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변백선 기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가 공영방송 KBS의 보도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들어난 녹취록이 공개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7개 언론시민단체들이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참사 당시에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 내용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고, 심지어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고 편집에까지 직접 개입했으며 "하필이면 대통령이 오늘 KBS를 봤으니 내용을 바꿔 달라", "좀 한번만 도와달라"고도 주문했다.

▲ ⓒ 변백선 기자

이들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세월호 탑승했던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이 위기에 처했는데 국가는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며 "이미 여러차례 관련 의혹과 정황이 제기됐고, 언론단체들은 이정현 전 수석과 길환영 전 KBS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했는데 당시 청와대가 어떤 일을 벌였는지 육성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분노와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왜 구조 활동이 신속하고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는지, 왜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는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면서 "왜 세월호특조위의 진상규명 활동을 서둘러 끝내려 하는지가 이번 증거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날 언론단체들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 △세월호언론청문회를 통한 보도 통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이정현 전 청와대 홍부수석과 길환영 전 KBS사장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언론단체가 공개한 녹취록을 듣고 있던 세월호참사 유가족인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허공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 ⓒ 변백선 기자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발언을 통해 "참사 직후부터 정부가 해왔던 말들이 철저하게 거짓말이었다. 대통령부터가 나서서 이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고,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을 국민앞에 공식 성명으로 발표하고, 또 만나는 모든 여당 의원들, 장관,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이 똑같이 얘기했는데 정작 이사람들의 속은 '이 정부 책임 없다, 설상 책임이 있더라도 덮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을 해왔던 것을 느끼게 되니 배신감을 넘어서서 이 정부를 나의 정부로 인정할 수 없겠구나, 국민의 정부라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됐다"며 "저희 가족들이 KBS에 영정을 들고가서 김시곤 보도국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사장 면담을 요구하다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한적이 있다. 농성 중 청와대에서 만나겠다고 연락이 와서 들어갔을 때 만난 사람이 오늘 음성으로 들었던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은 "아무리 청와대라도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을 자기 마음데로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이해해 달라. 대신 KBS에 의견은 전달하겠다. 그리고 가능한 KBS사장이 가족들에게 와서 사과를 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우호적으로 대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바로 길환영 전 KBS사장이 청와대 앞 가족들 앞에 와서 사과를 하고 김시곤 보도국장을 해임했다. 하지만 '왜 갑자기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는 거지'라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 녹취록을 들으니 그 당시의 의아했던 것이 해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또 이렇게 우리를 농락하고 기만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와 증거를 가지고 있는 분은 용기있게 나서주기를 부탁드린다. 심지어 어떤 교수는 "정부 돈으로 밥벌어 먹고 살고 있는데 어찌 제가 어떻게... 정권 바뀌면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얘기를 했다. 조금이라도 떳떳해 지기 위해서 나서서 증언해주시고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 변백선 기자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공영방송인 PBS에, 영국이 BBC에, 일본이 NHK에 했다면, 마땅히 정권 퇴진 요구나, 왜 홍보수석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대통령 직접 조사가 들어갈 일"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이번 일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시민단체들은 언론을 향해 "진실을 은폐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했던 자들의 책임을 물어달라"며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채 특조위가 막을 내리지 않도록 언론의사명을 다해달라"고 전했다.

또한 언론단체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방송 장악 책임자 처벌을 위해 세월호 유가족, 언론인, 국민들과 함께 온 힘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