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건강보험공단 노원지사 최현동 조합원의 파업하는 이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주일을 넘어섰다. 10월 4일 기준 건강보험, 국민연금, 철도, 철도시설, 가스, 가스기술, 서울대병원, 교육학술, 청소년활동, 강원랜드 등 10개 노조가 파업 중이다. ‘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저지 시민사회 공동행동’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최현동 조합원을 만났다. 최현동 조합원은 성과연봉제가 도입된다면 건강보험공단은 시민들에게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하고, 징수율을 높이고, 보장률을 낮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과연봉제는 결국 ‘민영화’를 위한 것이라는 말이다.

공공기관이 수익 성과를 올리면 국민은 피해를 본다
성과퇴출제에 저항해 파업에 나선 국민건강공단 노동자들 / 사진 민중의소리

Q.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건강보험료를 산정해서 부과하는 정도로 아는 시민들도 많은데.

A. 주된 업무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보험료를 ‘부과’하고, 부과한 보험료를 ‘징수’하고, 징수한 보험료를 병원에 ‘급여’로 지급하는 일이다.

 

Q. 건강보험은 모든 시민이 가입대상이기 때문에 부과 과정이 까다로울 것 같은데.

A.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보험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를 관리해야 한다. 만약 회사를 퇴사하거나 외국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자격도 문제없게끔 정리해야 한다. 건강보험료는 직장과 지역 두 가지다. 직장 가입자는 급여에 따라 정해진 것을 부과한다. 반면 지역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는 가족수, 나이, 소득, 재산, 자동차, 집 같은 것들을 종합해 결정 된다.

 

Q. 성과연봉제가 도입된다면 이런 과정에서 ‘성과’를 올려야 한다.

A. 부과, 징수, 급여 등 부서마다 다를 것이지만, 보험료를 많이 부과하고, 징수를 많이 하고, 병원에 덜 지급하는 것이 성과다. 건강보험공단이 성과를 창출하려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다.

수익에 목을 맨 공공기관의 성과주의는 국민건강을 팽개치는 짓, 민영화의 길

Q. 쉽게 예를 들어준다면.

A. 예를 들면 이렇다. 제가 체납자의 은행예금을 압류하는 일을 한다. 오늘 클릭 한번이면 내일자로 다섯 개 은행의 예금을 압류할 수 있다. 그러면 당장 생활비가 묶인 민원인이 찾아온다. 보통 이럴 경우 “우선 좀 내시고 나머지는 분할납부 하시라”고 권한다. 연체한 사정, 일괄납부 못할 이유가 있을 터다. 그런데 만약 징수 건수와 징수액이 나의 실적이 된다면 어떨까. 민원인이 체납한 보험료를 모두 내야만 압류를 풀어줄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아이 급식비가 나가는 통장이 압류됐다. 그래서 아이가 급식을 못 먹었다며 찾아왔다. 지금은 사정을 고려해 상당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성과와 월급으로 연결되면 민원인의 입장을 못 돌아본다. 지금 당장 내 월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의 징수율은 99.6%나 된다. 그런데 여기서 더 국민을 더 쪼이라는 것이다.

 

Q. 성과주의가 도입되면 다른 업무는 어떻게 되나. 부과에서는 어떻게 성과를 올릴 수 있나.

A. 재산에 따라 과세표준액이 있고 등급별로 보험료를 부과한다. 특히 한국에는 집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럴 때는 전세금과 월세에 부과한다. 전세를 예로 들면, 공단은 국민은행의 부동산 시세 정보를 사용하는데 보통 최저가, 거래가, 상한가 중 최저가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 일반 다세대, 빌라, 연립 같은 경우도 가장 낮게 부과한다. 그래야 (시민들에게) 부담이 덜 간다. 그런데 부과를 성과로 평가하면 완전히 달라진다. 많이 부과할수록 그만큼 민원이 많이 들어와 부과액이 성과가 된다면 (시민들을) 쪼일 수밖에 없게 된다.

 

Q. 지금도 스트레스는 많이 받을 것 같다.

A. 민원인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금 제도를 가지고도 부딪친다. 보통 “왜 재산이고 자동차고 다 집어넣어서 보험료를 매기느냐”고 한다. 그래도 앞서 말한 시스템을 이야기해주면 (시민들이)기분 좋게 전화를 끊는다. 여러 가지 경감 제도도 안내해준다. 노인, 55세 이상 여성, 20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한 부모 가정 등은 10~30% 경감해준다. 사생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안내한다. 그런데 적게 부과해 월급이 적어진다면 누가 이런 안내를 하겠나.

 

Q. 급여 지급업무에서는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나.

A. (시민들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병원이 청구를 하고 공단은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인데, 성과주의가 도입되면 공단에서는 급여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지금 16조원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노동조합은 이 돈으로 국민 혜택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63% 수준인 급여보장률을 OECD 평균인 80%까지는 올리자는 게 노조와 현장의 의견이다. 병원들이 비급여 확대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급여 부분에서라도 보장률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성과주의가 되면 이런 주장을 할 수가 없다. 왜냐면 기관장의 성과는 공단이 얼마나 많은 흑자를 기록했느냐는 것이 될 것이고, 급여를 담당하는 부서와 동료들의 성과도 같은 기준으로 평가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공단 직원들이 온갖 사건사고를 처리하면서 시민들의 수급권을 보호해주는 쪽에 서 있었다면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반대가 된다. 급여를 내주지 않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 또 그렇게 해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 그때는 뭐라고 할 건가. 국민을 위해 건강보험공단은 이익이 나서는 안 되는 기관이다.

 

Q. 공공서비스를 흔들어대는 목적은 결국 ‘민영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사실상 노조가 할 일이 사라지게 된다. 사기업과 같은 기업문화와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등 공공부문에서 ‘수익성’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민간에 시장을 개방하거나 민영화를 추진하게 된다. 저항할 주체,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은 차례대로 민영화된다. 재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돈벌이다. 이번에 흔들린 만큼 그만큼 민영화에 다가서게 된다.

A.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목적은 결국 민영화다. 민영화의 걸림돌인 노동조합을 없애려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에서도 실패한 정책인데 이걸 하려는 이유는 공공부문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노동조합은 몇 년 안에 없어진다. 5년도 길다. 성과에 따른 연봉, 이걸 1~2년 받고 나면 사람들 눈이 돌아간다. 초기에는 (연봉의)15~20%에만 적용한다지만 더 확대되면 과연 누가 저항할까. 누가 불이익을 받으면서 제도투쟁을 하겠나.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결국 민영화다. 공공재가 재벌에게 넘어간다.

 

Q. 파업 일주일이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A. “파업한다고 바뀔 정권은 아니다”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이 파업이 언제까지 갈까?”하는 걱정도 많다. 그래도 건강보험 노동조합은 특수성이 있다. 2014년 두 개의 노동조합이 하나가 됐고, 2000년 여름 84일을 싸운 경험이 있다.

 

Q.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노동자들의 파업은 철도, 지하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두렵지 않나?

A. 가족들은 “앞장서지 말라”고 한다. 당장 월급에 타격이 있고 ‘이렇게 한다고 박근혜 정부가 바뀌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 다수가 조합원이라 두려움은 덜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성과란 국민을 쥐어짜 "욕값 벌기"

Q. 동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A. 공공기관들이 함께 파업을 하는 것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공통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성과연봉제에 대한 거부감은 모두에게 있다. 나아가 공공기관 노동자, 공공서비스 노동자로서 자부심이 사라지고, 협업하는 분위기도 없어질 것이다. 우리는 월급을 ‘욕값’이라고 한다. 민원인에게 욕을 먹고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성과급제가 되면 그 ‘욕값’을 벌기 위해 더 많은 국민을 쥐어짜야 한다.

 

Q.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한마디 남겨 달라.

A. 성과연봉제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만 알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목적이 궁극적으로 민영화에 있다는 것을 알아 달라. 이번 파업의 배경에는 성과연봉제와 민영화가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는 것도 있지만, 민영화는 모든 시민에게 독이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려는 것을 포기하고 있고, 우리는 이런 정부를 막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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