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담회] 출판약자들이 함께 살아날 출판생태계의 내일

송인서적 부도사태로 출판계가 휘청이고 있다. 중소서점은 당장 책을 구할 곳이 없다며 아우성이고, 출판사 역시 송인서적의 부도로 인한 어음피해가 출판노동자들의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부도로 인해 상반기 도서발행종수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땡땡책협동조합은 23일 저녁 7시 30분 인권재단 사람에서 출판노동자, 출판사, 중소서점이 함께하는 집담회를 열고 출판 생태계의 혁신방향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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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인서적사태, 즉시 해결 대책은 … "융자 대책 한계 있어, 유통구조 개선되야"

정부는 지난 6일 50억원의 한도자금 내에서 1퍼센트대의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융자정책과 서점POS 공급 등 부분적인 유통망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16일에는 종당 8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골자로 하는 직접지원대책과 피해출판사 도서구입등을 2차 대책으로 발표했다. 서울시 역시 11일 서울도서관을 중심으로 도서구입비를 조기 지출하는 방안을 지원대책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송인서적 부도의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집담회에서 나왔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융자정책은 반환을 전제로 하는 것임으로 대상이 국한될 수 밖에 없다"며 "송인서적이라는 충판생태계 내 한 사업체의 부도가 전체 생태계에 이정도 충격파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위기구조의 본질이다. 중앙집중화된 기존의 도서유통망을 지역으로 분권화하고 도서관 자원을 활용해 공영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성호 이상북스 대표는 어음 한도 내에서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송성호 대표는 "출판사는 어음피해도 있지만 장부잔액에 대한 피해가 훨씬 더 크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금액에 대해서 (정부가) 현물 인수를 하는 것이다. 그게 가장 즉자적인 해결방안" 이라고 강조했다.

◇ 곧 나올 출판진흥 5개년 계획, 필수 항목은 … "유통사가 아닌 생산자가 돈 버는 구조 필요"

송인서적 사태는 출판계의 전근대적인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고 나왔다는 점에서 긍정적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출판계가 여러 다른 산업군과 비교했을 때 구조가 약간은 지체된 듯 보인다"며 출판계 생산구조에 대한 조사등 출판계의 위기 분석을 시작으로 생산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 지원이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진석 책방 이음 대표 역시 "유통사가 돈 버는 게 아니라 생산자가 돈을 벌어야 한다"며 "책 쓰는 사람은 보통 10%를 인세로 받는다. 책방은 수익률이 30%다. 출판사도 그정도가 안 된다. 저자가 집필을 할 때 드는 비용에 대한 보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진석 대표는 또 동네서점과 헌책방을 사지로 내모는 온라인 서점 중고 서적업, 오프라인 대형서점의 확장 규제, 어음거래관행중지, 출판사와 서점이 도서 재고 및 판매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을 필수 항목으로 제시했다.

송성호 이상북스 대표도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대형 서점의 이익률 독점 현상을 지적했다. 송성호 대표는 "현행 도서 정가제는 불완전하다. 대형 유통사들이 시장 불안정성의 주범인데 정가제 이후 대형 유통사들만 이윤이 300~600%가량 늘었다"며 "대형 유통사들이 펀드를 조성해서 출판 발전에 쓰자는 말도 있었으나 논의만 했지 발전은 없었다. 완전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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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출판의 미래,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송성호 대표는 "정부는 출판이 보호해야 할 '문화 사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독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보호정책,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며 "출판사 역시 가벼운 읽을거리 위주의 단기적 전략에서 벗어나 가치있고 깊이 있는, 장기적인 출판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드라마 셀러, 영화화 셀러등에 집착하지 말고 콘텐츠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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