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촛불항쟁은 역사와 운동에 큰 자취를 남기며 한국사회에 변화의 화두를 던졌다. 이 국면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며 심지어 혁명적 에너지가 꿈틀대는 시점이라고도 한다. 노동자는 최근 역사에서 두 번의 항쟁을 지나왔다. 19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대투쟁 그리고 2016년 10월 시작된 촛불항쟁, 이 시대를 살아온 선배와 청년세대들은 촛불에 대해 어떤 대화를 할까?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와 금속노조 <금속노동자>가 세대를 연결하는 선후배 대화의 자리를 시도했다. 선배세대로는 금속노조 경기지부 대원산업 정승권 조합원, 현대중공업 박대용 해양부문 분소장, 서울지하철노조 오선근 정책국장이 참석했다. 청년세대로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최원영 대의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성남분회 이우식 조합원이 참석했으며, 민주노총 바깥에서 청년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는 알바노조의 우람 정책국장이 참석했다.

좌담회는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의 젊은 피 정나위 차장이 사회를 맡았다. 젊은 세대에게 주도권을 주자는 취지였다. 2회에 걸쳐 연재한다.

<1회>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245420

- 나에게 촛불은 000이다. ...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대답 “꿈틀이”

- 청년, 노조와 먼 사람들 ... 연결고리는?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수 있는 집회를

<2회>

- 적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국민의 힘으로 무력화 ... 노동자 정치세력화 기회

- 조합원이 주인 ... 조합원들이 떠들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 많은 고민 가져간다. .... 내년 이맘때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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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에 이어 계속... 1회 내용은 링크(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245420)를 열어보세요

- 적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국민의 힘으로 무력화 ... 노동자 정치세력화 기회

사회자 : 87년 이후 30년, 촛불항쟁을 기점으로 새로운 체제를 건설할 시기다. 87년 항쟁 성과와 한계에 비춰 촛불항쟁 이후 체제에 꼭 반영되어야 하는 요구나 담론 등은 무엇일까.

최원영 : 촛불 처음에는 논지 흐리지 말라고 탄핵 말고는 얘기 못하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진보적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재벌도 한통속이라고 외친다. 우리는 나쁜 놈들 벌 받나 지켜보자하기 보다 벌 받은 다음에 어찌할지를 말해야한다. 파격적인 상상을 끌어낼 수 있는 말과 질문을 던지자.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던 것들에 의문을 던지자. 주거권 보장, 무상의료, 최저임금 만원 얘기해도 된다. 대선에서 반기문이 되거나 문재인이 되거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야당들은 눈치를 본다. 대선 공약이 뭐가 될지는 광장이 열렸을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이 얘기하는가에 달렸다. 민주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우식 : 이번 촛불은 15년 총파업에서부터 이어진 거라고 본다. 주체가 민주노총에서 총궐기투본으로 다시 퇴진행동으로 바뀌다보니 노동 담론이 많이 사라졌다. 촛불은 국면은 잘 만들었다. 민주노총이 계급성을 충분히 드러내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오선근 : 조합원 동원하라고 지침 내리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조직되지 않는다. 촛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거다. 노조는 조합원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조직문화가 그렇다. 지도부 중심으로 움직인다. 촛불 정세에서도 조합원 토론이 없다. 조합원이 주인 되는 활동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노조는 청년들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열어주자.

최원영 : 노동조합이 즐거운 곳이 되면 좋겠다. 놀자는 게 아니고. 사람들과 친해지면 그 곳이 좋아진다. 사람과 관계가 생기면 즐거워진다. 광화문 촛불은 꺼지더라도 더 많은 노조가 생기고 일터의 문제점을 같이 씹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런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오선근 : 정치세력화도 고민해야한다. 엄청나게 좋은 기회인 지금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완전히 왜소해졌다. 민주노총에도 큰 책임이 있다. 박원순은 노동이사를 얘기하고, 이재명은 근로감독관을 대폭 늘리자고 한다. 보수야당 대선후보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데 노동진영은 우리 꿈을 얘기하지 못한다. 위기다. 노동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어 올바로 평가 받아야 한다.

박대용 : 30년 주기로 민중항쟁의 기회가 온다. 지금의 촛불은 일제잔재 세력, 쿠데타 세력의 마지막 저항기다. 2016년 촛불은 또 다른 30년을 지탱할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촛불을 통해 모든 세대의 생각이 바뀌고, 이후 30년을 만들어갈 에너지를 진보, 개혁, 민주, 평등 세력이 받았다. 자본가들이 만든 분할 체계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 노동자의 모든 세력 통합해내고, 정치세력도 노동계급적인 성격을 가진 곳으로 뭉쳐야 한다.

정승권 : 요즘은 문재인도 혁명 얘기하고, 당연시되는 단어가 되었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모색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많은 분들이 적폐청산을 말한다. 적폐는 박근혜나 부역자 개인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국정원, 검찰, 재벌 등. 그들의 힘을 국민의 힘으로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걸 그대로 두고 사람만 바뀌면 노동자민중의 삶은 여전히 피폐할거다. 항쟁국면에서 진척되지 않으면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희망을 포기할 것이다.

우람 : ‘변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촛불이 크게 밝혀졌지만 주도한 세력이 없다. 직접 민주주의가 등장했고 국민들이 직접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이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어떻게 조직을 개선시킬 것인가. 핵심은 조직 내 민주주의와 다양성의 확장이라고 본다. 민주노총이 시도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알바노조는 최임 1만원, 기본소득,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한다. 그래야만 노조도 하고 정치에도 참여할 수 있다.

- 조합원이 주인 ... 조합원들이 떠들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사회자 : 노동운동 안팎에서 청년 역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민주노총에 대한 문제도 제기한다. 촛불을 계기로 청년, 불안정노동, 저임금층으로 폭을 넓히고 노조 조직률을 확대할 방안이 있다면?

오선근 : 한국 촛불, 전 세계 운동가들이 부러워한다. 행복한 순간에 있는 건 맞다. 이 기회를 준 박근혜에게 고맙다.(웃음) 노동운동 활동가부터 운동을 생활화할 수 있어야 한다. 운동의 생활화로 재미도 느끼고 관계도 만들어졌으면 한다.

최원영 : 민주노총의 인상은 사실 그렇지도 않은데 나이든 무서운 아저씨다. 가입하라고 설득할 게 아니라 가입하고 싶은 노조 만들어야 한다. 나는 민주노총 분들이 진심으로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 쭉정이 같은 사람들한테 무시 받는 것이 너무 싫다.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문제라고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선망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아무개가 들어간 직장이 민주노총 노조래” 이런 식으로. 없어도 있어보이게 나는 노사교섭 때 집에서 제일 좋은 옷을 입고 나갔다.(웃음) 민주노총의 다양한 모습들만 보여줘도 다를 것 같다. 노동자가 주류인데 주류로 대접받지 못한다. 우리가 주류가 되자.

오선근 :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하는 질문이 실종됐다. 자판기 노조다. 노동조합의 다양성, 자발성, 창의성, 관심,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조합원들에게 물어보고 토론해야 한다. 촛불의 핵심도 내가 주인이라는 건데, 조합원을 주인으로 세우지 못한다. 전략만 만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최원영 : 노조가 커지면서 생기는 문제라고 본다. 개인주의 성향이라고 진짜 혼자 지내는 건 아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뭔가를 같이 한다. 그걸 노조로 끌어들여야한다. 같은 직장 동료와 함께라면 고민 나누기도 좋다. 멍석을 깔아주자. 소모임을 만들고 지원해보자.

이우식 : 사람들은 노조가 돈 벌려는 이익단체라고도 한다. 노동조합은 권리를 찾는 단체다.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 월 1-2시간 총회할 수 있는 자리, 교육할 수 있는 기회, 얘기 나눌 수 있는 자리 등. 조합원들에게 설문지 돌렸는데 아무 관심 없어보이던 조합원이 열심히 써서 놀랐다. 소통이 필요하다. 회식도 많이 하자고 했다. 노동자들이 단결돼야 주변 사람들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다. 돈에 너무 찌들지 말았으면 한다. 이를 뿌리칠 수 있는 것이 교육이다.

정승권 : 우리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동기모임을 한다. 단협, 노조규약, 지회 규칙 그런 걸로 공부팀도 만든다. 최근 경기지부에 대창지회라는 노조가 새로 생겼는데, 지부에서 노조 만드는 것부터 파업까지 함께했다. 지역지부에서 조합원 월 2만원 투쟁기금 등 열심히 연대해서 결국 승리했다. 민주노총에서 어떤 걸해야 할지 몰라서 안 되는 건 아니다. 형식적인 결의, 보여주기 등에 매몰돼 있다. 주변 친구들만 봐도 노조 있어야 하는 거 안다. 그런데 총대 멜 거냐 거기서 달라진다. 정치세력화가 중요한데, 그러려면 의식화, 실천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우람 : 불안정노동층, 청년층 만나기 힘들다. 만나도 금방 일 그만두면 활동 힘들어진다. 민주노총이 그런 면에서 좀 더 나을 수 있다. 일단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맥도날드도 2-3년 꾸준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 소모임 계속 유지하는 게 당연히 좋다. 그게 꼭 재미일 필요는 없다. 노조의 전반적인 변화가 많이 필요하다. 알바노조 모델이 없다. 그래도 노조다보니 민주노총을 보게 된다. 보다보면 배울 점도 비판할 점도 있다. 최근에 부산지하철 노조위원장님 인터뷰를 봤는데 굉장히 좋았다. 사측과 싸울 때도 프레임이 중요하고 간부들보다 조합원들이 떠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박대용 : 사내하청 노동자들 어용노조에서는 아예 내팽개쳤고, 민주노조에서도 별로 해준 게 없다. 임단협 막판 되면 하청노조 문제는 간 데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분노가 생기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노조가 함께 2년 정도 노조가입 운동했다. 정규직 노조가 나서면 많이 가입할 줄 알았는데 실패했다. 노조가입 운동도 법과 제도가 함께 가야한다. 역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연결되는 문제다.

- 많은 고민 가져간다. .... 내년 이맘때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

사회 : 마지막으로 좌담회 소감을 말씀하신다면?

우람 : 다양한 얘기 들어서 좋았다. 더 다양한 분들을 모아 얘기했으면 한다.

정승권 : 같은 사안에도 바라보는 방식이 참 다양하다. 늦은 저녁이지만 유익했다.

이우식 : 선배 노동자 만나 여러 얘기도 하고 좋다. 다양한 업종 동지들도 봤으면 좋겠다. 논쟁적으로 토론도 했으면 좋겠다. 결국 하나로 뭉치도록.

오선근 : 공부 많이 하고 생각과 고민 많이 가져간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희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과 산별조직이 계기를 함께 만들자.

박대용 : 새로운 사회를 위한 욕구들이 올라올 텐데 민주노총이 노동의 문제를 의제로 만들어 이후 환경을 주도해 나갔으면 한다.

최원영 : 재밌었다. 내년 이맘때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파격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귀족노조라 욕한다는데, 그래 그럼 다 같이 귀족처럼 살자고 답하자. 인권영화제에 가보니 모든 좌석에 VIP라고 적혀있더라.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인간이 평등하다는 당연한 명제가 이뤄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