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총파업 투쟁으로 수감중인 배태선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실장으로부터의 편지글

민주노총을 다시 두근거리게 해주십시오.

‘잘키운 대의원 하나 열 상집 안 부럽다’

 

배태선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실장

「대의원은 ‘홀몸’이 아니다. 자신이 대표하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조합원의 이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대의원은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 자신이 대표하는 조합원의 의견을 대변한다. 따라서 하고 싶어서 대의원이 됐든 찍혀서 됐든 반드시 세 가지 기본 활동에 충실해야 한다.

첫째, 안건에 대해 자기 구역 조합원의 의견을 반드시 물을 것.

둘째, 대의원 회의에 참가해 조합원의 의사를 개진하고 토론할 것.

셋째, 대의원회의 결의 사항을 조합원들과 공유하고 실천을 조직할 것.

십년 넘게 <노조간부의 자세와 역할>을 강조할 때면 제가 했던 말입니다. 노동조합 의사결정의 기본단위인 대의원은 조합원의 의사를 대변하는 소통의 창구이자 현장 맨 앞자리에서 자본과의 투쟁을 책임지는 조직가입니다. 대의원이 조합원에 굳건히 뿌리내려 현장을 지키는 한 자본은 노조의 조직력을 훼손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대의원이 대의원답지 못한 조직은 절대 강할 수 없습니다.

조합원이 주인인 노조가 민주노조입니다. 조합원이 요구와 결의를 생생하게 모아내는 대의원의 역할이 잘될수록 의사결정은 민주적입니다. 민주노조를 민주노조답게 만드는 힘은 「잘키운 대의원」에 달렸다는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2015년 총파업 집회에서 배태선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사진 우측 첫번째)

새삼 이 얘기를 꺼낸 건 8월 22일~23일 민주노총 정책대대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하루 대대도 성원을 걱정해야 하는 민주노총의 처지에 1박2일을 조직하는 것이 쉽겠냐?’는 말씀도 듣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래된 위기의 와중에 민주노총의 과제와 전망을 모색하겠다는 이번 정책대대의 무게 또한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민주노총 대의원 동지들을 믿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민주노조를 지켜온 대의원 동지들이 있는 한 이번 정책대대는 <민주노총 20년의 전망 찾기>라는 주제에 걸 맞는 토론과 결의를 모아내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수십 년간 우리가 배워온 것처럼, 단위사업장에서 대의원으로써 사명을 갖고 현장을 조직해 온 것처럼, 민주노총 대의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을 다한다면 정책대대는 진지함과 열정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대의원 동지들에게 보내는 배태선 조직쟁의실장의 자필 편지

물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아주 오랫동안 “결정과 진행이 따로 노는, 결의는 결의고 실천은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냉소와 비판 등 엄정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것이 민주노총의 위기를 드러내는 구체적인 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한때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전체 노동자의 생존과 권리를 결정하는 주요한 자리로서의 권위와 책임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조합원조차 아니 대회의 주체인 대의원 당사자조차 관심이 크지 않습니다.

누구도 그러고 싶지 않았으나 총회를 가름하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형식만 남고 뼈대만 남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위상과 권위는 대대 결정을 현장에서부터 조직하고자 하는 대의원들의 노력이 있을 때 복원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미 가맹과 산하 조직에서 부족하나마 사전 토론을 진행한 점은 이번 대대가 형식을 넘어 내용적 결의를 높일 거란 기대를 갖게 합니다.

노동개악 반대 인증샷 참여

개인적으로 저는 민주노총 대의원을 참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정책대대에 참으로 다양한 의견들의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가슴을 뛰게 하고, 이 땅 노동자 계급의 심장을 박동 치게 할 결의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민주노총 총파업만큼은 책임 있게 결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위기의 민주노총을 혁신의 민주노총으로 바꿀 힘은 먼데 있지 않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고 순수들에게 어느 감독은 “하늘이 감동해야 금메달을 딴다”고 했습니다. 하늘을 감동시킬 각오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조합원을 감동시킬 만큼의 각오면 부족하지 않습니다.

대의원 동지 여러분, 이번 정책 대대를 조직하면서 민주노총을 다시 두근거리게 해 주십시오. 나를 지켜보는, 내가 책임져야 할 조합원이 있음을 뿌듯해 하면서 민주노총의 20년을 열어나갔으면 합니다. 언제나 동지들과 함께 전진하겠습니다.

8월 22일 정책대대가 노동자를 감동시키는 민주노총의 새로운 출발이기를 기대합니다.

 

8월 8일 배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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