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현장에서 바라본 언론 – 변백선 노동과 세계 사진기자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 변백선 기자

압도적 찬성으로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외신언론은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항쟁을 보며 감탄했다. 2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그리고 다시 200만으로 1~2주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규모가 늘어 가는가 하면, 100만 명이 넘는 분노한 시민들이 서울도심을 가득 매우고도 아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축제분위기로 시위하는 한국의 촛불집회를 수많은 외신 기자들이 집중 보도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3개의 언론사가 촛불을 집중보도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물며 한국의 언론은 정신이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정보가 쏟아지고 의혹도 늘어났다. 심지어 정권을 비호하던 보수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도 촛불이 1면을 장식했다. 그들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다. 특히 놀라운 변화는 TV조선이다. 마치 특종 경쟁하듯 연일 박근혜와 청와대를 때렸다. 촛불집회가 열릴 때면 방송사들은 중계차량을 광장에 배치하고 생방송으로 촛불 현장을 알리며 박근혜정 권을 비판했다.

그러나 광장의 시민들은 이들 언론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특정 언론은 유독 비난을 받았다. 언론을 향해 목소리가 커지는 곳에 가보면 MBC 카메라가 있었다. 시민들은 “너 네가 언론이냐”, “똑바로 해라”, “취재 했으면 내보내야지”라며 혀를 차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는 카메라에 로고를 때고 취재한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언론노조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MBC본부장의 말이 떠오르는 장면들이었다. 조능희 MBC본부장은 "공정방송을 외치던 기자, 피디들이 다 쫓겨났다. 그 자리를 알 수 없는 사람들로 채우고 있다. MBC조합원들은 내부에서 계속 싸우고 열심히 부르짖고 있다. MBC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안쓰러운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의 3차 담화가 발표된 다음 날인 11월 30일 ‘박근혜 즉각 퇴진’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재벌사 또한 규탄하며 총파업을 시도했다. 전국적으로 22만여 명이 파업에 나섰고, 서울광장에 2만여 명이 운집해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이 날 집회에는 노점상, 학생, 농민, 장애인, 중소자영업자와 시민단체들도 시민불복종의 의미로 함께했다. 이날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언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15년 민충총궐기와 노동개악을 막기 위한 총파업을 악의적으로 비난하던 당시와 비교되는 반응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민주노총이 어째서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지는 민중총궐기의 의도가 무엇인지 언급하지 않고 덮어놓고 집회를 불법 폭력시위로, 민주노총을 폭력 좌파로 매도했다. 노동자들은 “쉬운해고 반대한다!” “평생비정규직 반대한다!”며 절규하고, 농민들은 쌀 값 인상공약을 지키라며 거리로 나왔지만, 언론들은 오로지 연설 중에 나왔던 한 마디 “청와대로 쳐들어가자”라는 자극적인 구호만 강조했다.

작년과 지금 현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언론은 집회 시위 보도 시, 주최 측의 주장과 의견보다는 시위 과정의 충돌만을 사건화해 다뤄왔다. 그림이 되는 것만을 찾아다니는 듯 했다. ‘왜?’라는 물음표를 달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장면만을 쫓았고,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영향력이 큰 공영방송, 종합편성채널이 여론의 편향을 주도했다. 현재 연일 박근혜와 청와대를 공격하는 TV조선은 작년 민중총궐기 때는 현장 생중계까지 해가며 일부의 충돌 위주로 계속 영상 내보냈다. 기사 제목부터가 “폭력 시위” “폭력 불법에 무너진 공권력” 등이다. 균형과 객관성을 잃고 충돌과 선동에만 집중해 ‘폭력 시위’ 프레임을 조장했다. 채널A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공정보도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JTBC 뿐이었다. 지상파 3사 중 KBS와 MBC는 관련 소식을 전달하지도 않았다.

지금 국민들은 JTBC를 가장 선호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정보나 뉴스를 보도하는 곳도 JTBC라고 꼽았다. 촛불민심은 지상파 3사 로고가 보이면 비난하지만, JTBC가 보이면 인사를 전하고 카메라까지 들어주겠다며 다가간다. 일부 시민은 JTBC 중계차량 앞에서 기념촬영까지 할 정도다. 민주노총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왜곡언론 3사와 JTBC, MBN, 채널A, TV조선 등 종편 4사에 대한 취재협조를 거부해왔다. 이들 매체들이 유독 노동자들을 악의적인 범죄자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반면 JTBC는 재작년 철도 파업 때와 민주노총 침탈 사건을 지나며 신뢰를 얻어 취재거부를 하지 않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JTBC를 시청하는 이유, 바로 공정보도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최근 파업을 벌였다. 언론노조는 새누리당사 앞에서 언론장악방지법 통과를 위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방송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그 결과 많은 언론인들이 해직되고 낙하산 인사들이 들어앉았다. 이후 지금까지 청와대가 보도를 통제하고, 공영방송 사장을 편파적으로 선임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언론자유는 끊임없이 추락했다. 하지만 언론노동자들은 시민과 함께 싸우고 있다. 김동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언론이 민주화되면 권력이 민주화 된다. 그래서 권력이 무너진 나라를 언론인이 앞장서서 구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박근혜-최순실-재벌 게이트’에 언론도 공범이라고 말한다. 제대로 된 취재와 추적, 보도 등이 없었다고, 만약에 대한민국의 언론이 똑바로 섰더라면 이런 일들이 생겼겠는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가 부여한 사회적 책무를 내팽개쳤다. 하지만 촛불집회로 인해 많은 언론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요즘은 민주노총의 투쟁 현장에도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갖고, ‘왜?’라는 물음표를 갖고 취재를 하는 듯하다. 많은 언론인들은 말한다.
“침묵을 향한 경쟁이 아닌 진실을 향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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