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건강 실태' 조사 발표

교사 10명 중 4명은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고 교사 10명 중 1명은 주 60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있어 만성 과로로 인한 산재 처리가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져, 교사들의 노동 환경 전반을 시급하게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교조는 3일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와 함께 진행한 ‘교사의 직무스트레스와 건강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전국 79개 초·중·고(일반고, 특성화고)에 근무하는 교사 3345명을 무작위 추출해 설문을 실시하고 이에 응답한 16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교조는 “이번 조사는 직업환경의학적 기준에 의거 교원의 직무스트레스와 업무부담, 감정노동 우울 실태를 최초로 조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설문 결과 도시학교에 근무하는 11.8%, 농촌학교에 근무하는 15.9%의 일반고 교사가 주 60시간 이상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렬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이는 해당 교사가 사망할 경우 만성 과로로 인한 산재 처리가 가능할 만한 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의미 한다”면서 “교사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들의 20~40%는 지난 1년 동안 1회 이상 학생, 학부모, 동료나 상사 등에게 모욕적인 비난과 고함 등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의 주체를 살펴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 특성화고의 경우 학생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의 직무스트레스는 ‘직무 요구’와 ‘관계 갈등’ 영역에서 일반인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 등과의 관계 갈등에 대한 스트레스는 앞서 드러난 폭력 경험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무 요구’에 대한 스트레스 역시 교사에게 학생 교육의 책임을 오롯이 전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스트레스로 이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연구진들은 또,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인해 교육전반에 공급자-수요자 논리가 도입되고 교원평가가 시행되는 등의 영향으로 교사들의 노동이 감정 노동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여타 감정 노동 직업군과 교사들의 감정 노동을 비교한 결과도 발표했다.

그 결과 교사들은 타 감정 노동자들에 비해 ‘조직의 지지와 보호체계’ 미비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최근 5년 6개월 동안 교육부에 보고된 교권침해 사건은 2만 7406건이지만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교권침해 발생 시 학교장에게 통고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는 교사의 비율이 50%를 넘어선다. 학교장에게 교권침해 사실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한 경우에도 조용히 해결하자며 쉬쉬하는 관리자가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실제 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교권침해 해결을 위해 시도교육청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했지만 2013년 설립 이후 2016년 상반기까지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한 사건은 44건에 불과하다. 현재의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으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교권보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교사들은 지역과 급별을 가리지 않고 학생 생활지도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성화고와 일반고 교사들은 진로·진학 지도에 대한 어려움도 호소했다.

기댈 곳 없는 교사들의 어려움은 우울로 이어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전체 교사의 28.0%가 유력 우울증을, 11.9%가 확실 우울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확실 우울증의 경우 의학적으로 우울 장애를 예측할 수 있는 병원 진료 등 적극 개입이 필요한 상태이다.

교사와 일반인의 확실 우울증 비율을 비교한 결과 일반인에 비해 20대 교사는 1.5배, 30대 교사는 2배 가량 확실 우울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교직 생활을 시작하는 교사들의 수업 및 학생지도에 대한 전반적 지원과 멘토링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교육당국에 “교원의 직무스트레스 관련 조사를 계기로 밝혀진 교원의 직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교육권을 보호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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