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한 209인 필리버스터.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 변백선 기자

10000. 10. 209. 209. 29. 이 숫자는 10일동안 209km 를 걷고 209명 필리버스터를 위해 7/11일 현재 29일 째 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것은 2016년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한 투쟁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이하'최임위')에서 사용자단체 위원이 '필리버스터의 뜻은 회의진행을 방해하는 것인데 최임위 진행을 방해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단다. 이에 민주노총 최임위 위원은 이어말하기라 답했다는데 틀린 답변이다. 필리버스터의 당초 계획 의도는 최저임금 1만원도 결정하지 못하고 저임금으로 저질임금만 결정하는 저질 위원회에 전국노동자들의 함성으로 회의를 방해하는 것이 목표였다.

2016년 최저임금 투쟁은 209km 도보행진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 요구를 알려내고, 세종시 정부청사 최임위 앞 농성을 통해서는 최임위를 압박하는 투쟁을 계획했다. 마침 3월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안 반대 필리버스터가 진행되어 최임위 농성 프로그램으로 필리스버스터를 기획했다.

209km 도보행진을 계획 할 때는 조합원들이 하루 10여명만 결합해줘도 외롭진 않을 것이고 20명이 결합하면 성공이겠다 싶었다. 그런데 조합원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함께 하며 많을 때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걸으며 10일 동안 500명이 넘는 인원이 충남전역을 돌며 최임 1만원의 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1만원 월급 209만원 쟁취를 위한 209 도보행진과 필리버스터는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반응은 같았다. 일부는 교통채증을 짜증내며 인도를 두고 차도로 걷느냐며 항의도 하고 일부는 동의에 표시로 화이팅을 외쳤다. 마찬가지로 필리버스터 또한 시끄럽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원한 음료까지 전달하며 힘내란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는 청사 공무원 신분을 확인해 주면서 까지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즉각적인 반응은 없었다 하더라도 그들의 눈빛은 동의한다고 말했으며 응원하고 있다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은 나만 받은 것은 아닐 것이다.

▲ 최저임금 1만원 쟁취! 209인 필리버스터 참가자 현황. ⓒ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오늘 이 시간까지 209명의 필리버스터가 마무리 됐다. 멀리 전남, 강원, 경남, 대구, 광주 등 전국에서 달려와 최임위 회의가 진행되든 정회중이든 휴회중이든 게의치 않고 최임위에 대한 일갈이 이어졌다. 민주노총의 산별연맹과 지역본부 뿐만이 아니라 국회의원, 변호사, 노무사, 정당인, 교수, 교사, 공무원, 문예일꾼, 청소년, 시민, 학생, 농민까지 참여자의 직군도 거의 모든직군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5시간 동안이나 필리버스터를 했는가 하면 3시간 49분(209분), 1시간 40분(1만초) 시간에 최저임금 1만원의 의미를 부여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기도 했다.

필리버스터의 내용과 방식도 다양했다. 최임위 똑바로 하지 않을 경우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경고형, 갖가지 사례와 근거를 가지고 최임 1만원을 주장하는 논리형, 최임 1만원이 현 체제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설득형과 노래로 시작하고 걸쭉한 사투리와 적절한 댓거리와 욕설의 방식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전남본부장동지의 부용산과 공공연구노협 의장동지의 깃발가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아래는 전국에서 2017년 적용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진행한 필리버스터의 주된 내용들이다. 

- 참석해 부모의 병환소식에 부모걱정보다 병원비 걱정이 우선되는 최저임금 인생!
- 최임 6030원으로는 기초생계비 제외하면 김치에 맨밥, 가끔은 고기도 먹어야 하지 않겠냐!
- 단돈 1만 원 짜리 운동화를 바꾸는데도 한 시간 이상의 고민과 갈등을 해야 하는 6030원
- 목숨 걸고 한 시간 내내 일해도 점심밥 한 끼 값도 안 되는 현실 바꿔야!
- 몇 만원의 경조사비에 벌벌 떨다가 인간관계도 멀어지고 있다.
- 세계가 포기한  재벌지원의 낙수효과 버리고 최임 인상으로 경제 살려야
- 외국의 최임인상 사례와 우리 현실비교
- 노동자도 먹고 살 수 있어야 노동력의 재생산으로 자본주의도 유지될 수 있다.
- 최임 1만원 몇년 후엔 아무런 의미 없다, 당장 인상하라
- 공무원들 목민심서를 명심하고 똑바로 해라
- 최저임금은 개인단신 생계비가 아니라 가구 생계비다
- 최임인상 고용감소는 헛소리다.
- 업종별 지역별 세대별 차등적용 개소리 멈춰라
- 알바경험 고등학생은 수도권 대학가기 어렵고 알바경험 대학생은 정규직 되기 어렵다.
- 최저임금 1만원은 대폭 인상이 아니라 자살공화국에서 죽지 않고 살아내는 현실의 문제다.
- 니들도 6030원 으로 살아봐, 당장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하라
- 최저임금 1만원은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짐승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생계비다
- 용돈 벌자고 가족과 하루 종일 떨어져 자존심 버리며 목숨 걸고 일하는 것 아니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함이다.

209명의 필리버스터 내용을 전부 기억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 내용뿐만 아닌 정당성을 넘어 가슴 절절하고 눈시울 붉히는 내용도 많았다. 특히 최임위 사용자위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으니 나름의 성과는 확인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을 통한 공세적 투쟁으로 구조부터 잘못된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꾸고, 최저임금 1만원을 기필코 쟁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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