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조직화, 모금 위해 가방 비워주고 돈 가방도 그대로 컴백, 할머니의 정성 등 훈훈한 송박영신

촛불집회를 지키는 땀방울, 자원봉사자들 / 사진 퇴진행동

촛불집회가 9차까지 오는 동안 집회를 주최해온 퇴진행동 상황실 주변에서 벌어진 따뜻한 촛불 사연들을 공개했다. 기적적인 거대한 촛불의 역사, 온전히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룬 엄청난 사건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촛불의 힘을 키워온 시민들의 사연은 또 다른 의미의 푸근한 연말을 느끼게 한다.

“너 이번에 촛불 가냐?”

그는 집요하게 물었다. 자신은 해외출장이니 너라도 가서 촛불을 지키라고 지인에게 전화하는 시민이 있었다.

11월 12일 어떤 동네의 약사모임은 핫팩 3만개를 퇴진행동에 후원했다. 전공의협의회 의사들은 12월 10일까지 한 달간 의료지원과 더불어 촛불과 손피켓 나눔에 참여했다.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과 한국응급구조협회는 촛불집회 곳곳에 응급차량을 대기시키고 시민들에게 수유실과 노약자 휴식을 위해 개방하기도 했다.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가장 많은 모금을 한 자원봉사자들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다. 노조파괴에 맞선 투쟁도 힘겨운 갑을오토텍 조합원들은 11월 26일 단체로 모금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이날은 가장 많은 금액이 모금된 날이다. 모금통이 꽉 차자 시민들은 자신의 가방을 비워주며 “여기다 더 받아 가시라”하고, 도중에 꽉 찬 모금통은 돌아와 비우고 다시 나가기도 했다. 심지어 한 시민은 모금 현장에서 자신의 목걸이와 귀걸이를 빼 모금함에 넣기도 했다.

많은 돈이 든 분실물도 고스란히 주인을 찾았다. 가방을 잃어버린 시민은 같은 뜻으로 모인 시민들이 반드시 찾아줄 것을 믿었다고 말했고, 믿음처럼 돈이 든 가방은 그대로 돌아왔다. 그 시민은 감사인사로 과일 한 박스를 퇴진행동에 선물했다. 행진 경로인 청운동의 한 커피공방은 늘 시민들에게 따뜻한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퇴진행동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민주노총에도 시민들의 마음이 전해했다. “이전엔 오해했는데, 민주노총이 잘해줘서 고맙다”는 전화도 받고, “더 세게 싸워 달라”는 주문전화도 있었다. 전화번호가 공개된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할머니에게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수고하십니다. 저는 청주에 사는 67세 00할머니입니다. 저녁에 일하기 때문에 촛불집회에 한 번도 참여하지 못하여 항상 마음이 무겁습니다. 조그마한 성의의 표시로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익숙하지 않은 문자와 함께 약간의 후원금을 보내왔다.

숨은 주역들은 역시 자원봉사자들이다. 퇴진행동으로선 도저히 일손이 감당이 안 되는 11월 19일부터 신청자를 받아 24일까지 참여한 자원봉사자 누적수는 790명이다. 대부분 집회에 처음 나오는 분들이었고 혼자 참가한 분들이라고 퇴진행동은 밝혔다. 그중 20여 명은 주말마다 빠짐없이 자원봉사에 참가한다고 한다. 심지어 지방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다. 그 중 한 고등학생은 이런 문자도 남겼다.

“오늘 수시 면접시험이 있는데 박근혜 퇴진만 생각하다가 깜박했네요. 죄송~”

이 고3학생은 수능 후 바로 자원봉사를 신청했다거 한 주 미뤄 참가했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매주 엄청난 인파 속에서 초컵과 피켓을 나눠주고 각종 안내와 질서유지를 담당한다. 이밖에도 퇴진행동엔 저금통과 귀금속 등 정성이 담긴 익명의 지원물품이 답지했다.

촛불은 힘이고 감동이다. 그렇게 새로운 역사가 됐다.

익명의 시민은 집회비용 모금함에 자신의 목걸이와 귀걸이를 벗어 넣기도 했다 / 사진 퇴진행동

 

집회에 설치된 퇴진행동 부스에 찾아온 시민들이 쓱 내말고 간 저금통과 후원금들 / 사진 퇴진행동

 

하야크리스마스 날인 24일 한 시민은 퇴진행동 본무대 뒤편으로 찾아와 케이크와 다량의 빵을 전달하고 갔다 / 사진 퇴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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