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월호 선장이 될 수 없다”, “국민에게 안전을, 노동자에게 권리를”

공공운수노조 운수협의회, 416연대, 공공교통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 등 노동 시민사회 단체가 11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철도노조와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시민사회와 운수노동자들이 국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한 철도-화물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1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공공부문의 파업에 불법이라는 낙인을 직고 싶었으나, 국민 대다수로부터 지지받는 파업이진행되고 있기에 그 화살을 화물노동자들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합법적인 집회에 폭력 연행을 서슴치 않고 있다. 더 이상 숨지 말고 노동자들과 대화하는 합리적인 정부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산하의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화물연대는 각각 지난달 27일과 이번 달 10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는 서울대병원,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다른 공공부문 노동조합과 함께 파업을 시작해 11일 현재 파업 3주차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하나 공공부문 노조들은 성과제는 동료 간 경쟁, 저성과자 퇴출, 줄세우기만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들은 대신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인력을 확충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자며 정부에 대화와 교섭을 요구했다.

노동조합과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철도노조와 화물연대 파업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파업 장기화를 유도하고 있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11일 서울역광장 계단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철도와 화물, 육상운송의 두 주체가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멈췄는데 정부는 여전히 대화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운수협의회, 416연대, 공공교통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 등 노동 시민사회 단체가 11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철도노조와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공공운수노조 운수협의회, 416연대, 공공교통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 등 노동 시민사회 단체가 11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철도노조와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조상수 위원장은 “연간 수백명의 화물노동자가 죽는다. 운수노동자의 권리는 바로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은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과 노동자가 안전한 삶을 만들려고 의지를 모았지만 정부는 가장 강력한 탄압만 하고 있다.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는 노사 교섭 사안이고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은 합법이라는 것은 정부 또한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득권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몰아세우며 여론전을 폈다.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와 법무부의 반대에도 국무조정실이 국토교통부에 철도노조 파업에 ‘강경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린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으나 정부의 강경대응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특히 코레일은 대체인력을 통해 파업효과를 줄여나가는 중이다. 박종선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은 “홍순만 사장은 노조와 대화하겠다고 하지만 회사는 그 동안 14차례나 교섭요청을 무시했다. 그러면서 대체인력을 최대 3천명 모집한다. 군인과 학생들까지 활용한다. 2013년 파업 때 대체인력이 낸 사망사고를 잊었나.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성과연봉제를 하려는가. 대국민 상대 돈벌이, 노동자 줄세우기, 외주화와 민영화를 하려는 것인가. 그러나 우리는 결코 세월호 선장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운수협의회, 416연대, 공공교통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 등 노동 시민사회 단체가 11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철도노조와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공공운수노조 운수협의회, 416연대, 공공교통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 등 노동 시민사회 단체가 11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철도노조와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화물의 경우,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경쟁을 부추기며 회사와 화주에게 유리한 정책을 시행하려는 것이 파업의 도화선이 됐다.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핵심내용은 1.5톤 미만 소형화물차에 대한 수급조절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규제완화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저임금-장시간노동 구조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노동자들은 그 동안 다단계 시스템을 줄이고 표준운임제도를 도입하는 동시에 화물차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사업자들의 반대 탓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사업자들의 원하는 규제완화를 추진한 것이다.

이광재 화물연대 수석부본부장은 “우리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과적 3진아웃제를 시행하자고 했다. 표준운임제도 하자고 했다. 그런데 정부와 사업자들이 다 반대했다. 이런데 이제 화물연대만 반대하는 제도를 추진한다. 우리는 권리도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저지 시민사회 공동행동 공동대표)은 “노동조합은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지키는 주체다. 그렇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들은 노동자의 권리조차 없다.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노조가 없어진다”며 “우리가 안전하게 살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려면 지금 이 싸움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416연대의 최영준 운영위원은 “화물노동자들이 졸음운전을 해 사고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는데 왜 그런지 설명이 없다. 낮은 운송료 때문이다. 그래서 과적하게 되고, 야간에만 통행료를 할인해주기 때문에 야밤에 장시간운전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규제완화였다. 그런데 정부가 지금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규제완화를 또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권영국 변호사(지하철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구의역 참사는 비용절감과 외주화로 누적된 위험 때문이었다. 정부가 지금 진행 중인 성과연봉제, 화물구조 개혁 또한 비용을 줄이고 안전을 외주화하기 때문에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운수협의회, 416연대, 공공교통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 등 노동 시민사회 단체가 11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철도노조와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공공운수노조 운수협의회, 416연대, 공공교통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 등 노동 시민사회 단체가 11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철도노조와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한편 국제운수노련은 성명을 통해 "한국의 화물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연행을 중단하라"며 파업에 돌입한 화물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강제진압과 연행사태를 규탄하고 나섰다. 토니 쉘덴 호주운수노조 사무총장 겸 국제운수노련 도로운수분과 의장은 "한국정부는 또 다시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협박과 폭력, 연행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히고, "정부는 화물노동자에 대한 권리침해를 중단하고 표준운임제 도입 약속의 이행방안에 대해 화물연대와 교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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