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대에 힘 있게 참가해야 할 필요에 대하여

 

민주노총 지도위원 단병호

 

▲ 단병호 민주노총 지도위원

민주노총은 오는 8월22일 정책대대를 개최해 향후 민주노조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과제에 대한 토론을 한다. 많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반가운 일이다.

 

민주노총은 2000년, 2006년,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노동운동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한 바가 있다. 하지만 지도력의 불안정 등 여러 이유로 인해 그 활동을 조직적 성과로까지 발전시키는 것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변화를 능동적으로 주도하지 못하면서 좌표를 잃고 표류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노조운동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민주노총은 96~97년 총파업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을 또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1997년 IMF경제위기는 민주노조운동의 성장 동력을 송두리 채 꺾어버렸다. 신자유주의는 국가가 노동통제의 전면에 나서게 하면서 엄청난 고용시장의 변화를 강제하는 등 노동운동을 지금까지와는 확연하게 다른 환경으로 몰아넣었다. 노동운동은 이러한 외부환경에 사실상 굴복 당하면서 오늘날의 위기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민주노총이 이러한 상황에 맥없이 주저앉은 것은 아니다. 신자유주의 하에서의 노동운동의 활로를 뚫기 위해 산별노조 전환과 정치세력화,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노동자의 조직화라는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노동시간 단축은 40시간 주5일근무제를 실현시켰지만 일자리 나누기로까지는 나가지 못했고, 비정규노동자 조직화는 노동운동 주체를 재구성하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산별노조 전환은 2006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도리어 기업별노조의 원심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민주노총의 노동자정치세력화는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함께 사실상 좌초되었다.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의 핵심은 민주노조운동의 근간을 흔들어 와해시키는 것이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찰을 동원해 민주노총을 침탈하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중대 범죄자로 몰아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한 마디로 민주노총을 노동자 대중과 분리시켜 와해시키려 하고 있다. 2014년 12월 기준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중간노조 소속 조합원이 전체 조직노동자의 22.6%에 해당하는 430,881명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권의 민주노조 고립, 통제 전략이 실제 먹혀들어가고 있음을 반증한다.

   ▲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가 8월 22일 부터 23일까지 충북제천 청풍리조트에서 열린다.

상황은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발전전략을 시급하게 수립할 것을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번 민주노총 정책대대는 복합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 토론의 장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기대를 가지게 한다. 민주노총은 이번 정책대대에 투쟁의제와 전략, 산별운동과 지역본부의 강화, 조직 확대(전략조직화), 정치전략, 조직운영혁신 등 다섯 개의 주요 의제에 대해 토론하고 결의해 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토론 의제의 무게에 비춰 내용의 구체성이 부족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예컨대 산별노조 전환과 관련해서 “현재의 16개 산별연맹의 자율적 통합을 통해 산별체계 재편 방안”이라는 재편 방향은 아직도 민주노총이 기업별 노조의 폐해를 안이하게 생각하거나 산별노조 전환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등의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정치세력화(정치전략)와 관련해서도 ‘정치일정에 대응한 투쟁을 통해 진보정치를 재편’한다는 방향은 제시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진보정치세력을 재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부족한 점은 지금부터라도 현장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그 결과들을 조각조각 모아서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전략으로 완성해야 한다. 이 일은 일부 간부·활동가들만의 역할이 아니라 민주노총 조합원 모두에게 부과된 의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토론에서 반드시 견지해야 할 세 개의 원칙이 있다.

첫째, 노조운동의 1차적 과제는 ‘조직을 확대해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노조운동은 반드시 ‘사회·정치적 정당성과 도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노동운동은 매 순간이 ‘미래 지향적인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토론은 이 세 가지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을 이런 원칙의 기반위에 튼튼하게 세우기 위해 지금까지의 관성이나 타성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기업별노조의 기득권(인적·재정적)의 탈기업화도 과감하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고 ‘죽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창조적 파괴’의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 노조운동은 매우 어려운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외부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려면 먼저 내부조건부터 갖춰야 한다. 이번 정책대대가 내부조건을 정비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정책대대가 한 번의 의례적인 행사로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발전의 출발이 될 것인지도 오로지 조합원들의 참여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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