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수습기간 4년제’ 도입, 정규직이 사라진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듣기 좋으라고 ‘장그래법’이란 이름까지 붙여놓았다. 그러나 장그래가 원한 것은 정규직 전환이었는데, 비정규직 고통을 2년 더 연장한다니 장그래가 들으면 혈압 오를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사실상 ‘수습기간을 4년으로 만드는 제도’다. 4년 비정규직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4년 안에 언제든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이제 기업은 정규직을 뽑을 이유가 더 없어졌다. 젊은 장그래를 고용해 4년 동안 군소리 없이 일을 시킬 수 있다.

4년이 지나면 해고하고 그 뒤엔 또 다른 장그래로 대체하면 된다. “4년 뒤에 정규직 시켜줄게”, 그 달콤한 말로 ‘희망고문’을 시키고 ‘열정 페이’를 강요할 게 뻔하다. 박근혜 정권의 본심은 이렇다.

 

“정규직? 됐고, 2년 후에 안 잘린 것도 감지덕진 줄 알아!”
그분의 본심, “그 나이 먹고 뭘 바래! 다 비정규직이야.”
 
이명박 정부는 일부 업종에 한 해 55세 이상 노동자를 기간제한 없이 평생 파견 비정규직으로 쓸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박근혜 정부는 한 술 더 떠 고령자들을 모든 업종에 파견하여 쓸 수 있도록 만든다. 왜 이토록 나쁜 일에만 경로우대가 투철할까.
 
400여개 전문직도 평생 파견 허용, 좋은 시절도 완전 끝!
현행 파견법은 32개 업종에만 파견이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표준직업분류상 대분류1(관리직), 대분류2(전문직)의 모든 업종에 파견을 허용한단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업무만 빼고 말이다.
 

게다가 기간제한도 없어서 평생 파견직으로 머물도록 만든다. 대분류 1, 2에는 판사, 변호사는 물론이고 초중고 교사, 유치원 교사, 보험 및 금융관리자, 자동차부품 등 기술영업원 등 무려 400여 개 업종이 포함됐다. 이제 교사도 파견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전문직종의 좋은 시절도 이제 종쳤다. 

 

 
비정규직 늘리고, 임금 깎고, 해고는 쉽게 한다고?
 
장그래가 나선다
 
“답답합니다. 새해 덕담으로 친지들과 즐거워야 할 고향집에서도 한숨은 가시지 않습니다. 사촌동생은 계약직으로 일하다 잘렸고, 조카는 알바 일자리로 떠돕니다. 처제와 처남도 재계약 여부에 가슴을 졸이고 있답니다. 정말 이렇게밖에 살수 없는 것입니까.”
 
노동자가 나서야 합니다. 시민사회단체, 종교문화단체와 함께 민주노총이 나서겠습니다. 우리 가족 수많은 장그래들이 당당하게 권리를 외칠 수 있도록, 오는 3월 초 ‘(가칭)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가 출범합니다. 세상은 애초부터 이토록 비정규직이 많지 않았습니다. 함께 나서면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쓸쓸한 장그래의 뒷모습을 응원합니다. 더 많은 장그래들과 힘겨움을 나누고 연대하겠습니다.
 

※ 위 기사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함께 2015년 설 귀향 선전물로 제작한 '본심'의 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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