈가 있을 때나 1년 이상 준비해서 파업을 한 역사적 경험이 있는데 우리가 집행력을 갖자마자 4월 투쟁을 맞닥뜨린 건 시대를 반영하는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이 상황을 넘지 못하면 노동자들이 저들의 질주를 막지 못합니다. 긴장감을 갖고 임하고 있지만 출발이 미약할 수 있지요. 노동자와 대중들은 이 상황에서 어느 조직인가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고 봅니다. 그 길을 거침없이 가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를 격려해주시고 가차없이 회초리도 주십시오.”

오종렬 총회의장은 싸움에서 이기려면 적의 급소를 공격하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실력대로 저항을 하는 과정에서 저들도 저들대로 다방면에서 못된 행태와 모순을 집결시킬 겁니다. 대왕문어, 사람을 잡아먹는 대왕문어를 죽일 때 두 눈 사이를 찔러야 무너져요. 문어발 하나하나를 상대로 싸우면 안돼요.”

이영주 사무총장은 오 의장이 민주노총에 힘을 실어주러 방문한 데 각별한 감사를 표했다.

“민주노총의 올해 사업의 핵심은 조합원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와 대중을 대변하며 재벌과 정권과의 전선을 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1만원을 모든 노동자가 받기 위해 재벌과 정면으로 뜨자고 할 겁니다. 사회연대사업에 민주노총이 힘을 쏟겠습니다. 오늘 정말 감사드리고 자주 오십시오.”

오 총회의장 역시 자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민주노총이 재벌이나 자본의 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까지도 투쟁의 인자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또 할 수 없는 것도 여력을 다 하려고 합니다. 살고자하는 이들의 싸움 아닙니까. 자본가 언저리에서 일하는 이들도 노동자에요. 그들도 노동자인데 그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 복무하지 않고 피땀을 짜고 착취하는데 복무하니 기가 막히는 일이에요."

오 의장은 정권과 자본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까지도 우리의 동지로 육성해서 운동의 인자로 꾸리라는 이야기에 덧붙여 한 가지 사례를 이야기했다.

“한 30년 가까이 된 일인데, 내가 학교 선생일 때 쇠고랑을 차고 잡혀가는데 젊은 교도관이 그래요. 선생이란 것들이 요란을 떨다가도 굴복하고 넘어가는 것만 봤는가 봐요. 감방에서 검사실로 갈 때 나를 호송해 가는 교도관이 ‘선생님!’ 해서 쳐다보니 ‘절대 변하면 안 됩니다, 굴복하면 안 됩니다’ 그러는 거에요.”

“그 때는 황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와서 생각하니 소위 지식인들이 얼마나 미덥지 않았으면 그랬나 싶어요. 우리가 일관성 있게 가야 됩니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전술은 여우처럼 할 수 있지만 민중해방의 일관성 만큼은 총지휘부의 심장이 뛰는 동안은 지켜야 합니다.”

오종렬 의장은 지난해 초부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양방과 한방을 결합해 치료한 결과 안 좋았던 장기들이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고 현재 원기회복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이 민주노총을 방문해 8기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변백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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