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변백선 기자

정부가 조선, 해운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자본출자 형태로 지원하겠다고 하는 '한국형 양적완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노동ㆍ정당ㆍ시민사회단체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정의당, 금융전의연대, 참여연대 등의 단체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노동자 구조조정용 양적완화 추진 중단과 재벌총수와 경영진, 대주주의 부실 경영 책임을 물을것을 촉구했다.

이윤경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양적완화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법안이 통과해야 함에도 총선에서 여소야대 결과로 인해 그들의 뜻대로 할 수 없으니 한국은행을 동원해 그 불실된 기업의 채권들을 사들이이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을 한국형 양적완화라고 하고 있다. 재벌들을 도와주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로 길거리로 내몰 수 밖에 없는 이 양적완화를 동의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 양적완화 정책을 잘못쓰면 되돌릴 수 없다. 그 책임은 온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20년전의 IMF를 기억해보자. 정부의 외환관리를 초보적이고 무능한 정책으로 국가를 탕진하는 사태를 직면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금을 모았다. 하지만 한 해 지나고 정리해고 파견법이 도입됐다. 약 20년동안 우리 사회가 나아졌나"라며 "정리해고가 난무하고 비정규직이 1천만이 넘는 이 시대에 결국 국가의 책임이지만 또 다시 재벌의 책임을 묻지 않고 이런 정책을 벌인다면 재앙은 되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본래 양적완화는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초저금리 상태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다양한 금융자산 매입을 통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이라며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추진을 목적으로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발권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본래적 의미의 양적완화와는 거리가 멀고 사실상 재벌에 대한 구제금융"이라고 지적했다.

김형탁 정의당 부대표는 "불가피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라면 채권단과 재벌의 이익을 챙겨주는 방식은 안된다. 채권단에도 책임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워크아웃 등을 공시해서 투명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안전기금 등 부실채권 매입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은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노동시간 단축, 고용안정 등 해고를 줄이기 위한 노사 간의 협의와 하청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고용재난지역 선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구조조정은 결국 노동자의 대량 해고로 귀결된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극은 노동자와 가족이 감내하게 된다"며 "노동자와 시민사회가 참여해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일방적으로 노동자가 희생하는 방식이라면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그 비용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려 할 뿐 경영과 관리ㆍ감독 실패에는 어떤 책임도 묻지 않고 모든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에게는 열심히 일한 것 말고 아무런 죄가 없다. 무능 경영으로 위기를 자초하고 호황기 때 열매 따먹기에 급급했던 재벌총수와 경영진, 대주주, 정부가 위기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