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총력투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 노동문제 전문가들이 민주노총에서 모였다. 오랜 기간 노동상담을 하며 현장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지키려 애쓴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노동법 전문가 김기덕 변호사, 시민사회를 대표해 노동자들 투쟁에 온몸으로 함께 하는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청년노동자를 대표해 최저임금 1만원 쟁취투쟁을 벌여온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이 한 자리에 모여 박근혜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본질을 파헤치고 대안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 때   : 2015년 8월 17일(월) 15:30~17:30
* 곳   : 민주노총 교육원(서울 중구 정동 22번지 경향신문사 본관 건물 15층)
* 사회 :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 패널 :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


▲ ⓒ 변백선 기자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이하 ‘하종강’) =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에 여러 가지 노동 관련 문제가 있었다. 그 중에는 가시화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노동문제 관련해서 어떤 공약을 제시했는지를 찾아봤다. 전혀 의미가 없는 내용이기는 한데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에 노동문제 관련 공약을 간단히 한 줄로 정리하면,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노사관계 정착을 위한 정부의 공정한 조정”, 이거라고 한다. 굉장히 틀에 박힌 상투적인 단어들만 나열돼 있다. 일단 ‘상생’ 이런 말이 들어가면 우리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 상생이란 걸 힘이 약한 사람이 주장할 때는 진정성이 있지만, 상당히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우리 상생하자” 이러면 기만일 때가 많다. 노사상생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공정한 조정자가 되겠다, 이런 입장이었고 이런 약속도 했다.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노사 대표와 만나 노동현안 이야기를 듣고 대책을 논의하겠다, 이런 약속을 했지만 이 약속을 신뢰한 사람도 전혀 없었겠고 대통령이 만나자고 요구했다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만날 거냐, 이런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아무튼 이 공약은 모두 공염불이 됐다. 그동안 재벌 회장들과는 여러 번 만났다. 그런데 직접 노동자들을 만나서 노동문제를 이야기 해 본 적은 전혀 없다. 거의 신호탄 같은 사건이 제가 보기에는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개입이었는데 이게 제가 보기에는 노동자들에게는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전교조가 노조 아니라고 통보한 것부터 시작됐다. 전교조를 노조가 아니라고 팩스로 통보한 것으로 시작해서 헌법재판소 합헌결정에까지 이르렀다. 노동법 전문가이신 김기덕 변호사님 보시기에 정부나 헌법재판소의 조치가 어떻게 보이나? 그게 말이 되는 건가?

김기덕 변호사(이하 ‘김기덕’) = 문제는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전교조의 조합원 자격 이 문제를 둘러싼 것이다. 당연히 해고자도 기존에 전교조 조합원이었고, 교사로 재직하며 교원 신분을 가졌던 사람이다. 그러니 해직되는 그 순간에 조합원 자격이 없는 걸로 부정해선 안 된다. 노조법상에도 해고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서 중노위 재심 판정 때까지는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주는 노조법 규정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보면, 기업별노조인 경우에 특정종업원 지위와 조합원 자격을 결부시키는, 그래서 기업별노조 하나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에서만 그 부분은 유효한 것이다. 대법원도 그 규정을 실제 준용하면서 그동안 판결을 했던 거다. 당연히 부당하다.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이란 건 그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이 스스로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걸 외부에서, 더구나 전교조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사립학교의 경우는 사립학교재단이라던지 그런 주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국공립학교에서는 국가까지도 사용자 지위를 갖는다. 그런데 그런 부분을 문제 삼아서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통보를 했기 때문에 부당하다.

하종강 = 실제로 보면 구직자이거나 퇴직한 사람도 조합원으로 있는 합법노조가 우리나라에도 있지 않은가?

김기덕 = 그렇다.

하종강 = 알바노조는 등록한 노동조합인가?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이하 ‘구교현’) = 맞다. 그렇다.

하종강 = 그럼 알바노조도 현재 알바를 하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합법적인 조합원 자격을 갖지 않는가? 대표적으로 건설노조 같은 경우를 보면 건설관련 공부하는 사람까지 다 노동조합 조합원 자격을 갖도록 규약에서 명시돼 있고, 현재 합법적인 노동조합이다. 이것과 상충되는 것 아닌가?

김기덕 = 그래서 문제가 됐던 것이다. 현재 노조법 해석을 둘러싸고 초기업단위노조냐 기업단위노조냐 이런 시각을 갖고 있었다. 제가 볼 때 그것이 가장 뿌리 깊게 밑에 깔려있는 논리구조가 여기까지 전개된 거라고 보인다. 해고자나 구직 중인 자에 대해서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노조법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

하종강 = 법원의 판결문을 보니까 초기업단위노조인 걸 인정하면서도 전교조는 윤리성, 중립성, 공공성 등 교원의 직무특수성에 비춰 봤을 때 교원노조는 초기업단위노조와 달리 취급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이렇게 표현했다. 그런데 초기업단위노조를 초기업단위노조와 달리 취급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이 말부터가 저는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생각난 것은 예전에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지 않았나? 그래서 굉장히 물의를 빚었는데 그때 KBS 심야토론에 ‘전교조 명단 공개 어떻게 볼 것인가?’ 이게 토론주제로 선정이 돼서 심야토론이 진행됐다. 제가 그때 거의 회의록 작성하다시피 기록하면서 봤는데 그때 학부모운동을 10년 했다는 학부모단체 여성 대표 한 분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교원노조는 없어야 하는데 합법화 된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문제가 시작된 거다.” 전국민이 보는 TV방송에 학부모 대표라고 나와서 한 말이다. “노동조합은 상품을 만드는 그런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교사들에게는 필요없는 거다. 저는 솔직히 이번 기회에 부끄러움을 느낀 선생님들이 많이 탈퇴해서 전교조가 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명단 공개에 찬성했다.” 이렇게 말했다. 저는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나 결정이 학부모의 전교조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서를 법률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한게 아닌가 싶다. 전교조는 교사라는 특수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초기업단위노조와 다르게 봐야 한다고 하니까 그게 바로 떠올랐다.

▲ ⓒ 변백선 기자
김기덕 = 물론 그런 게 밑에 깔려 있는 게 당연한데, 제가 볼 때는 기업별노조든 뭐든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법이 있는 게 문제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사용자를 상대로 해서 교섭을 하고 협약을 체결해서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찾는 단체다. 기업에서 주주들이 회사를 조직해서 여러 가지 영리적 활동을 하는 것처럼 노동자들도 자신들 마음대로 조직범위를 정해서 단체를 이루고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쟁의도 하고 그렇게 자기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거다. 그걸 국가가 허용한다 만다, 설립신고를 받는다 안 받는다, 너네 노조는 이 요건이 안 되니까 노조가 아니다, 이런 통보를 하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지난주에 저희 사무실에서 적법노조 알림통보를 받았다. 이게 뭐냐면, 관리자들이 중심이 돼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이 사람들이 무슨 부장... 직책이 그러다 보니까 이익대표자들이 노조를 만든 거니까 노조가 아니라고 사용자들이 구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우리가 의견서를 줬고, 구청에서 이건 적법노조라고 사용자 측에 알림통보서를 보낸 것이다. 이런 행위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노동자들이 만든 단체를 놓고 그게 적법하다 아니다,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일이나 외국에서 노동조합이라고 하는 건 노동자들이 자기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서 그 힘을 갖고 조합원들 권리를 찾기 위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자고 요구하고 협약을 체결하고 그걸 준수하도록 강제력을 갖는 단체인 것이다. 거기서도 국가에서 일정하게 개입은 한다. 이것은 그 단체가 회사를 상대로 그 협약을 지켜낼 수 있는 교섭력과 투쟁력을 갖는 조직이 되느냐, 이런 걸 따지는 것이지, 그 단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개입은 하지 않는다.

하종강 = 외국 사람들에게는 설명하기도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무슨 코미디 소재로나 쓰일 만한 일이라고 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하 ‘안진걸’) = ILO에서도 계속 대한민국 정부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노조 아님 통보 때 재치 넘치는 우리 청년단체들이 대통령 아님 통보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많은 국민들이 아마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에 ‘노동존중’이란 말은 나온다. 노동을 존중하겠다, 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동자들이 너무 힘들어져서 많은 분들이 노동존중사회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에는 우리가 말한 모든 내용이 다 들어가 있지는 않고, 인상적인 것은 ‘노동존중’이란 말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수구여당의 경제민주화나 노동존중 이런 게 다 사기이기는 했다. 노동을 존중한다면 김 변호사님 말씀하신 것처럼 노조 여부를 정권이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통보하는 방식도 얼마나 폭력적이고 일방적인가. 팩스로 보냈다고 제가 들었다. 노동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갖고 노동을 탄압하고 배제하려고 하는 반노동적 태도가 뼛속 깊이 들어 있지 않고는 그럴 수 없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우리 국민들도 청와대에 팩스를 보내서 대통령 아님 통보를 하고 싶었다. 선거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었고 공약도 안 지키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인데 어떻게 팩스 한 장 보내서 노조 아니라고 통보를 할 수 있는가. 그런 데서도 폭력성이 드러난다.

하종강 = 한 마디로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이것이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에 대한 결론인 것 같다. 이제 노동시장 구조개혁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슬슬 말을 흘리기 시작했다. 쉬운 해고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그리고 대기업들이 정규직들의 기득권 때문에 신규채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임금피크제, 취업규칙불이익변경, 이런 걸 이야기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회의를 하면서 결정적으로 발표를 해 버렸다. 그래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그때 가장 문제가 된 게 뭐냐 하면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참가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중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5대 수용 불가 사항에 대해서 철회되지 않으면 같이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가장 심각하게 문제가 된 게 뭐냐 하면, 취업규칙불이익변경을 완화시키는 것하고, 일반해고를 도입에 반대하는 것이 많이 알려졌고, 임금피크제는 그 뒤에 이슈화됐다. 이 역시 노동법 문제인데 취업규칙불이익변경을 완화시킨다, 이게 사실 직장 생활하는 모든 사람에게 관련되는 문제다. 취업규칙불이익변경 완화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다. 김 변호사님이 쉽게 설명을 해 주시라.

김기덕 = 근로기준법 94조에 보면, 취업규칙을 작성하고 변경하는 그 절차가 나온다. 취업규칙을 처음에 작성할 때는 사용자가 과반수 노조의 의견을 들어서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아니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 하게 돼 있다. 그 내용을 변경하되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거나, 노조가 있으면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법에서 아예 명시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 과반수노조가 있으면 과반수노조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적 제한이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임금피크제는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정년연장을 해주면서 그에 따라 임금을 최고수준에서 점차적으로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 쉬운 해고라고 하는 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결국 이건 기존의 단협에 기반한 회사의 취업규칙을 완화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불이익변경 절차를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것을 과반수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도 완화할 수 있게끔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의 핵심은 결국은 가이드라인이나 행정지침을 통해서 할 수 있도록 안을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해서 문제가 된 것이다.

▲ ⓒ 변백선 기자

하종강 = 회사 안에 있는 여러 가지 규정들이 다 취업규칙인 건데, 사람들은 취업규칙이란 네 글자가 찍혀 있는 문서상에 있는 것만 취업규칙인 줄 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모든 규정이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인데 불리한 내용으로도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하겠다, 하면 모든 직장인에게 해당이 되는 것이다. 제가 처음에 노동법을 공부할 때 예전에는 취업규칙을 위법하게 변경했을 경우 그게 다 무효가 되는 판결을 제가 몇 번 봤다. 그런데 문민정부가 들어선 다음에 그 개정 이후에 취업한 사람들에게는 그게 유효하다, 기득 이익에 침해될 요인이 없다는 표현을 판사들이 썼다. 예전에 제가 처음 노동법을 공부할 때, 78년에 노동법 과목을 수강했는데 그때는 불이익하게 변경된 경우에는 무효가 됐는데 나중에 법원 판결이 그렇게 위법하게 개정했을 경우에도 개정된 이후에 취업한 사람에게는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한 회사에 차등한 두 개의 노동조건이 존재하게 돼 버리는 걸 봤다. 이게 그 당시 엄청나게 개악된 것이다. 그러면 회사가 그동안 없었던 비정규직 규정을 만들어서 비정규직을 새로 채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예전에는 과반수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했지만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개정한 다음에 취업한 사람에게는 적용될 수 있다, 이렇게 돼 버렸다. 당시 이게 노동법 해석이 엄청나게 후퇴한 것이다. 아예 동의도 구하지 않고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쓰나미 같이 밀려오는 엄청난 피해라고 했다. 쓰나미가 여기 정강이 높이 정도까지 물이 밀려와도 절대로 못 빠져 나온다고 한다. 그게 KTX 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물이 밀려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위협이 엄청난 공포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김기덕 = 문제가 됐던 취업규칙불이익변경은 취업규칙 전반에 대해서 불이익변경 절차를 허물어뜨리겠다는 취지는 아닌 것 같다. 성과부진자 등에 대해 일반해고를 도입해서 해고를 쉽게 해 사업장에서 내쫓을 수 있게 한다던지, 임피크제를 도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취업규칙불이익변경 절차를 완화하는 행정지침 발표를 통해서 사업장에서 기업에서 도입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계속 논의해 왔던 것으로 안다. 취업규칙이란 게 본래 그렇다.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제 규정들, 회사가 사용자가 정해놓은 기준, 규칙 이런 준칙 전체가 취업규칙이다. 취업규칙이라고 하는 게 근로조건, 그리고 복무규정을 정한 하나의 준칙이다. 근로조건이라고 하는 건 근로계약의 한 내용이다. 근로계약은 사인 간의 계약처럼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해야 할 사항이고, 당연히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를 통해서 근로조건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사용자가 만들어 작성하고 수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드시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 합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합의 없이도 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예전에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이후에 취업규칙과 관련된 제도를 도입하면서 그렇게 해석해서 집행해 왔다는게 문제다. 그걸 전제로 해서 취업규칙 작성 변경의 권한 자체는 사용자에게 있다고 하는 것이 우리 법원과 집행하는 노동부 등 부처들의 뿌리 깊은 사고였던 것이다. 그런 인식 하에서 불이익변경을 했다 하더라도 본래 작성, 변경의 본질적인 권한은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에 그 뒤에 불이익하게 변경해서, 즉 법을 위반해서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뒤에 입사한 사람한테는 그걸 적용할 수 있다고 하는, 이와 같은 판례 법리들이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종강 = 근로계약서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은 편의점 알바 노동자들도 근로계약서를 대부분 작성한다고 들었다. 그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나 실제사례가 있는가? 근로계약서를 자영업자들 잘 작성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노노모라고 해서 노동자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이 만든 인권 교재를 보니까 사장의 유형을 '친근함 과시형', '은근 회피형', '버럭형' 등 3가지로 구분해서 그 사장 유형에 따라서 근로계약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요령껏 설명하기도 했다. 부모님이 가져오라고 했어요 라고 이야기한다던지, 아예 2장을 작성해서 도장만 찍으세요 한다던지, 그런 재미있는 교안을 본 적도 있다. 알바노동자들과 근로계약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달라.

구교현 = 근로계약서를 안 쓰면 자기가 받는 시급도 미리 정해지지 않고, 일하는 시간과 업무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시키는 대로 일해야 하고 주는 대로 받게 된다.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 근로계약서다. 근로계약서 작성 문제는 노동부에서도 계속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쓰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 대기업 프렌차이즈의 경우는 법을 지키라는 요구가 많기 때문에 근로계약서 정도는 쓰고 있는데, 영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소규모 상점 같은 곳에서는 여전히 잘 안 쓰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비율은 절반 정도 되는 것 같다. 문제는 항상 근로계약서를 안 쓴 곳에서 임금체불 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근로계약서를 쓰기는 하는데 불이익한 조항을 넣어서 근로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지각하면 1분 당 1,000원씩을 깐다든지, 네가 약속한 시간만큼 일하지 않으면 임금을 얼마 깐다든지, 네가 일할 때 사용한 숙식이나 그런 비용 때문에 얼마를 깐다든지, 이런 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고, 시급 낮추려고 기본급 얼마에 괄호 치고 주휴수당 얼마 포함, 이런 식으로 써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쓰기는 쓰는데 알바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쓰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것이 법적으로는 무효이긴 하나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알바노동자 입장에서는 그런 식으로 써버리면 상당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돈을 떼여도 떼였다고 말도 못하고 그런 상황이 있다. 그런 게 요즘 문제다.

▲ ⓒ 변백선 기자
하종강 = 근로계약의 그런 부분에 대해서 김기덕 변호사께서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기덕 = 근로계약은 근로기준법에 있는 대로 일정한 사항을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돼 있다. 그렇게 명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만약 안할 경우 당사자가 직접 하기 어려울 때 노동조합이 나서서 대응해야 한다. 사용자가 과도하게 감액을 한다던지 할 경우, 근로기준법에 감액 등 그런 규정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95조을 보면, 최대 1/10 정도 감액을 할 수 있게 정했다. 그걸 초과한 부분은 당연히 무효다.

하종강 = 먼저 알바노조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구교현 위원장께서 알바노조에 대해 소개해 주시라.

구교현 = 알바노조는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일을 하시는 분들의 노동조합이다. 우리 주변의 편의점이든 패스트푸드점이든 커피전문점이든 이런 곳에서 아르바이트로 채용돼서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일하시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해서 활동하는 노동조합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거의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대기업 사장이던 골목사장이던, 지불능력에 상관없이 무조건 최저임금만 받고 있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시키는 것이 저희 활동의 가장 중요한 활동 목표다. 알바 노동자들이 떼인 돈이 있다든가, 억울하게 잘렸다든가 할 경우에 상담을 하고, 악질적인 사장님이 있으면 그 앞에 몰려가서 데모도 한다. 그런 일들을 한다.

하종강 = 맥도널드 앞에서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청구돼 연이어 기각된 것으로 안다. 그 이야기를 간단히 해 주시라.

구교현 = 맥도널드에서 일하던 우리 조합원 한 분이 지난해 9월에 해고됐는데 그 해고 사유가, 대기업 프렌차이즈 대부분의 사업장들에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 근무시간이 따로 없이 일을 시킨다. 사실상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근무시간이 늘었다 줄었다 고무줄 스케쥴이다. 게다가 오늘 일하기로 약속된 시간이 오후 6시까지인데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4시에 집에 보내고... 이런 걸 ‘꺾기’라고 하는데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저희가 나중에 보니까 맥도널드가 임금을 깎기 위해 정책적으로 이렇게 운영을 하고 있었다. 이런 문제가 발견돼서 우리가 맥도널드 노동자들 실태조사를 해서 ‘꺾기’나 이런 경우를 당한 경험이 있나 물었다. 60% 정도 노동자들이 그런 경험을 했다고 답했고 부당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맥도널드 본사에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더불어서 현재 한국맥도널드가 미국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인데 미국 본사는 올해 시급을 1달러 올렸다. 한국은 지금 최저임금만 주고 있는데 시급도 올려야 한다고 제기했다. 그런 내용을 요구하며 매장을 찾아가 캠페인을 했다. 그러면서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우리 요구사항을 알리는 홍보활동도 진행했다. 그것을 맥도널드 측에서는 불법점거라면서 우리가 한 모든 활동들, 심지어 집회신고를 내고 한 것들까지 다 포함시켜서 영업방해로 걸어서 그걸 갖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판사님도 기가 막히다고 봤던 것 같다.

안진걸 = 취업규칙 이야기가 나왔다. 롯데호텔에서 일했던 청년유니온 조합원 김영 씨라는 분은 총 88일 출근을 했는데 88번 쪼개기 계약을 해서 날마다 근로계약서를 썼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모멸감을 느꼈겠는가? 알바노동자에게도 최소한의 인격적 처우를 해주고, 몇 달 일하더라도 인격적 신뢰를 주고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날마다 계약서를 쓰게 해서 이 분이 88일 째 되는 날 이 사업장에 취업규칙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다음날부터 나오지 말라고 통보를 받았다. 정말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면 바로 이런 부분일 것이다.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취업규칙도 아예 없거나 안 보여주고... 심지어는 방금 쪼개기 계약이라고 했는데 비정규직 2년 내에서도 6번, 8번씩 쪼개기 계약을 하는데 그 분은 88번 쪼개기 계약을 한 거다. 사람들이 이 땅에서 먹고 살려면 아주 정규직으로 고임금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예측가능성과 내가 하루에 몇 시간 일하면 최저임금 이상의 얼마를 벌어서 생활을 설계할 수 있다고 하는 정도는 보장이 돼야 한다. 그게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노동개혁이다. 노동이 더 존중되고 최소한의 정직성과 예측 가능성을 갖고 먹고는 살 수 있는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지금 그렇게 산적한 문제들은 전혀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더 쉽게 해고하겠다, 임금을 더 깎겠다, 취업규칙불이익변경 절차를 더 완화하겠다고 하니까 조직노동자뿐만 아니라 비정규노동자, 알바노동자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 국민들도 노동개혁 보다는 매일같이 불법불공정행위, 반노동행위를 재벌개혁이 더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 재벌개혁을 하면 우리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 더 많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종강 = 자연스럽게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회의에서 몇 마디 한다. 그러면 며칠 뒤에 노동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다. 제 기억에 거의 두 번 정도 데자뷰처럼 되풀이됐다. 지난해 말 12월 22일 그 무렵에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견 경제관계장관 연석회의인가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노동시장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이 벽을 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몇 마디 했다. 그 바로 며칠 뒤에 노동부가 나서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그 중요한 내용이 뭐냐면,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근거가 뭐냐 하면, 기간제 노동자 1,186명, 한 1,200여 명 정도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까 근로계약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가 거의 82.3%나 나왔다면서 비정규직 근로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 주겠다고 했다. 이게 거의 사기에 가까운 표현 아닌가? 비정규직 근로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 주겠다, 이 표현이 뭘 의미하는지 김 변호사께서 말씀해 주시라.

김기덕 = 기간제법에서 2년을 초과해서 계속 사용을 하면 정규직으로, 기간이 없는 노동자로 채용하도록 간주되도록 그렇게 돼 있다. 예전에는 간주조항이 파견법에 있었던 건데, 파견법이 개악이 되면서 노무현 정권 때 노동관계선진화로드맵이라고 해서 2년을 초과해서 사용하면 사용자가 고용의무를 지게 해서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당시 기간제법은 오히려 간주조항으로 바뀌었다. 현재 2년을 초과해서 사용을 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가 되도록 정해놓은 것이다. 그러다보니까 2년을 초과할 만하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들이 그로 인해서 실직의 위험에 노출된다. 설문조사를 하면 자신은 2년을 더 초과해서 일하고 싶다고 할 것이다. 그 답변을 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더 원하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로 계속 일하는 것이고 솔직한 바람일 게다. 그런 바람을 반영해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사용기간을 늘리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4년 간 기간제 노동자로 쓰다가 버릴 수 있게 유예기간을 길게 늘려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 대책을 발표하면서 4년까지 사용하면 어떻게 내쫓겠느냐고,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했다. 그런 취지라면서 자기 합리화를 했다. 오히려 기존의 기간제 노동자 중 2년을 초과해서 써야 할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사용해야 했는데 그런 사람들조차도 이제는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는 현장이 발생할 수 있다.

▲ ⓒ 변백선 기자
안진걸 = 그 설문조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면 여론조사 답변에 상시지속업무는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뽑았어야 했다. 2년 계약직을 원하느냐, 아니면 4년으로 연장되기를 원하느냐 이렇게 물어봤으면 답이 달라졌을 텐데, 그 답지가 없었던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구교현 = 그 때가 장그래 드라마 한참 나올 때여서 젊은이들이 장그래를 두고 함축적으로 표현한 구호가 있었다. 장그래가 정규직 시켜달라고 했지, 언제 4년으로 기간 늘려달라고 했냐, 이런 구호가 굉장히 설득력 있었다.

하종강 = 그러니까 설문조사를 할 때 정규직 되기를 원하냐, 4년 연장되기를 원하냐 이렇게 물었어야 하는 것이다.

안진걸 = 참여연대가 이 문제 관련해 따로 설문조사를 했다. 압도적인 답변이 상시지속업무는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뽑았어야 한다, 이거였다. 이 문구를 넣으니까 이 답변이 1등으로 나왔다. 그 다음이 2년보다는 4년 연장을 원한다는 거였다. 2년 만에 잘리는 것 보다는 그나마 조금 더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뽑는 게 맞고, 예외적으로만 비정규직을 써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 답지 없이 2년 다닐래, 4년 다닐래, 그러면 4년이라도 다니겠다고 하는 것이다. 얼마나 고용이 불안한 시대인가. 고용노동부가 참 나쁜 짓을 한 것이다.

하종강 = 참여정부에서 우리가 지금 비정규직법이라고 부르는 법을 개정할 때 노동계 일부에서 2년이 될 때마다 비정규직이 다시 되는 것을 반복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굉장히 쉬운 입법정치가 있다고 했다. 그 2년이 초과될 경우라는 조항을 노동자 개인에게 적용하는 조항으로 만들지 말고, 그 직책, 그 일자리에 적용하는 조항으로 만들라고 했다. 그러면 사람이 바뀌어도 일단 상시적으로 채용하는 직책은 정규직으로 뽑을 수밖에 없게 될 거 아니냐, 이런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정부가 이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만 되면 해결될 수 있는 거 아닌가?

김기덕 = 많은 부분 해결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고 노동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보면 그 중의 많은 부분들이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노무현 정권 때 노사관계선진화로드맵에서 정한 많은 것들이 다시 종합돼서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고 발표했지만 그 많은 부분들이 정규직에 대한 대책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비정규직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낮춰서 비정규직과의 차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고 하는 격차가 크니까 문제가 되니까, 정규직의 권리를 삭감하면 자연스럽게 비정규직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 해서 그걸 핵심으로 해서 발표가 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그 뒤에도 계속해서 임금피크제다, 쉬운 해고다, 이것이 다 정규직에 대한 권리삭감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일관된 흐름이 있다. 정규직 권리삭감을 통해 비정규직과의 격차를 줄여서 굳이 비정규직을 사용할 필요 없이 얼마든지 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종강 = 비정규직의 낮은 노동조건을 높여서 상향평등화를 해야지, 정규직 노동조건이 비정규직 보다 상대적으로 낫다고 해서 비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향평준화를 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김기덕 = 그렇다. 그래서 계속 꺼내는 카드가 노동귀족, 틈만 나면 이런 이야기를 해 온 것이다.

하종강 = 그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최저임금 이야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자.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올해는 다른 해와 양상이 달랐다. 제가 노동문제 관련한 일을 30년 넘게 하고 있는데 노동부장관이나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이번에 타이밍이 굉장히 좋다고 했고, 또 실제로 청년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당사자로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 참여도 했다. 그러다 보니까 사용자 측에서도 당사자를 참여시키겠다고 해서 영세자영업자 대표들이 참여를 했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시간 당 1만원 운동을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서 사회 각 단체와 정당이 다 결합해서 벌였다. 저는 그 진행과정을 보면서 시간 당 1만원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두 자리 수 이상은 되겠다, 그랬는데 안 됐다. 8% 정도에 머물렀다. 청년 알바노동자들이 처한 상황,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 또 최근 한 통계를 보니까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 비율이 가장 많다는 데이터도 나왔다. 이번에 최저임금이 책정되는 과정을 보면서 청년알바노동자 입장은 어떠한가?

구교현 = 청년들이 자신의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아르바이트밖에 없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최저임금 제도의 역설적인 문제라고도 생각하는데 최저임금 제도가 있다 보니 딱 최저임금만 주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이 청년노동자들의 소득을 100% 결정해 버린다. 학비도 오르고, 집세도 오르고, 각종 생활비들은 인상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수준은 사실상 생활 물가 인상률 수준밖에 오르지 않았다. OECD 기준이든 뭐든 실제 단신근로자 생계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조건이었다. 최저임금 1만원운동을 저희도 2년 전부터 해 왔다. 최저임금 1만원 운동에 대해서 초기에는 반응이 별로 없었고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 더 컸다. 시간이 지나고 올해도 또 더 많은 사람들이 1만원을 이야기하니까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분위기를 사람들이 느낀 것 같다. 우호적인 분위기도 형성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하종강 = 중소영세자영업자들도 노동자들과 함께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집회도 하고 기자회견도 하면서 소상공인들을 울리는 것은 최저임금이 아니고 비싼 임대료다, 건물주의 횡포, 대기업의 수탈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했다. 예전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영세자영업자가 노동자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있었다. 성남시는 최저임금에 934원을 추가해서 생활임금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선진적인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시의 재정으로 충분히 가능한 건데 국가 단위로 시행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김기덕 =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들에서조차 최저임금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만들고 나서 비로소 최저임금을 받게 됐다고 한다. 또 실제 제가 대구에서 임금 소송을 하는 사업장을 보면, 딱 최저임금이다. 제조업이고 10년 근속했는데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에서 100원, 200원 이상 오르지 않는다. 얼마 전에 상담을 한 대형유통업체는 40~50대 여성노동자들이 일하는 사업장인데 임금이 딱 최저임금이다. 10년 근속해도 하나도 인상이 안 되고 최저임금이다. 한 달 임금이 110~12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그 노동자들은 임금협상을 통해 올해 임금에서 500원 인상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열악한데 그 원인이 도대체 뭘까. 노동조합이 교섭력을 못 갖고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이건 알바노조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사업장들을 노동조합이 다 찾아가서 교섭을 하고 투쟁을 하고 그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남은 과제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자들 스스로 조직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 변백선 기자

하종강 = 이제 오늘의 본론으로 들어간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에 대국민 담화를 했다. 대국민 담화라기보다 대국민 지시다, 몇 십 분에 걸친 대국민 지시였다 라고 한 언론이 기사 제목을 뽑았다. 그 제목이 ‘경제 재도약을 위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었다. 4대 구조개혁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했지만, 그것이 공공, 노동, 금융, 교육인데 노동개혁에 대해 절반 정도 시간을 할애했고 나머지 3대 개혁에 대해서 절반 시간 동안 조금씩 다뤘다. 한 마디로 앙심을 품고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이야기한 건데 이렇게 시작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입니다. 노동개혁은 일자리입니다. 노동개혁 없이는 청년들의 절망도, 비정규직의 고통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시작했다. 그러면서 롯데 재벌 문제라든가 국정원 해킹사건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이런 표현을 썼다. “우리의 아들딸들을 위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고 하면서 그 결단이 임금피크제, 직무성과급제, 노동유연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들을 위해서 기성세대가 노동자들의 임금피크제와 성과급제로 임금을 낮춰야 되고, 쉬운 해고를 받아들여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일 수 있게 양보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마치 청년실업에 대해 굉장히 마음 아파 하지만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부모 세대인 노동자들의 양보에 달려있다, 이런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안진걸 처장부터 이야기해 주시라.

안진걸 = 민주당에서 내건 현수막이 그거다. “아버지 월급 깎아서 내 일자리 만든다구요?” 이게 지금 화두가 되고 있다. 저는 그것도 너무 온건한 표현인 것 같다. 정규직을 완전히 비정규직 수준으로 다운시켜 버리려 하는 것이다. 사실 정규직을 쓰는 부담을 없게 한다고 해서정규직으로 뽑을 지도 만무하지만,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서 언제든지 저성과자나 미운 놈은 저성과자로 몰아서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거니까, 사용자들에게 굳이 정규직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임금도 깎을 수 있게 해주고, 취업규칙도 얼마든지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게 해주마, 이런 거다. 저는 그걸 보면서 아, 아버지 어머니를 쉽게 해고시킨 다음에 청년 일자리를 몇 개 주겠다고 하는 꼴이나 다름없는데, 구나, 지금 우리 국민이 힘들어하고 양극화가 심각해진 것은 가계소득, 함께 살고 있는 식구들의 소득, 가계소득이나 가처분소득이 줄어서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빚만 늘고 전혀 해법이 아니다. 엄마 아빠도 제값 받고 노동을 해야 되고, 거기다 청년들 일자리까지 어떻게 추가로 확보할 것인가, 하면 노동시간 단축이나 청년고용 할당제 같은 이미 사회적으로 제시된 여러 가지 해법이 있다. 또 법인세 인상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증대라든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라든지, 또 30대 재벌이 710조나 가지고 있는 사내유보금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그냥 사용자들이 말한 민원을 들어주려고 어느 순간 갑자기 임금피크제와 청년고용을 들고 나왔다. 이 두 가지는 우리나라에서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임금피크제를 강요하는 문구에 “청년고용을 위하여”란 문구가 들어갔다. 처음부터 청년고용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용자의 민원을 들어줘야겠는데 여의치 않으니까 청년고용을 억지로 집어넣어서 사실상 부모와 자식을싸움 붙이는 꼴이 됐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나중에 지금의 경제정책 민생정책 총체적 파탄이나 실패했다고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실제 그렇게 평가받고 있는데 노동개혁이 실패해서 그렇게 됐다고, 야권과 노동계와 알바노조, 참여연대 같은 놈들 때문에 경제위기가 심화된 거라고 면피하려고 하는 작전까지 깃들어 있는 게 아닌가 보여진다. 그래서 더 괘씸하다. 그런 의도가 역력하니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하종강 = 한 신문 사설에 그런 표현이 있었다. “임금피크제를 한다고 재계가 청년고용을 늘릴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문제는 실질 효과와 상관없이 임금피크제를 안 하면 청년고용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공포감이 상당수 국민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거다. 노동계는 전술적으로라도 임금피크제를 고민해야 되는 것 아닐까.” 이런 제언을 우리가 진보언론으로 알고 있는 한 신문 사설에서 했다. 어떤 사람이 SNS에 쓴 글을 보니까 자기 대학생 아들에게 실제로 그러냐고 물었다는 거다. 그랬더니 “내 친구들 다 그렇게 생각해요. 똥차가 앞을 막고 있어서 새 차가 못가고 있다고...” 이 칼럼을 쓴 분은 정말 나쁜 정부라고 이야기 했다. 실제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을 창출하지 못할 거라는 것이 학문적인 여러 가지 연구결과로도 나왔는데 정서 속에는 대기업 정규직 고임금 노동자들 때문에 청년실업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정서가 실제 존재한다는 거다. 청년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 어떤가?

구교현 = 청년들의 바람이 뭐냐 이런 거부터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지금 청년실업이 심각한 이유는 일자리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다기보다는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수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임금이 높고 고용은 안정된 그런 일자리를 당연히 바라는 것인데, 지금 정부의 노동개혁이라는 게 임금도 깎고 고용도 불안정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건 청년들이 통과해야 하는 바늘구멍조차도 더 좁게 만들어 버리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 보통 취업준비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다. 취업준비생들이 평생 아르바이트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내가 좋은 직장 갈거다 이런 건데 사실상 그러면서 3년째 4년째 5년째 알바를 하는 거다. 현재 상태로 보면 그냥 알바를 하면서 살 것 같은 게 문제다. 실제 청년들이 무엇을 바라느냐에서부터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정부도 일자리 미스네칭이라고 하면서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청년들이 중소기업 안 가는 이유는 모두 비정규직이고 임금이 낮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면 그런 일자리를 어떻게 좋게 만들 건가를 이야기하는 게 아주 상식적인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중소기업 임금을 대폭 올려야 하고 그러려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는 거다.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올릴 수 있도록 대기업 시스템도 납품단가를 올린다든지 이렇게 바꿔야 한다. 그것이 사실 굉장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인 건데 그 이야기를 쏙 빼버리고 일자리 미스메칭 이라고 해서 열심히 기술기능교육 시키겠다고 하는건 그건 대책이 될 수 없다. 그건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다. 지금 청년들이 볼 때 일자리 문제가 당장의 대안이 없고 하니까 일정한 선택 기준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당장 아버지 어머니 일자리를 줄여서 내 일자리를 만든다 하는 것에 대한 설득 구조가 있는데, 그건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확인될 수 있는 문제다. 임금피크제가 과연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는가 하는 문제는 정부가 지금 밀어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실효성이 없다는 게 금방 드러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했다. 정부가 계속 그렇게 말하면서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노동시장 유연화하고 비정규직을 늘려온 것이 사실은 청년실업을 초래했다고 지적을 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가 그것을 알아야 한다.

하종강 = 눈높이를 낮추라는 이야기를 이명박 대통령이 청년실업 문제가 나올 때마다 했다. 너무 눈높이가 높아서 수도권 대기업에게만 집중이 되기 때문에 청년실업 현상이 발생하고 지방의 중소기업으로 찾아가면 해소될 거다, 이렇게 말했는데 그 무렵에 제가 한 고등학교의 취업담당 교사를 만났다. 그 분 하시는 말씀이 시골 농공단지에 있는 공장에 제자들을 취업시키려고 데리고 갔다는 거다. 거기 공장장이 하는 말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내심이 없어서 4년을 못 버틴다고 흉을 보더란다. 그 공장의 허름한 기숙사 방에 청소년 4명을 데려다 놓고 슈퍼마켓 하나 없는 동네에서 걸어서 나오는데 거기서 4년을 있으라는 건 죽으라는 것처럼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얘들한테 여기서 4년을 버티라는 건 죽으라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청년들이 갈 만하고 갈 수 있는 일자리를 지방에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대학 졸업하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 달 뼈 빠지게 일하고 최저임금 겨우 받는 그런 직장에 누가 가고 싶겠나.

▲ ⓒ 변백선 기자
구교현 = 일정정도 정부가 성공한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청년실업 문제는 늘 있었던 것이고 계속 심화돼 온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이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먼저 선도적으로 대안을 내고 대책을 요구하면서 싸워야 하는 주체가 노동계였다. 따지고 보면 노동계에서 청년실업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전혀 안 나온 건 아니나 더 중요한 건 당장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 현안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큰 시대변화에 따른 요구들에 맞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는 못했다고 본다. 그런 과정에서 정부가 그 허점을 파고 든 거고, 일정한 설득논리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임금피크제도 노동자들 입장에서 이건 생존권 문제다, 부당하다, 이렇게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각도로 청년실업에 대한 우리 입장은 뭐다, 이렇게 하자고 대안을 내놓고 싸워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방송 등 언론을 통해 계속 쏟아내는데 그동안 해 온 대로 해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문제인가 싶다.

하종강 = 의제를 선점해서 효과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기덕 변호사께서 예전에 쓰신 글들을 보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귀족노동자라면서 기득권 노동자로 막 공격할 때 ‘대기업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향상돼야 사회가 발전하는 방향이다, 그걸 나쁘게 봐선 안 된다’고 하셨다. 그때까지 저는 그렇게 선명하게 쓴 글을 본 적이 없었다. ‘대기업 노동자의 기득권’이란 표현, ‘귀족노동자’라는 표현 자체가 저는 자본주의 계급 구조를 보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대기업 노동자의 기득권이 줄어야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정서의 잘못된 점을 대기업 노동자의 권리가 향상되는 것이 왜 사회가 진보하는 것인지 연결시켜서 설명해 주시라.

김기덕 = 그에 앞서 대국민담화에 대해 말씀하셨다. 노동개혁과 관련해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담화를 했다. 임금피크제, 성과급제, 노동유연화, 큰 줄기로 보면 이런 것들이고 그것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된 핵심적인 내용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하면서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고, 성과급제도 결국 연봉제나 성과주의 임금 제도를 도입해서 근속에 따라 자동으로 호봉이 올라가는 연공급제를 개악하겠다는 취지다. 또 하나가 노동유연화, 해고를 쉽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해고를 쉽게 한다고 해봐야 기존의 노동자를 해고한 뒤에 새로운 노동자를 채용한다는 거니까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또 성과급주의 임금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노동자들에게 지급할 총액이 기존의 임금 수준에서 변함이 없다고 한다면 거기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임금피크제 이 부분은 만들어질 것도 같다. 왜냐하면 임금피크제는 임금을 삭감하는 거니까 사용자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임금으로 돌아갈 몫을 절반만 지급하고 나머지 한 명에게 용할 수 있으니까 새로운 일자리를 하나 더 뽑을 수 있으니까... 이렇게  볼 수 있겠지만 정부가 그렇게 깎을 수도 없고, 정년연장을 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 기존에 있는 노동자들 정년을 연장하면서 거기서 임금을 깎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 무슨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없는 거다. 정년연장을 하면 기존의 일자리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줄어드는 것을 조금 덜 줄어들게 하겠다, 하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일자리정책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일자리 창출제도로 계속해서 들고 나오는 게 문제다. 담화문 발표 이후에 고용노동부장관이 나온 토론회를 지켜봤는데 노동부장관이 임금피크제가 계속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는데 거기서도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임금피크제가 일자리 창출과 연결될 수 있는 거는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 관련 대책을 지난 5월에 발표했는데 예산책정을 해서 임금 총액을 맞추고, 그러러면 기존의 임금을 깎아야 새로 신규채용이 가능해지니까 거기에 연동을 시켜서 그런 사업장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그나마 몇 명이라도 신규채용이 새길 거 아닌가. 그런 식으로 압박하면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봐야 공공기관에서 몇 천 정도 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자리가 생길 수는 있겠다. 그런데 이렇게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고 절박한 거라면 정부가 그런 식으로 공공기관에 맡기면 안 된다.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공공사업을 추진하던지 해서 예전의 그 뉴딜 정책처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책이라고 꺼내들고 있는 카드들을 보면 정부가 청년실업이나 일자리 창출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본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 기존의 일자리를 나눌 수밖에 없다. 국가가 나서서 사용자 재벌들에게 너희들 공장 짓고 신규채용 하라고 강제하지 못한다면 기존의 일자리를 쪼개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의 방법이 불가능하고 할 의지가 없다면 후자라도 하는 수밖에 없다. 후자는 기존의 일자리를 나누는 건데 나누는 방법이 존재한다고 우리는 본다. 뭐냐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국가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료상으로 보면 최근까지도 2,160시간 정도 된다. 근로기준법이 정한대로 주 40시간만 일하고, 연차휴가 사용하고, 근로자의 날 쉬고, 그래서 일반적인 노동자가 법이 정한 노동시간만 일한다고 하면 제가 볼 때는 1,700시간이 안 넘는다. 그렇게 하면 OECD 평균 노동시간이 나온다. 그렇게 법정근로시간만 일하면 되는데 400시간 500시간 가까이 초과해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초과해서 일하던 400시간 500시간 일하던 걸 갖고 일자리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하종강 = 어떤 연구를 보니까 30대 대기업의 노동시간만 그런 식으로 단축을 해도 2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다.

김기덕 = 여기 책을 한 권 가져왔다. 노동연구원에서 발주해서 2011년 12월에 발간된 책자다. ‘장시간 노동과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해서 노동전문가들이 분석해 놓은 자료다. 여기 보면 아까 제가 말한 그런 식으로 해서 법정노동시간만 일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190만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분석한 결과가 나와 있다. 이대로 법대로 그냥 하면 된다.

하종강 = 그 방식 외에도 일자리를 효과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안진걸 = 굉장히 핵심적이고 중요한 대책을 김 변호사께서 말씀해 주셨다. 박근혜정권이 청년을 진짜 많이 사랑하는 것처럼 계속 거짓말을 하니까 청년은 최근에 등장한 레퍼토리라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그 전에는 임금피크제나 노동개혁을 이야기할 때 청년을 말한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갑자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려야 된다고, 하고 임금피크제도 논란이 되니까 그 때 가서 청년을 끌어다 붙인 것이다. 그래서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 전에 이명박 김무성 박근혜 이 세 사람이 일관된 태도는 청년 눈높이 낮추라는 것과 악덕자본가인지 알고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이게 그 사람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였다. 박근혜의 태도는 중동에 가라는 것이었다. 칠레에 가서도 우리 청년들 일자리 좀 달라고 했다. 그래서 국민적 풍자의 대상이 됐다. 마치 청년일자리의 투사인양 그러지만 박근혜정권은 청년일자리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엉뚱한 소리만 지껄여 왔다. 최근에는 푸드트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서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한 다음에 학내 푸드트렉에 대한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4년제 2년제 학생들이 우리가 푸드트렉 만들어서 장사하려고 학교 다녔냐고 했다. 푸드트렉을 폄하하는 게 아니고 푸드트렉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줘야 하지만 일반적인 대책이 될 수 없는 걸 갖고 그러니까 풍자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팩트만 추적해도 청년고용에 대하 진지한 고민을 통해 나온 대책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박근혜가 전경련에 한 번 가고 셔틀처럼 2013년 8월 18일 재벌총수들이 청와대에 들어간다.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때 경제민주화 셀프 종료 선언하고, 경제민주화 과잉하면 안 된다는 말도 하고, 이날 조양호가 학교 앞에 호텔 짓게 해 달라고 했고 이 날이 아주 중요한 날이다. 이 날 이후로 기조가 완전히 바뀌어서 청와대가 일종의 재벌 대기업 민원 해결 기관으로 전락했다. 그때부터 사용자들을 위한 일만 하고 그래야만 경제가 산다는 잘못된 이야기를 하는 건데, 여의치가 않으니까 이걸 청년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작전을 바꾼 거다. 그래서 그 전에는 없던 청년을 꺼내서 모든 물량을 쏟아 부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일간지 광고도 그렇고, 가는 데마다 청년을 위해서 한다고 현수막을 붙여놨으니까 일각에서는 헷갈릴 법도 하다. 청년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니까 저 말에도 일리가 있나 보다 하는 것이다. 일관되게 청년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황당한 대책으로 일관하다 이번에 사용자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 갖다 붙인 흔적이 너무나 역력하다. 두 번째 그 대책이란 것도 입법조사처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임금피크제를 실시한 공기업과 실시하지 않은 공기업을 보니까 청년 고용에 대한 차별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공공부문의 청년고용 할당제 3% 때문에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강제조항이 실효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말 청년고용을 걱정했으면 김기덕 변호사 말씀처럼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300인 이상의 대기업들은 여력이 충분하니까 청년고용 할당제를 실시하게 했어야 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대안인데 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없고, 이번에 노동시간 단축 딱 하나 나온다. 안 그래도 연장근로가 불분명했는데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킨다는 거 그거 하나를 대책으로 내놨다. 일개 노동부 관료가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서 휴일근로는 연장근로가 아닌 것으로 했는데 그간에 너무 말이 안 되니까 그거 하나 내놨는데 그건 단축 효과 별로 없을 것이다. 재벌개혁을 통해서, 또 정부의 인식전환을 통해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노동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해야 한다. 300인 이상의 대벌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고용에 대한 책임을 져라, 사내유보금을 거기에 써라, 정부가 이렇게 나와야 한다. 이게 해법이다.

하종강 = 30대 재벌이 가지고 있는 사내유보금이 710조라고 하지 않는가.

안진걸 = 그렇다. 10대 재벌이 600조, 30대 재벌이 710조를 쌓아두고 있다.

하종강 = 그 중 1%인 7조원만 사회 환원을 해도 약 3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청년고용 할당제로 3%를 하면 7만개 정도가 창출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재벌대기업의 법인세를 원상회복하면, 얼마 전에 한 토론회에서 한 의원이 하는 말이, 지난 5년 간 삼성이 7조 8천억 세금을 내야 하는데 감면받은 액수가 6조 7천억원 이라는 거다. 삼성이 내야 할 법인세 86%를 감면해주고, 국민이 그걸 대신 내준 거고, 중소기업들이 대신 부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런 법인세를 원상회복하는 것만으로 10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또 기업 분리과세를 하면 그것으로도 10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안진걸 씨 지적대로 재벌개혁을 해서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지,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저하시키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기덕 변호사 말씀하신, 노동부 관계자 등이 모였던 그 전문가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 중에 이런 것도 있었다. 기간제 노동자가 사용기간이 2년인데 이걸 35세 이상에게는 평생 기간제로 살게 하겠다, 지금까지는 4년으로 늘리겠다고 하다가 35세 이상은 평생 기간제로 일할 수 있게 하겠다는 주장을 했고, 32개 업종으로 돼 있는 파견법에 대해서 55세 이상과 고소득 전문직에게는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을 비롯해서 모든 업종에 파견이 가능하도록 하겠다, 이런 내용들이 있다. 한 단체에서는 결국 이런 노동개악은 청년일 때는 알바로 떠돌다가, 35세 이상이 되면 계약직 노동자로 일하고, 55세가 넘으면 파견직 노동자로 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덕 =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말씀하셨다. 제가 볼 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고 해서 법적이 제한과 강제 장치가 없는데 들을 리가 없다. 시늉은 할 지 모르겠다. 사회적 책임을 기업에 강제하는 것은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청년고용을 할당제로 해서 그런 법을 만들어 시행하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적 책임을 굳이 강조할 필요 없이 기업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 투자하면 될 일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30대 재벌 계열사를 합한 것만 해도 사내유보금이 710조라고 하니까 투자할 여력은 얼마든지 충분하다. 그리고 정부가 지난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계속 문제 삼은 것이 연공급제 임금 제도 아닌가. 초임에 비해서 마지막 최고 수준의 임금이 2.8배, 3배에 해당된다, OECD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는 건 전혀 아니다. 그렇다고 하면 이게 뭘 의미하는가. 초임이 그만큼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걸 반증한다. 그러면 사내유보금으로 새로 공장을 짓고 기업을 만들어서 신규채용을 하면 그만큼 인건비가 가장 낮은 수준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거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그보다 더 나은 이익이 없다. 제가 볼 때 연공급제 임금제도가 최고다. 최근에 광주광역시에서 기업을 유치하겠다면서 ‘광주형 일자리’ 정책을 발표했다. 굳이 그렇게 장황하게 할 필요도 없다. 신규채용을 하면 현대차, 기아차 노동자라고 해도 임금이 얼마 안 된다. 제가 통상임금 소송이니 임금 소송을 해봐서 안다. 급여 명세서를 다 들여다봐서 안다. 20년 30년 장기근속한 노동자들이 시급으로 따지면 만원이 안 된다. 거기에 각종 성과급, 수당 등을 합해서 겨우 맞춰지는 것이다. 결국은 잔업, 특근을 해서 받는 걸 갖고 귀족노동자라고 생산직 노동자들을 매도한다. 생산직이 1억을 벌면 왜 안 되는가. 1억 받는 노동자들 생활을 보면 근로시간이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 이상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대졸 청년들에게 거기 가서 일하라고 하면 그렇게 일하기 정말 힘들다. 그 늙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걸 보면 법정근로시간의 배라고 보면 된다. 배 이상이라도 보면 된다. 실제 가산노동까지 포함하면 그렇다. 예전에는 그걸 주야 맞교대로 했다. 11시간 넘게 주야 맞교대로 토요일 일요일도 나와서 상시적으로 일하면서 뺑뺑이를 돌았다. 그렇게 해서 노동자들이 임금 받는 걸 갖고 고액이라고 문제를 삼는다. 정확히 고액이라고 하려면 가산분 다 빼고 순수하게 주간만 40시간 일하고 나머지 휴일, 휴가 정해진 대로 다 쉬었을 때 그 노동자가 얼마를 받는지를 봐야 한다. 제가 볼 때 그렇게 따지면 아무리 30년 근속을 했고, 현대차 기아차 대공장 정규직이라고 해도 5천만원이 안 넘는다.

하종강 = 그 1억이라고 하는 금액이 자녀학자금도 포함해서 그 정도 되는 거라고 한다. 자녀가 대학에 가면 등록금을 받으니까 그것까지 포함된 것이다.

김기덕 = 기업이 공장 지어서 투자를 하면 된다. OECD 국가 어느 나라보다 인건비가 가장 낮은 수준에서 생산을 할 수 있다.

안진걸 = 민주노총과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이 말만으로 안 되니까 노동시간단축특별법, 청년고용할당제법 등 국회에 제출은 해놨다. 통과가 안 된다.

김기덕 = 제가 보기에 노동조합,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그런 법을 만들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사업장에서 법정근로시간만 일하면 된다. 내일부터라도 그렇게 운영하면 된다. 법이 주 40시간만 일하라고 했다. 주 40시간 법정근로만 하라고 근로기준법에 있지 않은가. 그러면 190만개 일자리는 저절로 생긴다. 그걸 스스로 안 하면서 노동시간단축특별법을 만들자고 하는가. 그건 정말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국가가 나서서 근로감독관을 대서 해결할 문제인 것이다.

하종강 = 노동조합이 그렇게 주장을 해줘야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이 그런 혜택을 받지 않겠는가.

김기덕 = 우리가 당장 의지를 갖고 행동하면 된다. 그것이 가장 적극적인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의 대응이라고 본다.

하종강 = 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치며 싸우는 걸 보고 어떤 비정규직이 “난 1년 계약직인데 그럼 1년마다 부활하는 건가?” 하고 비웃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너희들은 해고될 가능성이 없는 정규직인데 가증스럽게 무슨 해고는 살인이다, 이러고 싸우냐, 나 같은 비정규직은 1년마다 사형당하고 부활한다는 거냐?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규직 노동자가 그렇게 싸워줘야 비정규직과 영세하청노동자들 권리도 지켜지는 거고, 실제 쌍용자동차에서는 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된 뒤에 가족까지 포함해서 20명 이상 죽었다. 그렇게 실제 죽는 노동자가 있는데 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는 살인이라고 했다고 해서 그걸 가증스러운 주장이라고 하는 건 지나친 시각이라고 본다.

김기덕 = 지금 우리 사회는 법 아니면 개악이다. 그렇다고 하면 노동개악은 최저기준은 국가가 법으로 맞춰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최저임금법이니, 노동시간 관련해 법정근로시간이니 해서 연장근로가 12시간이고 휴일근로가 어쩌니 하는 그런 제도로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것이다. 그 이상에 해당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사용자를 상대로 해서 협상을 해서 힘과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다. 그게 지금 이 세상의 법이고, 세상의 노동관계를 조율하는 질서인 것이다. 그 질서를 헌법에도 명시를 해놨다. 그게 노동기본권이라고 해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단체교섭을 하고 그걸 관철하기 위해 단체행동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건 뭔가? 법이 정한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임금을 정하도록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설득해서 싸워 쟁취하라는 거고, 그동안 법보다 나은 수준에서 정규직의 임금조건을 쟁취한 것이다. 노동시간과 관련해서도 어쨌든 향상시켜 왔다. 해고도 협약을 통해서, 사용자가 마음대로 해고하지 못하게 단체협약으로 쌓아온 것이다. 그게 하나의 어떤 질서인데 그걸 모두 무너뜨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쉬운 해고, 임금도 임금피크제니 해서 낮추겠다, 이러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이 정부, 국가가 헌법이 보장하는 우리 세상의 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본다.

하종강 = 구교현 위원장께서 청년노동자 입장에서 청년고용 할당제도 포함해 노동개혁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해 달라.

구교현 = 임금피크제 경우는 오늘 기사를 보니까 정년까지 가는 노동자들이 10명 중 1명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사회에서 정년연장을 전제로 한 임금피크제가 무슨 효과가 있겠나 싶다. 정년이 문제가 아니라 50세를 넘어서면 기업 내에서 승진을 못하면 나가야 되는 상황이 되고, 임원으로 승진을 하더라고 계약직이기 때문에 더 높이 경영진급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못하는 한 해고 위험에서 비껴갈 수 없다고 한다. 정부가 계속 강조해서 청년문제가 중심 이슈로 부각되긴 했지만 노동시장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50세가 넘어 일자리를 잃고 쫓겨난다고 하면 그분이 갈 곳은 자영업을 하기도 하고 실제 요즘 보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들어오기도 하는데 계속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녀들은 학교 다니고 있거나 여전히 취업을 못하고 있고, 본인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들의 고용을 할당해서 일정정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청년들 입장에서 보면 당장은 일정한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전체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문제로 봤을 때는 과연 이게 해결책이 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청년고용할당제를 한다고 해서 전체 일자리 수가 늘지는 않는다. 파이를 어떻게 얼마나 키울 거냐가 아니라, 결국 정해진 파이를 가지고 어느 쪽에 나눠줄 거냐, 이런 거다. 우리는 이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재벌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행법으로 그럴 수가 없으니, 대안은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본다.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대폭 올려서 그걸 통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던, 좋은 중소기업 일자리를 만들던, 그런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긍정적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임금이 시급은 굉장히 낮고, 수당은 높고, 노동시간은 긴 것이 문제다. 우리 사회 노동개혁 관련해 가장 우선 과제는 최저임금 1만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라고 본다. 그것이 청년뿐만 아니라 전체 세대에게 필요한 문제일 것이다.

안진걸 = 우리 진보개혁 그룹에서 제시하는 대안이 박근혜정권이나 사용자단체가 주장하는 것 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노동개혁이던,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던, 법인세 인상이던. 대안 중 하나가 빠진 게 있는데 우리가 주장한 게 아니라 정운찬 전 총리는 재벌대기업의 공유해야 된다고 했다. 이 분 주장은 노동자들에게도 주고, 중소기업 협력업체에게도 주자는 건데, 그것이 바로 고용으로 이어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주어진 일자리에서 어른들 몰아내고 청년들 고용하는 것,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것, 정규직을 해고시키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초과이윤을 나누는 문제는 초대 제헌헌법에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 어떤 한 가지가 우리에게 구세주로 다가오기는 어렵다. 노동시간 단축, 청년고용할당제, 초과이익 공유제, 사내유보금에 대한 개혁, 법인세 인상 등 다각적인 조치들을 계속 주창함으로써, 저들의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청년고용 해결책은 해결책이 아니니, 이익을 독점하고 있는 재벌대기업 집단이 개혁하고 나눔으로써 국민 대다수의 이익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그것이 진짜 개혁이다.

하종강 = 특별히 진보적인 경제학이 아니라 시장경제에서도 이런 처방들이 사회에 유익하다고 한다. 다른 나라가 노동소득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을 우리나라만 포함시키는 것이 있다. 자영업자 소득이다. 자영업자 비율도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몇 배 높은데, 우리는 노동소득이 너무 낮으니까 자영업자 소득을 노동소득에 포함시켜서 산출한다. 그럴 때 심각한 문제는 국내총생산은 세계 10위권이고 지금 떨어져서 14위권인데 노동소득 비중은 가장 낮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갈수록 노동소득 비중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 경제가 한 방에 날아갈 수도 있고, 단군 이래 한국경제가 가장 잘 나갔다는 과거 경제성장 시기가 있었다. 그 때 한 20년 정도 때는 통계를 보니까 가계소득, 기업소득, 나라 총소득이 비슷하게 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가계소득과 노동소득에 비해 기업소득이 지나치게 높았다. 경제 성장의 성과를 너무 기업만 가져가고 있는 것이 데이터로 나타난다. 이런 경제가 가진 불균형, 양극화의 문제도 오늘 우리가 이야기한 여러 처방들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김기덕 변호사께서 오늘 정리발언 해주시라.

김기덕 =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면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관련 좌담의 주제가 왜 재벌개혁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왔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일자리 문제라고 말하는데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건 노동자 권리를 삭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삭감한 뒤에 일자리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될 거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고 그것이 우리 비판의 주된 내용이다. 재벌대기업의 다단계 하청구조 안에서 중소사업장이 원청 대기업에 의해 단가 조절 등을 당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여력이 안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좋은 일자리가 가능하다, 이런 것이 깔려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라든지 대책을 마련해서 해소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직접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든다. 정부와 자본이 노동개혁을 주장하니까 노동계는 그 맞대응으로 재벌개혁이다, 개혁 대상이 노동이 아니라 재벌이라고 제기하고 있다. 저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 서두에 이야기된 것처럼 전교조 문제라든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이런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 문제를 당연히 해결해야 한다. 또 최저임금 문제라든지, 비정규직 문제, 기간제법, 파견법의 현재 문제 등이 심각한데 법을 개정해서 비정규직을 규제하고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그렇게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노동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하종강 = 통계를 보니까 전 세계 대부분 나라들이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자살률은 내려가게 돼 있다.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자살률은 내려가서 국민소득과 자살률 그래프가 X자 구도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만 유일하게 국민소득이 올라가도 자살률이 비례해 같이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그 통계를 눈으로 보니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경제가 성장한 성과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너무 기업에게 부자들에게만 돌아가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정부 통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니까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아무리 수출을 많이 해도 전체 국민의 60%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한다. 소득 상위 40%까지는 영향을 미치다가 60%부터는 그 영향이 사라진다고 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대기업 수출이 증가하는 것에 비례해서 소득을 빼앗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오늘 우리가 이야기한 많은 처방들이 노동자가 정당한 권리를 가짐으로 해서 우리 사회 전체가 올바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특별히 대단한 주장을 한 것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시키자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각자가 자신이 속한 곳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과제를 던지며 오늘 좌담을 마친다.


정리 = 홍미리 민주노총 교육선전국장
사진 = 변백선 민주노총 교육선전차장


※ 이 좌담회는 분량을 줄여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 558호_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투쟁 특별판 종이신문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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