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촛불은? 청년들에게 촛불은?

[편집자 주]촛불항쟁은 역사와 운동에 큰 자취를 남기며 한국사회에 변화의 화두를 던졌다. 이 국면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며 심지어 혁명적 에너지가 꿈틀대는 시점이라고도 한다. 노동자는 최근 역사에서 두 번의 항쟁을 지나왔다. 19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대투쟁 그리고 2016년 10월 시작된 촛불항쟁, 이 시대를 살아온 선배와 청년세대들은 촛불에 대해 어떤 대화를 할까?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와 금속노조 <금속노동자>가 세대를 연결하는 선후배 대화의 자리를 시도했다. 선배세대로는 금속노조 경기지부 대원산업 정승권 조합원, 현대중공업노조 박대용 해양부문 분소장, 서울지하철노조 오선근 정책국장이 참석했다. 청년세대로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최원영 대의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성남분회 이우식 조합원이 참석했으며, 민주노총 바깥에서 청년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는 알바노조의 우람 정책국장이 참석했다. 좌담회는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의 젊은 피 정나위 차장이 사회를 맡았다. 젊은 세대에게 주도권을 주자는 취지였다. 2회에 걸쳐 연재한다.

<1회>

- 나에게 촛불은 000이다. ...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대답 “꿈틀이”

- 청년, 노조와 먼 사람들 ... 연결고리는?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수 있는 집회를

<2회>

- 적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국민의 힘으로 무력화 ... 노동자 정치세력화 기회

- 조합원이 주인 ... 조합원들이 떠들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 많은 고민 가져간다. .... 내년 이맘때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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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좌담회가 열렸다. / 사진 변백선

- 나에게 촛불은 000이다. ...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대답 “꿈틀이”

좌담회 진행을 담당한 민주노총 정나위 교선차장 / 사진 박성식

정나위( 이하 사회) : 최근 촛불항쟁이 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87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87년 대투쟁과 비교하든 자신에게 촛불은 어떤 의미인지 말해 달라.

  

박대용 : 촛불은 우리 노동자에게 ‘진수성찬 밥상’이다. 항쟁을 통해 노동자들이 법, 제도를 고쳐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오선근 : 촛불은 ‘노동해방의 꿈’이다. 어느새 노동해방의 꿈이 없어졌다. 촛불항쟁을 맞아 민주노총이 장기 계획을 고민하고 노동자 중심성을 다시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우식 : 촛불은 ‘시작’이다. 노동자가 저항을 해야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빨리 올 수 있다. 촛불은 기회고 시작이다.

 

정승권 : 촛불은 ‘희망’이다. 희망과 대안 없이 살아왔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N포 세대고,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른다. 촛불항쟁은 새로운 시작, 희망을 여는 계기다.

 

우람 : 촛불은 ‘전환의 계기’다. 지금까지 운동과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집회에서 퇴진뿐만 아니라 평등이 논의되기 시작됐다. 여성혐오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 다양한 발언대, 장애인 참가를 위한 웹자보 등 앞으로 집회문화도 이런 평등문화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소수자에게 평등한 집회문화, 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최원영 : 촛불은 ‘꿈틀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청년들은 미래가 없었다. 나 혼자 나서서 되겠냐는 생각으로 구석으로 몰렸는데, 더 이상 밟지 말라고 꿈틀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사이다 통쾌함이 있다. 삼성 후계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 감동적이다. 우리는 지렁이가 아니라 용이었을 수도 있다. 멈추지 않고 승천했으면 한다.

상단 왼쪽부터 현대중공업노조 박대용 해양부문 분소장, 금속노조 경기지부 대원산업 정승권 조합원, 서울지하철노조 오선근 정책국장이 참석했다. 하단 왼쪽부터 알바노조 우람 정책국장,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성남분회 이우식 조합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최원영 대의원 / 사진 변백선

- 청년, 노조와 먼 사람들 ... 연결고리는?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수 있는 집회?

사회 : 한국사회 전체가 청년을 말하지만 노동운동은 청년세대 운동의 주체가 없다고들 한다. 대규모 대중운동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촛불항쟁은 그간 사회참여에 회의적이던 청년세대에도 큰 계기점이었을 것 같다.

 

오선근 : 노조는 청년조합원들을 위한 사업을 제대로 못했다. 반성한다. 노동운동은 민주주의, 평등, 저항, 휴머니즘을 실천하는 거다. 과연 민주노총이 잘 해왔나? 서울지하철이 2004년 이후 성과연봉제 관련해서 12년 만에 파업했다. 입사 7~8년 된 젊은 조합원들이 처음엔 두려웠지만 나중엔 재밌다고 하더라. 파업 직후 촛불이 이어지다보니 집회에도 재미가 붙었다. 선배들과 뒤풀이가 좋다는 조합원도 있다. 아쉬운 점은 87년 대투쟁은 조직 노동자가 중심이었는데, 이번 촛불은 그렇지 못한 점이다.

 

최원영 : 11월 촛불집회가 달아올랐을 때 어떤 모임에 갔는데 조직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고등학생, 백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뭐라도 해보자는 자리였다. 집회가 처음이라는 사람들은 노조와 거리가 먼 사람들인 것 같은데, 그들이 지금은 어떨까 궁금하다. 박근혜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자기가 있는 곳, 직장 등에서 뭔가를 했으면 한다. 나는 노조를 하면서 되게 좋았다.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촛불로 시민들과 연대감을 갖게 되었으니, 민주노총과 분리되지 말고 이걸 계기로 일상의 변화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87년 투쟁 이후에도 노조가 많이 생겼다는데, 지금 노조가입률이 높지 않다. 촛불 상황이 마무리되더라도 이어가도록 조직된 노동자들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정승권 : 촛불항쟁이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로 폭발했지만 그 계기는 이전부터 누적됐다. 청년실업자와 비정규직이 넘쳐났고 세월호 참사로 국민 304명이 떼죽음 당하는데도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많은 국민과 청년들이 분노했다. 이렇게 눌리고 참았던 분노가 국정농단 사건을 접하며 폭발한 것이다.

 

박대용 : 폭발적인 민중의 힘이 대권에 흡입되면서 죽어가는 것 아닌가 걱정한다. 역사는 청년으로부터 출발한다. 87년 청년 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되었고, 완성되지 못했지만 성과도 있었다. 이번에도 청년학생들이 시발점이라고 본다. 이화여대생들의 나비효과. 그런데 지금은 청년학생들이 주력이 되기 어렵다. 조직된 대학생 단체도 없고, 일터에선 청년층이 50대 노동자보다 진보적이지 않다. 체제에 순응하도록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청년들을 조직하는 뭔가가 필요하다.

 

정승권 : 우리 사업장도 젊은 조합원들 있는데, 박대용 동지 얘기와 반대다. 사회 돌아가는 거, 옳고 그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기성세대들이 주체적이지 못하고 다양하지 못하다. 나 스스로도 수동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촛불에 비해 나나 조합원들은 노조가 조직하지 않으면 잘 안 움직이다. 피켓도 스스로 못 만든다. 주면 들지만.

 

최원영 : 자유발언도 식상해졌다. 이야기가 대동소이해진 것 같다. 질문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박근혜 이후 어떤 세상을 상상하는지 민주노총 같은 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촛불에서 시민들은 기존 운동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비틀어서 재밌게 만들었다. 집회와 축제는 한 끗 차다. 많이 모이고, 약간의 광기도 있고, 노래도 하고, 술도 있고. 노조집회는 책임감으로 가지만 축제는 가고 싶어 한다. 운동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 우리 세대는 일단 즐기자 분위기다. 부자가 아니라도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떠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는 선택이다. 노조 가입하면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 내년 삶이 바뀔 수 있는데 경험을 못해 그런 것 아닐까. 민주노총이 나섰으면 한다. 촛불처럼 즐겁게 싸울 수 있도록. 지난해 파업 때 장난스럽게 즐겁게 싸웠다. 청년 노동자들이 노조를 하고 싶도록, 노조집회 참가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만 찾으면 그들이 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우식 : 예전 87년에는 학생운동이 활발했다고 하더라. 학생들이 활발히 움직여야한다. 저들이 만든 틀에서 반기문이나 문재인이 다시 대통령이 돼버리면 87년과 똑같다. 노동자 계급성이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오선근 : 젊은 사람들이 왜 개별 행동을 하는가. 예전에는 노조를 통해서 해결 안되는 게 별로 없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노조가 그런 역할을 못한다. 계급 간의 연대는 훨씬 더 약화되었고. 초중학교 동창들도 예전에는 응원해줬는데 97년 이후에는 그만하라는 반응이었다. IMF 이후에 임금, 복리후생 등 대기업-아닌 곳 격차가 더 벌어졌다. 노동운동 지도부, 활동가들이 반성할 게 많다. 촛불을 계기로 노동의 가치가 올바로 평가받는 것, 노동자들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걸 확인했으면 한다. 노조 조직률 높이는 것. 이제부터라도 다시 해보자.

 

우람 : 내 주변에는 알바하는 사람들이 많다. 촛불도 나가기 쉽지 않다. 어른들은 87년 이후 최대 항쟁이다, 제2의 혁명이라고 했는데 잘 와 닿진 않았다. 박근혜 탄핵은 내 삶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가 싶은 거리감이 있다. 알바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변화나 활력을 느꼈을까, 그건 의문이다. 여러분들 얘기를 들으면서 청년을 하나의 집단처럼 본다고 생각했다. 청년은 그냥 젊은 사람들이다. 청년이 주체가 되어야 한지만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고 하나의 (단일한)집단처럼 규정하시는데, 그 안에도 굉장히 다른 결이 있다. 청년이 계급은 아니다. 동일한 집단으로 놓고 얘기하면 청년담론이 나올 수 없다. 청년이 아니라 불안정노동자,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25일 연재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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