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 공개, 방통위 방심위로 ‘프로그램 통제’ 정황도 드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17일 여의도 언론노조 KBS본부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중 KBS와 관련된 내용을 공개했다.

이 비망록에는 △KBS 사장과 이사장 선임에 청와대의 개입 △문창극 보도, 천안함 보도 등에 대한 대응 지시 △KBS본부 노조 성향 파악 △청와대의 방통위와 방심위를 지휘한 정황이 유추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날 공개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은 2014년 6월15일부터 10월15일까지 작성된 내용으로 TV조선으로부터 제공을 받았다.

언론노조는 “청와대가 사장 선임 등 공영방송 KBS의 모든 문제에 사사건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회가 추진 중인 특검 대상에 청와대가 공영방송 사장 및 이사 등에 대한 인사 개입과 방송통제 의혹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구조를 바꾸는 언론장악방지법들을 국회는 즉각 논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비망록에는) 길환영 퇴진 이후 조대현 사장은 청와대의 뜻이 아니라는 것이 소상히 담겨져 있다”며 “KBS는 이인호-고대영으로 이어지고, MBC 방문진은 고영주로 내정되는 말도 안 되는 인사를 공영언론 사장과 이사장으로 했는지와 청와대가 여기서 더 물러서서는 안 되겠다는 그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환균 위원장은 이어 “이길영 전 KBS이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직접 사표를 내라고 종용했다고 한다”며 “이는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청와대 앞잡이가 되서 일을 한 것으로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재호 KBS본부장은 “방통위가 할 일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시를 하는 등 청와대가 공영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간섭을 했다”고 말한 뒤 “문창극 검증TF의 한 기자는 방송 이후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너 노리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제보를 받게 되고 이후 TF팀에서 김영한 수석과 접촉해 보도 경위와 설명했다”고 전했다.

2014년 6월16일 비망록에는 <홍보/미래 KBS 상황 파악 plan작성>이란 내용이 나온다. 당시는 길환영 KBS 사장이 사퇴한 시점으로 청와대가 KBS 사장 선임에 대한 개획을 작성하라고 홍보 및 미래전략수석에게 지시된 것으로 보인다.

또 6월17일 당시 KBS 내 노조 등 16개 직능단체가 사장 선임절차를 제의한 것에 대해 ‘수용 곤란’이란 메모가 있고, 6월19일 메모에는 KBS사장 선임 일정 등이 적혀 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 7월3일 <KBS 6명 –조대현 7>, 7월4일 <KBS이사 우파 이사 –성향 확인 요>라는 내용이 있다. 이 메모의 경우 김기춘 비서실장의 말을 그대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KBS 사장 공모 면접자가 6명이었고, 조대현 후보가 7표를 얻을 것이라는 판세를 읽은 것으로 보이며, 이후 KBS우파 이사 중 ‘조대현’쪽으로 기우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7월11일 메모에는 <공공기관 개혁 –면종복배> 내용 중 공공기관과 KBS이사를 선으로 연결한 대목이 있다. 이 내용의 경우 7월9일 여당 추천 이사 2명의 표가 이탈해 조대현씨가 사정으로 선임된 것에 대한 메모로 보이며, 이들을 면종복배하는 사람으로 꼽은 것으로 유추된다.

이길영 KBS이사장이 사임하고 이인호 현 이사장이 선임된 이후인 10월15일에는 <KBS이사장 선정 과정 BH개입>이란 내용의 메모도 포함되어 있다.

KBS 프로그램에 대해 방통위와 방심위 등을 통한 통제를 한 정황도 나타났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 6월25일 <KBS 추적 60분. 천안함 관련 판결 –항소>의 경우 당시 방통위의 중징계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상태였다. 이후 7월2일 방통위는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한다. 즉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아 방통위가 항소한 것으로 추측된다.

9월5일 <방심위, 문창극 관련 지도>라는 메모의 경우 지도에 동그라미를 쳐놓고 있다. 그리고 같은 날 김기춘 비서실장의 워딩을 그대로 적은 것으로 알려진 메모에는 <전사들이 싸우듯이 ex 방심위 KBS 제재 심의 관련>이란 내용이 있다. 이는 하루 전날인 9월4일 방심위가 KBS 뉴스9 문창극 관련 보도를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권고 처분의 행정지도를 내린 것에 대한 평가로 보인다.

아울러 KBS내 노동조합 활동과 직능단체에 대한 동향 체크 및 대응도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도 나왔다. 6월20일 <2012년 KBS파업 사건 –법원 무죄 선고 / - 노조 강성화 가속>, 6월28일 <KBS 고발건(정무수석)>이란 내용의 문구가 있다.

이는 KBS본부에 대한 동향 체크 및 감시를 해 온 것으로 보인다.이 시점에 KBS기자협회가 이정현 전 홍보수석과 길환영 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해 조윤선 정무수석에게 청와대의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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