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은 날씨였다. 낮은 기온에 적지 않은 진눈깨비가 내렸고 주최 측은 기대처럼 과연 100만을 넘길까 걱정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민은 승리했다. 서울 150만 전국 40만 총 19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민주주의와 항쟁, 정치축제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박근혜는 범죄자다, 당장 구속하라!”
“새누리도 공범이다. 새누리당 해체하라!”
“피해자가 웬 말이냐, 재벌도 공범이다!”
“재벌총수 구속하라!”, “전경련을 해체하라!”
“국회탄핵 못 기다려, 즉각 퇴진하라!”
“노동개악 원천무효, 민주노총 힘내라!”
“철도파업 승리해라! 성과퇴출제 중단하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하자!”
150만 명이 외치는 구호는 감격스런 전율이었고, 국민은 거침이 없었다. 거대한 군중은 진행자가 외치는 구호에 아낌없는 함성을 실어줬다. 오늘 대회는 16시 1차 행진으로 다시 폭발하기 시작했다. 끝 모를 행진대열은 청와대 앞 200m까지 진출했다. 행진대열 옆으로 차벽이 늘어섰지만, 헌법이 보장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 대통령 퇴진을 원하는 국민 공공의 권리가 우선한다는 법원의 판결로 행진은 차벽을 지나 청와대 코앞까지 진입했다.
- '어둠을 걷어낸 빛' 퍼포먼스, ‘1분 소등’
청와대 앞에서 퇴진을 외친 군중은 18시 범국민행동 본대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상당한 수의 시민은 광화문광장에 밀려든 엄청난 밀도의 인파로 광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청와대 인근에 머무르며 박근혜 퇴진 요구를 계속했다. 본 대회가 무르익자 인파는 절정에 다다랐다. 경복궁의 광화문 입구부터 무려 서울시청 앞 대한문까지는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파로 넘쳤고, 뒷길과 주변 상점들에도 사람들로 술렁였다.
20시가 되자 150만 군중이 기적처럼 ‘1분 소등’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이어 서대문과 종로, 남대문, 청운동 등 사방팔방으로 2차 행진을 나갔다. 장관을 이룬 행진에도 시민들은 지치지 않았다. 시내 곳곳을 돌아 다시 경복궁 앞길로 집결했고, 그 시간에도 수만 명은 채 행진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자유발언과 공연 등이 계속됐다.
- "첫차 타고 집에 가자" ... 추위와 눈비도 못 말린 정치축제
시민들은 “첫차 타고 집에 가자”며 1박 2일 시위를 약속하기도 했다. 자정이 넘긴 시간임에도 광화문광장 무대를 중심으로 공연과 흥미로운 자유발언이 지속됐다. 자유발언은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다양한 지역에서 그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열정과 분노를 표출했고, 시민들은 환호와 구호 제창으로 화답했다. 그 시간 여전히 광화문과 종로 주변의 먹거리 점포들은 때 아닌 정치적 대목을 맞아 성황을 이뤘다.
침울하고 어두운 곳은 청와대뿐이었다.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 200m 앞에서 들리는 사면초가를 들어야 했고, 박근혜는 고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