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파탄,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징계 무릅쓴 실명 선언

공무원, 교사 4만2천여 명이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시국선언에 나섰다.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4일 오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무원과 교사 4만여 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 퇴진을 요구하며 공동 시국선언에 나섰다. 공무원과 교사가 함께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적 자유를 제한받고 있는 공무원‧교원들이 대량 징계의 위협을 무릅쓰고 시국선언에 나선 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국선언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노병섭 전교조 사무처장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서야 한다는 현장의 빗발치는 요구 때문에 지난 29일부터 서명을 받았다. 헌정 질서가 유린되고 국가가 총체적 위기에 빠진 상황을 공무원‧교사도 두고볼 수만은 없었다”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에 나섰다고 말했다.

3일까지 집계된 서명자 수는 공무원 17,432명, 교사 24,768명으로 총 42,200명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서명이 계속되고 있어 참가자 명단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국선언 참가자 명단은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자회견에서 공무원노조 김주업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은 애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이라고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세월호, 메르스사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협상, 노동개악, 정당해산 등을 언급하며 현 정권이 ‘무능력하고 반역사적‧반민주적, 반노동적 독재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헌법 7조가 규정한 국민의 봉사자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박근혜 퇴진을 여망하는 국민의 뜻을 실현하기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시작 전, 최순실 관련 사과를 한 박근혜 대통령 담화도 비판했다.

김주업 위원장은 “어떤 조치를 통해서도 이미 대통령 자격은 상실했고 회복 불능이다. 유일한 정답은 퇴진과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은 “그 동안 박근혜 정권의 오만과 독선, 유체이탈 화법을 다시 확인한 담화문이었다”며 “자신을 피해자처럼 얘기하는데 사상 초유의 이번 사태는 박근혜와 최순실, 그들을 둘러싼 기득권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검찰 수사 받는 것을 엄청난 결단처럼 말하는데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조사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공무원노조 이재섭 부위원장은 “진정한 사과의 의미는 피해자 입장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듣는 것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동정심을 유발해 지지자를 다시 결속하려는 의도가 보였다”며 “국민,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박 대통령 사과를 받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안보위기와 경제 위협 때문에 국정 중단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안보위기와 민생파탄의 주범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최순실을 구속하고 핵심 측근인 안종범을 체포했지만 몸통인 박근혜를 구속수사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교사의 시국선언을 격려하기 위해 민주노총 최종진 직무대행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최 직무대행은 “4만2천여 명의 교사‧공무원이 신분상 위협 무릅쓰고 양심과 정의로 뭉쳐 박근혜 퇴진을 당당히 요구했다. 훌륭하고 장한 일이다”며 “오늘 시국선언을 통한 박근혜 퇴진뿐 아니라 노동개악 폐기, 공무원법 개악 저지, 전교조 법외노조화 문제 등 해결 위해 민주노총이 더 큰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시국선언 기자회견 참가를 위해 대구에서 올라온 전교조 손호만 대구지부장은 “이 정권을 압도적 지지로 창출시킨 대구에서도 변화가 보이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뿐 아니라 60-70대 분들도 분노를 쏟아내며 하야 서명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는 현장 소식을 전했다.

발언 중인 공무원노조 김주업 위원장.

 

시국선언에 참가한 공무원, 교사들은 "국가권력의 폭력과 횡포, 헌정을 유린한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를 목도하며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시대의 한복판에 나선다"며 시국선언을 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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