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국회 환노위 의원 공동 주최

20대 국회에 비정규직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 과제를 제안하는 토론회가 29일 오후, 국회 도서관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 공무원U신문

9월 1일 정기국회를 앞두고 비정규직 문제의 입법적 해결 방향을 논의하는 첫 토론회가 29일 오후, 국회도서관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양대노총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과제’)에는 양대노총뿐 아니라 학계, 고용노동부, 경총도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의 발제를 맡은 민변의 김선수 변호사는 “비정규직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고, 정의의 문제이며, 사회통합의 문제라는 점에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국가인권위의 권고사항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05년 헌법과 세계인권선언, ILO헌장을 비롯한 국제인권규범에 의거해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기간제 사용기간 및 파견근로 사용기간 연장 반대, 파견업무 확대 반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상시업무에 대한 간접고용의 원칙적 금지 및 직접고용 원칙, 사내하청 근로자의 차별시정 신청권 인정,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노동3권 완전 보장 등을 권고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또한 “민변이 2008년 ‘한국사회의 개혁과 입법과제’에서 주장한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위한 과제 요구가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며 지난 10년간 국회에 제출됐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망라해 주요 입법 과제들을 빠짐없이 망라하는 발제를 발표했다.

두번째 발제를 맡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연구위원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공시제를 비교해 비정규직 규모 관련 정부 조사의 허점을 지적했다.

2016년 3월 기준, 통계청은 비정규직을 33만명으로 전체 노동인구의 13.5%를 차지한다고 발표한 반면, 같은 기간 고용노동부는 190만 명(40.1%)으로 발표해 큰 차이를 나타냈다.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차이가 “사업체와 기업체 분류에 따른 차이 외에도 통계청 자료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비정규직에 포함시키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비정규직이 중소영세업체에 몰려 있어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300인 이상 대기업과 정부에 몰린 비정규직이 738만명(43.3%)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발표에서 확인됐다"며 "정부와 대기업이 저임금 비정규직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선다면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은 양대노총과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공동 주최했다. ⓒ 공무원U신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있어 노동계와 사용자측 토론자들은 뚜렷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민주노총 오민규 정책실장은 “상시업무의 정규직 직접고용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하는 등 비정규직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한편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등 노동3권 보장, 생활임금과 고용안정, 생명·안전업무에 비정규직 사용 금지” 등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노동관계법 개정 관련 요구를 확인했다. 또한 ‘중간착취와 저임금 고착화,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파견법의 폐지를 분명히 요구했다.

한국노총의 유정엽 정책실장도 지난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기간제법을 제외한 4대 노동법안(근로기준법, 파견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을 그대로 당론으로 발의한 사실을 지적하며 “정부여당이 대기업 노조와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책임전가와 양보를 또다시 요구하며 몰아붙이기식 노동개혁에 방침에 갇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총의 김영완 본부장은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비정규직 문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와 고임금 근로자의 양보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기존의 경영계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한 “비정규직이나 기간제 노동자를 획일적으로 정규직화하자는 주장을 중소기업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냐”며 노동계의 요구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임승순 고용차별개선과장도 “정부여당이 발의한 기간제법의 기간 연장은 근로자가 2년간 일하고 그만둬야 하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근로자가 원할 때 허용하자는 것”이었고 “파견법의 경우 외국의 경우 파견 업무를 법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없다”며 한국 노동법이 경직되어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경총과 고용노동부 토론자의 주장에 대해 오민규 정책실장은 “독일이나 프랑스는 단체협약으로 파견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기 때문에 굳이 법률로 규제할 필요성이 없는 것”이라며 “현대차 사내하청과 같이 똑같은 일을 하고도 차별받는, 파렴치한 노동형태가 과연 독일이나 프랑스에 있느냐”고 반박했다.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1996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유연화’ 요구에 따라 파견직과 기간제 등이 확대되면서 주요 이슈로 부각돼 왔다. 1998년 제정된 파견법과 2006년에 제정된 기간제법은 그동안 오히려 이 법들으로 말미암아 일상적 고용불안과 저임금 차별에 방치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토론에 앞서 인사말에서 민주노총 김종인 위원장은 "20년 넘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왔다. 역대 국회에 많은 법안들이 올라갔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오히려 개악입법들이 논의되는 상황"이라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 과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특히 특고(특수고용노동자) 보호법안은 20대 국회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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