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철회 성명서 발표... 학생‧학부모‧교사 대책위 “하루속히 철회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가 된 경북 경산 문명고 교사 70%가 “연구학교 지정 반대” 목소리를 냈다. 문명고가 경북교육청에 연구학교를 신청하면서 밝힌 ‘교원들의 동의율 73%’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23일 문명고 교사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운영을 반대하는 문명고 교사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내어 “학교와 재단은 학교를 혼란에 빠지게 한 연구학교 지정 운영을 하루속히 자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문명고가 연구학교로 논란에 휩싸인 뒤 교사들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180여명은 23일에도 학교운동장에서 집회를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촉구했다. © 평화뉴스

연구학교 신청 교원동의율 73%와는 정반대 결과 

교사들은 “새학기 업무를 준비하던 설렘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던 기쁨도,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이후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고 한탄하며 “현재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의 발단이 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는 길만이 학교를 정상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학교와 재단에는 연구학교 지정 운영 자진 철회를, 경북교육청과 교육부에는 학교 갈등 사안을 해결하는 데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이 성명서에는 교사 70%가량이 동참했다. 교사 19명이 ‘연구학교 철회’에 찬성했다. 최재영 교사는 “기간제 교사와 퇴임 예정인 교사들을 뺀 정교사를 대상으로 성명서에 동참 의사를 물은 결과”라고 말했다.

문명고가 연구학교 신청을 할 때 최종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10명을 뛰어넘는 수치다. 문명고가 지난 15일 경북교육청에 연구학교 신청 교원들의 동의율이 73%라고 보고한 내용과는 반대의 결과다.

교사들에 따르면 6일 교사들의 찬‧반을 확인할 당시에도 김태동 교장이 교사들을 교장실에 1명 또는 2~3명씩 불러 연구학교 신청을 찬성할 것을 종용했다. 한 교사는 “교무실 탁자에 연구학교 신청 찬성 서명지가 올려져 있었지만 서명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자 교장선생님은 교사들을 따로 교장실로 불렀다”고 했다. 이 교사는 “이번 연구학교 반대 동참 비율이 정확한 교사들의 의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로 꾸려진 ‘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오전 학교 1층 소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23일 문명고 교내에 붙인 대자보. © 평화뉴스

대책위 “학운위 회의록‧녹취록 원본 공개하라” 

대책위는 문제가 된 2월14일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회의록과 녹취록 원본을 공개하라고도 요청했다. 학운위는 지난 14일 오후 5시 회의를 열어 연구학교 신청 관련 안건을 찬성 5, 반대 4로 최종 통과시켰다. 그러나 학운위가 첫 투표에서는 반대가 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절차상의 하자”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책위는 “이미 표결한 사안에 대해 다시 표결한 것은 무효라는 주장이 학부모들 사이에 있다. 이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해명을 부탁한다”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문명고 학생회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아고라 이슈청원을 통해 받은 연구학교 철회 서명 1만 3000여 명과 경산 지역에서 받은 1108명의 서명을 김 교장에게 전달했다.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 180여 명은 이날도 운동장에서 집회를 열고 “연구학교 철회”, “교장선생님은 사과하라” 등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담은 대자보 10여 장을 학교건물 현관과 벽 곳곳에 붙였다. 대책위는 “지정 철회가 될 때까지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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