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노조탄압 법률자문, 김앤장을 말한다 1

“여기 모인 동지 중 김앤장과 관련 있는 사업장 동지들은 손 한번 들어보십시오.”

서울 종로구 김앤장법률사무소(아래 김앤장) 앞에 모인 ‘박근혜-재벌총수 구속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분쇄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단(아래 공동투쟁단)’ 조합원들은 모두 손을 번쩍 들었다. 유성기업, 갑을오토텍, 하이디스, 시그네틱스, 동양시멘트,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GTS 등 공동투쟁단 소속 조합원들은 김앤장이 어떻게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노조탄압 법률자문을 해왔는지 증언하고 규탄했다. 2016년 12월22일 ‘재벌 호위무사 김앤장 규탄 집회’ 광경이다.

김앤장 규탄집회를 제안한 차헌호 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민주노총 사업장 가운데 김앤장과 관련된 사업장이 너무 많아 김앤장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투쟁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수많은 투쟁사업장마다 이름이 등장하는 김앤장은 어떤 곳일까.

 

김앤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김앤장 법률사무소(아래 김앤장)의 대표변호사는 하버드 로스쿨 법학박사 출신인 김영무 변호사, 판사 출신인 장수길 변호사와 이재후 변호사, 주미대사 출신인 현홍주 변호사, 사법연수원 수료 후 바로 김앤장에 들어온 정계성 변호사 등이다.

창립 멤버는 김영무 변호사와 장수길 변호사다. 김앤장이란 이름 자체가 두 사람 성을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김영무 변호사는 김앤장 내부 조직, 장수길 변호사는 기업 인수합병과 기업자문, 이재후 변호사는 법원 송무와 대외업무, 현홍주 변호사는 국제 거래와 국제중재, 정계성 변호사는 금융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김앤장 창립 멤버는 김영무 변호사와 장수길 변호사다. 김앤장이란 이름 자체가 두 사람 성을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김영무 변호사는 김앤장 내부 조직, 장수길 변호사는 기업 인수합병과 기업자문, 이재후 변호사는 법원 송무와 대외업무, 현홍주 변호사는 국제 거래와 국제중재, 정계성 변호사는 금융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박근혜-재벌총수 구속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분쇄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단’이 2016년 12월22일 서울 종로구 김&장 법률사무소 앞에서 ‘재벌 호위무사 김&장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아이레이버> 자료사진

대표변호사 모두가 나름대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김앤장을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은 김영무 변호사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핵심은 김영무 변호사이며, 그는 최대 지분 소유자다. 변호사 사무실의 모든 부동산은 그의 소유로 되어 있으며, 사무실 임대차계약과 변호사 채용뿐 아니라, 정부 부처 공무원이 ‘민간근무휴직’ 제도를 이용해 김앤장으로 파견 나올 경우 그 계약 당사자 역시 김영무다. 사무실 운영은 김영무 변호사를 포함해서 핵심 인물들이 참석하는 ‘7인 운영위원회’가 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형식일 뿐이다. 서로 토론과 협의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김영무 변호사의 뜻을 이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회의이기 때문이다.”(『김앤장 법률사무소』 37~38쪽)

김영무 변호사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학생들과 똑같이 하버드 로스쿨에서 공부해 법무박사(JD) 자격을 취득하고 미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인물이다. 김영무 변호사가 이끄는 김앤장은 처음부터 기업 법무에 주력하는 미국식 로펌으로 설립했다. “소송 업무보다는 기업 상대의 의견서 작성을 주된 업무로 삼는다거나, 외국 변호사를 적극 섭외해 섭외 사건의 대처 능력을 확보하는 것 등은 말 그대로 기업 법무에 집중하는 본격적인 미국식 로펌의 한국화였다.”(『법률가의 탄생』 195쪽) 김영무 변호사가 세운 ‘기업 법무에 주력하는 미국식 로펌’ 김앤장은 이후 영리성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는 법률 기업으로 거듭난다.

 

우수한 인재면 운동권도 영입한다

김앤장을 살펴보면 두 가지 의외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창립멤버인 장수길 변호사가 판사 시절 ‘신민당사 농성사건’을 벌인 운동권 학생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는 사실이다. 이 판결로 박정희 정부에 찍힌 장수길 변호사는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한 뒤 김영무 변호사와 손을 잡고 1973년 김앤장을 창립했다. 장수길 변호사가 무죄를 선고했던 운동권 학생 정계성은 김앤장에 합류해 대표변호사가 된다.

둘째, 『전태일 평전』 저자이자 1세대 인권변호사인 조영래 변호사가 김앤장과 인연이 깊다는 사실이다. 김앤장은 1973년 1월 서울대생내란예비음모사건으로 복역하고 나온 조영래를 사무원으로 채용했다. 이후 조영래 변호사가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약칭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배생활을 하는 동안 사무원 지위를 유지하고, 장기결근한 조영래의 생활비를 줬다. 김앤장은 1979년 10.26부터 1980년 1월 자수 전까지 조영래 변호사가 다시 사무실에 나오도록 허락했다.

두 사실을 근거로 “김앤장은 1960~80년대 진보운동 진영을 뿌리로 태어났다”(<매일노동뉴스>, 「목욕탕·신발·가방은 본질이 아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런 주장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했듯 김앤장의 핵심은 김영무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장수길 변호사는 그나마 창립 멤버지만 사무원에 불과하고, 수배 때문에 오랫동안 출근하지 못한 조영래 변호사는 김앤장에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 김앤장이 인재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두 사람을 영입했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 있다. 김진원 <리걸타임즈> 편집국장은 “김앤장이 가장 신경을 쓴 대목이 인재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인재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성적이 우수한 변호사들을 잇달아 합류시키면서 김앤장이 국내 최고 로펌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앤장은 소속 변호사에게 외국 로스쿨 유학, 현지 외국 로펌 근무 등의 해외 연수제도를 처음 실행한 로펌이기도 하다.(『로펌 인 코리아』 41~42쪽)

실제로 두 사람은 김앤장이 탐낼 만한 인재였다. 장수길 변호사는 고등고시 사법과에 최연소 합격했고, 조영래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대에 수석 입학했다. 운동권 출신으로 이후 김앤장에 들어간 정계성 변호사도 사법시험 차석, 사법연수원 수석을 차지한 수재다.

결국, 김앤장은 유능한 인재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언제든 운동권도 영입해 자기 색으로 물들일 수 있는 법률 기업이다. 한때 엄혹한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 운동권 학생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장수길 변호사는 1998년부터 2009년까지 한미FTA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에 따라 미국 투자자가 한국을 상대로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 중재위원을 지냈다.

 

고용노동부, 청와대, 경찰 출신 영입 입법 로비, 형사소송 대비

김앤장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수많은 김앤장 출신 고위공직자다. 박근혜 정부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조응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이 김앤장 출신이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최경원 전 법무부장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한승수 전 국무총리, 윤증현 기획재정부 전 장관, 한덕수 전 주미대사, 권도엽 국토해양부 전 장관 등이 김앤장 출신 고위공직자다.

정부에서 일하다 김앤장으로 오기도 한다.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고문, 전문인력이라는 명목으로 김앤장에 소속된 전직 경제부처 출신 고위 공직자는 40∼50명에 달한다.(<동아일보>, 「‘法의 城’ 로펌 김앤장」) 이중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처럼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가 정부에서 일하고, 다시 김앤장으로 돌아오는 ‘회전문 인사’도 있다.

송영섭 노조 법률원장은 김앤장 노동사건 담당들이 맡은 역할을 이렇게 추측했다. “고용노동부 출신은 고용노동부 현직 관료들과 사건을 협의하고, 경찰 출신은 노동조합에 대한 형사고소, 고발을 담당하며, 청와대 출신은 정치권에 노동법 등과 관련한 입법 로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0월23일 10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서울 광화문 인근 김앤장 사무실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아이레이버> 자료사진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김앤장 모델’이라고 부르는 성공의 이면에 바로 이들 퇴직 고위관료들이 있다”(187쪽)고 지적한다. 김앤장이 퇴직 관료를 영입해 정부와 쌓은 관계는 여러모로 김앤장에게 힘을 실어준다.

첫째, 퇴직 후 최고의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은 공직자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김앤장의 눈치를 보게 한다. 더구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처럼 공직을 떠나 김앤장에 있다가 다시 고위관료로 돌아올 수 있다면, 관료들이 김앤장 비위를 거스르는 정책을 펼쳤다 당할지 모를 불이익 때문에 소신껏 일하기 어렵다.

둘째, 김앤장에서 일하는 퇴직 관료들은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 현직 공직자들은 김앤장에 있는 퇴직 관료에게 조언을 구하고, 상담한다. 국세청이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며, 상명하복의 문화적 특징으로 구성원들의 결집력도 강하다. 이런 배타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이 조직과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퇴직한 국세청 직원들뿐이다.”(『법률사무소 김앤장』 147~148쪽)

김앤장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7년 2월 현재 김앤장에서 노동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 고문 등은 121명이다(인사‧노무, 소송 합산). 이 가운데 검사 출신을 제외하면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은 크게 세 부류다.

첫째, 고용노동부 출신이다. 정종수 고문은 노동부에서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하며 노동부 차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김원배 고문은 1989년 노동부 안전정책과장을 시작으로 2003년 노동부 기획관리실장까지 지냈다. 김원배 고문은 청와대 노동담당 행정관, 청와대노동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김헌수 고문은 노동부 법무담당관을 시작으로 경인지방노동청장, 중앙노동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김헌수 고문은 갑을오토텍 노조파괴에 연루돼 있다. 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가 2016년 8월 공개한 ‘Q-P 전략 시나리오’ 관련 문건에 따르면 김형철 노무법인 예지 노무사는 회사가 ‘Q-P 전략 시나리오’를 짜고 있던 2014년 10월29일 박효상 전 대표이사에게 “예지 컨설팅 대표와 함께 김앤장 김헌수 고문을 만나 협의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둘째, 청와대 출신이다. 김학준 변호사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민원비서관, 홍성원 변호사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제호 변호사는 청와대 대통령실 법무비서관, 곽병훈 변호사는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이다. 서덕일 변호사는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실 행정관으로 일했고, 1998년부터 2년간 국가정보원에 있었다.

셋째, 경찰 출신이다. 2005년부터 4년간 경찰로 일한 김진욱 변호사, 제주 서귀포 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외사과장 등을 역임한 강승수 변호사, 인천연수경찰서와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일한 김대영 변호사, 서울경찰청장을 지내고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도 일했던 김정석 변호사 등이다.

송영섭 노조 법률원장은 이들이 맡은 역할을 이렇게 추측했다. “고용노동부 출신은 고용노동부 현직 관료들과 사건을 협의하고, 경찰 출신은 노동조합에 대한 형사고소, 고발을 담당하며, 청와대 출신은 정치권에 노동법 등과 관련한 입법 로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집] 노조탄압 법률자문, 김앤장을 말한다’ 2편에서 김앤장이 노동자 권리를 탄압하는 판결‧자문을 실행한 방식, 사외이사를 고리로 기업과 맺은 관계 등을 분석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