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출범...비정규정책 국민투표·장그래 대행진 예고

▲ 통신, 제조업 사내하청, 유통서비스, 학교급식, 청년 알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노동시장 구조개악 등을 규탄하며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소원지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비정규직 법제도 폐기·상시업무 정규직화·진짜사장 책임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가 공식 출범,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노동시장 구조개악 등 박근혜 몹쓸정책에 대해 국민투표를 진행하고, 장그래대행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통신비정규직, 제조업 사내하청, 유통서비스 비정규직, 학교비정규직, 청년 알바노동자들이 ‘장그래는 소망한다’는 주제로 각자 처한 부당한 노동조건을 설명하고, 비정규직을 더 양산해 전체 국민을 비정규직으로 만들려는 박근혜정부를 노동정책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경재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장은 “십수 년을 SK에서 일하면서도 제가 비정규직인지 간접고용인지 몰랐고 노예나 다름없는 비정규직 신분구조를 바꾸고 처우를 개선해보려고 지난해 3월 노조를 만들어 싸우고 있다”고 전하고 “박근혜정부가 노동자가 빠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해고요건을 완화해서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비정규직을 영원한 비정규직으로 살게 만들려 한다”면서 “지금 추진하는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노동자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는 “교육청이 학교비정규직 고용안정대책을 논의하지만 학교현장에서는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권력을 행사할 때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잘 판단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노동자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은 물론 위험하고 궂은 일은 모두 하청노동자가 도맡아 해야 하는 부당한 현실을 바꿔보려고 지난해 5월 노조를 만들어 노동부에 제소해 정규직 판결을 받았는데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설 연휴 직전 101명 전원을 해고했”고 전하고 “업종과 지역을 넘어 노동자는 하나라는 노동조합 출범 정신에 따라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오아웃렛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마리오아웃렛 홍성열 회장이 비정규직 종합대책으로 노동자를 나락에 떨어뜨리려는 박근혜정부를 믿고 아직 통과도 안 된 법을 악용해 정규직을 권고사직시키고 시설업무를 외주화했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비정규직 굴레에서 고통받는 일이 없게 미래와 희망을 만드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주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노동자들을 대표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해도 더 나은 내일의 삶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하고 “딱 하루만 야근을 안하면 정말 좋겠다고 한 청년노동자의 말이 아프게 생각난다”면서 “이 시대를 사는 청년 장그래들의 더 나은 미래와 희망을 회복시키자”고 제안했다.

▲ 각자의 작업복과 작업도구를 갖춘 5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원지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는 오늘 대표자회의를 통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등 5인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권영국 변호사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준비 경과와 참여단위, 운동본부 구성과 사업계획 등을 설명했다. 현재까지 총 360여 개 단체가 참여의사를 밝혔고 지금도 함께 하겠다는 시민사회단체 제안이 쇄도하고 있다.

장그래운동본부 정식명칭은 [‘비정규직 법제도 폐기·상시업무 정규직화·진짜사장 책임’ 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라고 하고, 비정규직 양산하는 비정규직 법·제도를 폐기하며,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실질 사용자 법적 책임,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입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가 3월 말까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합의안을 도출하려는 상황에서 운동본부는 4월 말에서 5월 경 ‘비정규직 종합대책, 장그래에게 묻는다 국민에게 묻는다’라는 주제로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최저임금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활용, 전국적 국민투표를 진행한다.

또 최저임금 1만원을 쟁취하고 장그래를 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한 10만 대행진을 6월 전국순회 형식으로 전개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요구로서 최저임금 1만원,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안정적이고 제대로 된 일자리에 대한 요구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미조직노동자들을 직접 만난다.

▲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로 선임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그동안 얼마나 아팠느냐?”고 이 시대 장그래들을 향해 묻고 “민주노총에는 장그래 비율이 많지 않지만 2000만 노동자의 대표로서 10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을 잉태하려고 나섰고 이를 위해 민주노총의 총역량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을 시민사회와 장그래들이 함께 한 이 자리에서 다시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박근혜정부가 재벌과 열애에 빠져 노동자와 서민, 청년, 노년, 학생 등을 나락에 떨어뜨리고 있으며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4월 총파업으로 박근혜정부의 몹쓸 정책을 바꾸고 최저임금 1만원을 쟁취할 것”이라고 말하고 “오늘 도약을 시작으로 국민과 공감대를 넓히며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민주사회이고, 인간답게 사는 사회가 복지사회이며, 비정규직이 기를 펴고 아름답게 사는 사회가 희망이 있는 사회”라고 말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고 그들의 인간답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 제2의 민주화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자신을 고용한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일해야 하는 부당하고 고질적인 비정규직 문제 병폐가 너무 심각해서 해결하기 쉽지 않지만, 그럴수록 그 고통과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중심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단결해서 우리 함께 해결하자”고 밝혔다.

“장그래에게 희망을! 노동자에게 권리를!”
“종합대책 폐기하고 최저임금 인상하라!”

▲ 편의점 알바 노동자가 '비정규직도 인간답게 살아보자. 함께살자'라고 적은 소원지를 들고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홍승범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총무팀장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 출범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오늘 비정규직 문제의 올바른 해법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사회 노동자․시민․빈민․학생․청년․문화․종교․교육․법조․언론․의료․장애․여성․환경․인권 등 모든 사회 부문이 참여해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를 출범한다”고 전하고 “운동본부는 노동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전국의 ‘장그래’들과 함께 어깨 걸고 나아갈 것이며, 장그래들을 살릴 방도를 함께 머리 맞대고 토론하고 숙의하면서 공동실천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운동본부는 죽임의 정부와 자본에 맞서 살림의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라면서 “장그래운동본부는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박근혜정부가 정면대결을 원한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운동본부는 또 “이 정부가 한줌도 안 되는 자본가들의 이익만을 우선해 우리 사회의 대다수인 1900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와 미래를 짓밟는 전쟁을 원한다면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면서 “1000만 장그래들의 치솟는 분노가 비인간적적인 신자유주의 사회를 뒤집어 새롭게 세우는 모든 힘의 근원이 될 것임을 믿는다”고 말하고 “함께 살기 위해 모두 함께 하자”고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마친 후 비정규직 종합대책 폐기,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촉구하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중앙우체국 앞 광고탑 농성장 거리행진을 벌였다. ⓒ 변백선 기자

 

□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 출범선언문

절망의 ‘미생’에서 희망의 ‘완생’으로
- 박근혜정부 ‘노동자 죽이기 종합대책 저지’와 ‘함께 살기’ 위한
  1000만 장그래들의 행진을 제안하며


2014년 12월 29일. 대한민국의 노동자․서민과 가족들이 드라마 ‘미생’ 속 비정규직 노동자 ‘장그래’의 애환에 눈물 흘리고 있을 때,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일명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을 막는 ‘장그래법’이라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실체는 ‘자본가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에 다름 아니었다. ‘법적 초과근로시간 더 늘이고, 임금은 더 낮게, 해고는 완전 쉽게, 비정규직은 왕창 많이’가 화려한 포장지 속에 숨어있는 핵심 내용이었다. 실로 노동자의 삶을 질곡으로 내모는 ‘노동자 죽이기 종합대책’이 아닐 수 없다.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직무․능력․성과급 임금체계로 개편, 임금피크제 확대, 저성과자 명분의 일반 해고 요건의 완화, 노동조건 개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통상임금 범위의 축소,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과 초과노동시간 연장 등 그나마 정규직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있던 최저한의 장치마저 해체하려 한다. 그러나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저하시킨다고 비정규직의 처지가 저절로 나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가 외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란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아래로 하향평준화하여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려는 의도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자본가 정부인 박근혜 정부의 또 하나의 속셈은 ‘영원한 비정규직 사회’다.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전문직 대상 파견 업종 확대, ‘인력난이 심한 업종’ 파견규제 합리화 방안 마련, 원하청 상생협력을 위한 동반성장이라는 명목으로 불법파견 합법화, 청소․용역․시설업무 등 최소필요업무에 노무도급 인정, 사내하도급의 합법화 등이 그 교묘한 꼼수들이다. 정부 종합대책대로라면 노동자의 생애주기는 청년기·장년기 기간제로 시작해 노년기 파견노동으로 마감하게 되며, 정규직 가능성은 짧은 중년기의 요행으로 남게 됐다. 종합대책은 이렇게 ‘'평생 비정규직 시대’를 열고 있다.

이미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의 정부가 아님을 지겹게 확인했다. 국정원의 불법대선공작을 통해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헌법적 정당성이 없는 불법정부에 불과하다. 4.16 세월호 대참사에 대한 의혹과 책임만으로도 진즉 단죄받았어야 할 정부다.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어렵사리 이룩해 온 최소 민주주의의 근간을 짓밟고 흘러간 반공주의와 공안통치의 망령을 되살리는 위험천만한 정부다. 공적연금 개악, 의료, 철도, 교육 등 모든 공공부문의 사영화를 시도하는 반사회적․반공익적 정부다.

이미 1000만에 달하는 국민들이 ‘장그래’가 되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다. ‘미생’의 끝처럼 해피엔딩을 바랄 수조차 없다. 노동자․서민들의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이른다. 평생을 일하고 저축해도 이제 집값은 고사하고 또다시 빚을 지지 않고는 전세값마저 마련할 수 없다. 생계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출산율, 자살율이 OECD국가들 중 최악인 죽음의 사회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과 꿈과 눈물과 죽음들의 값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0대 재벌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2008년 기준 221조에서 2014년 기준 515조원으로 차고 넘치는 동안, 전체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했고 온갖 차별과 고용불안이 일상이 되었다.

정부임을 포기하고, 종국엔 1900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겨냥한 ‘노동자죽이기 종합대책’을 가지고 나온 박근혜 정부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우리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저지하겠다는 민주노총의 4.24총파업을 지지한다.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심화를 가속화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전면 폐기되어야 한다. 정부 스스로 강조해온 소득 주도 경제성장에도 배치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요체로 우리 시대의 소명이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다시 쓰여야 한다. 그 첫걸음은 비정규법제도 전면 폐기와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화, 그리고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비롯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1000만 장그래들의 사회적 행진과 항쟁이 불쏘시개가 되어 절망의 역사가 다시 쓰일 것을 소망한다.

마침내 오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사회 노동자․시민․빈민․학생․청년․문화․종교․교육․법조․언론․의료․장애․여성․환경․인권 등 모든 사회 부문이 참여하여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를 출범한다. 운동본부는 노동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전국의 ‘장그래’들과 함께 어깨 걸고 나아갈 것이다. 장그래들을 살릴 방도를 함께 머리 맞대고 토론하고 숙의하면서 공동실천을 모색할 것이다.

운동본부는 죽임의 정부와 자본에 맞서 살림의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다. 장그래운동본부는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박근혜정부가 정면대결을 원한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부가 한줌도 안되는 자본가들의 이익만을 우선해 우리 사회의 대다수인 1900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와 미래를 짓밟는 전쟁을 원한다면 당당하게 맞설 것이다. 1000만 장그래들의 치솟는 분노가 비인간적적인 신자유주의 사회를 뒤집어 새롭게 세우는 모든 힘의 근원이 될 것임을 믿는다. 함께 살기 위해 모두 함께 하자.


2015년 3월 18일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