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보조교재 활용 방안 등 ‘꼼수 강행’

▲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강행 방침을 밝히자 기자회견을 열고 실패한 역사쿠데타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강성란

교육부가 연구학교 지정에 이어 보조교재로 활용하는 방식 등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국에서 단 한 곳만 연구학교로 지정된 결과를 두고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교육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북 문명고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5249개교 중·고교 가운데 1개교로, 채택률은 0.019%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희망하는 중·고등학교의 신청을 받아 국정 역사교과서를 현장에 곧바로 배급하기로 했다. 시·도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국정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에 배포하겠다는 것이다.

 

중·고교가 다음 달 3일까지 이메일이나 팩스로 교육부에 바로 신청하는 방식으로, 교육부는 이를 위해 메일 계정을 개설했고 팩스번호도 공개했다. 교육부는 3월15일까지 희망하는 학교 모든 곳에 문제의 교과서 인쇄본을 배급한다는 계획이다.

 

 

- 교육부, 국정 교과서 살리기 ‘안간힘’

 

교육부는 이날 자신들이 직접 학교에 배급할 국정 역사교과서 활용 방안도 제시했다. 당초 거론됐던 역사수업 보조교재 뿐 아니라 학급별 읽기 자료, 도서관 자료, 역사동아리와 방과후 학교, 교과서 재구성을 통한 교수-학습 참고자료 등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의도적인 왜곡과 외부의 영향력 행사 등으로 연구학교 신청을 하지 못했으나,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가 다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학교 신청이 외면당한 원인을 여전히 이른바 ‘외부세력’의 압력으로 떠넘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역사수업 보조교재’로만 활용 방안을 제시했을 경우,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거부감이 거센 상황에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학교 신청에서도 철저히 외면당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살리기 위한 또 다른 편법인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학교에서 거부당한 문제의 교과서를 연명하기 위해 중고등학교에 또 다른 혼란을 주는 것은 교육부가 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 교육부의 계획과 달리 국정 역사교과서의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장 문명고에선 연구학교 신청 사실이 알려진 후 학생과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이 뒤따르고 있다. 이날도 오전 9시 30분경 100명 이상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운동장에서 집회를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등의 목소리를 냈다.

 

문명고 학생회가 지난 18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아고라 이슈청원 방에 개설한 연구학교 지정 철회 서명운동에는 3일 만에 10,0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이 동참했다. 학생회는 서명을 알리는 글에서 “반대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는데도 그를 묵살한 채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한술 더 떠 반대한 선생님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며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고, 선생님들을 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여전하다. 지난 14일 신청 여부를 심의한 학교운영위원회의 첫 결정에서 반대 7명으로 압도적으로 부결되었음에도, 학교장이 학부모위원들을 면담하고 나서 재표결을 강행하여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무리하게 통과시킨 바 있다. 또 문명고가 경북교육청에 제출한 연구학교 신청서에는 학교장의 직인이 찍히지 않았다.

 

 

- “보조교재 활용 계획도 위법”

 

보조교재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꼼수 강행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 보조교재 활용 계획에 대해 “교육부가 개정한 장관 고시와 국정교과서 배포시 주교재로 의무 사용하도록 한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국정 교과서의 보조교재 활용을 반대한다”고 내부 방침을 정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도 20일 정부서울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패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는 “교육부는 연구학교가 한 곳만 지정된 원인을 외부 세력의 압력에서 찾고 있지만 잘못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정교과서를 강행한 교육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1월 20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국정교과서 금지법’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정 역사교과서는 법으로 사용이 금지된다”며 “이제 남은 과제는 역사쿠테타를 일으킨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논평을 내고 “친일과 독재에 대한 비판이 무뎌진 오류 가득한 ‘불량 역사교재’는 교과서이건 보조교재이건 교사들의 교육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교육부는 탄핵 당한 국정 교과서의 명맥 유지를 위한 보조교재 활용 꼼수를 당장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경북 문명고 학생, 학부모들이 지난 17일 오후부터 교장실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사진제공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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