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재벌총수 구속을 시작으로 불평등과 특권을 없애자”

사진 변백선

 

사진 변백선

"박근혜 재벌공범을 감옥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해고노동자를 일터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노조할 권리를 모든 일터로!"

오늘 ‘새로운 세상, 길을 걷자’ 1박2일 두 번 째날 일정을 시작으로 민중총궐기와 17차 촛불집회의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 2일차 대행진은 비정규직노동자, 청년학생 등을 중심으로 100개 노동 및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했으며 퇴진행동과 1박2일대행진준비위원회가 공동 개최해 “박근혜-재벌총수 구속!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촉구했다.

 

1일차 대행진은 대치동 특검 앞에서 시작해 강남역, 논현역 등 강남 일대를 돌며 ‘청년 비정규직 대행진’, ‘컵라면 콘서트’, ‘삼각김밥 문화제’ 등 다양한 거리행사가 진행됐다. 오늘 2차 행진은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12:30분 경 시작됐으며, 종로와 을지로 등을 돌아 16시 광화문광장 민중총궐기 대회로 합류한다.

 

2일차 행진이 시작되는 정부서울총사 앞에는 부당한 경영과 잘못된 노동정책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농성천막이 쳐있다. 이어 행진은 SK서린빌딩 앞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는 뇌물의 대가로 사면을 받은 최태원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해 온 SK브로드밴드에 정규직화를 요구한다. 행진은 끝으로 또 다른 K-미르재단이라 불리는 청년희망재단(광화문) 앞에서 나쁜 일자리로 청년을 내모는 박근혜의 고용정책을 규탄하고 마무리 된다.

 

이들 주최 측과 참가자들은 17차 촛불집회에 앞선 1박2일 대행진을 통해 “박근혜와 재벌총수 구속을 시작으로 불평등과 특권을 없애자”고 주장하며, “정리해고제, 파견법, 비정규직법 등 노동악법을 없애고 노동자의 권리 입법을 쟁취하자”고 뜻을 모았다.

 

비정규직노동자와 청년학생들의 행진 이후 16시부터는 전국에서 결집한 민중들이 민중총궐기대회를 이어가고, 다시 18시부터는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17차 범국민행동이 시작된다. 오늘 촛불집회 무대에는 국정교과서 채택으로 화제가 된 문명고 교사의 발언, 마술사 이은결의 시사풍자 마술, 레드카드 퍼포먼스 등 특색 있는 구성으로 진행되며, 19시30분부터 청와대와 헌재, 도심 방향으로 전체 행진이 시작된다.

 

<1박2일 대행진에 참여한 늙은 노동자의 편지 낭독글>

안녕하세요. 저는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이명노라고 합니다. 올해 나이가 예순 셋이 된 노동자입니다. 오늘도 공장에서 소렌토와 모하비를 조립하는데 연차를 쓰고 이곳에 왔습니다.

2004년 2월2일, 저는 화성공장에 있는 서린이라는 하청업체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관리자 맘에 안 들면 맘대로 일자리를 바꾸고 일은 너무 힘든데 월급은 너무 작았습니다. 바로 옆에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괜히 위축도 됐죠. 회사한테 당하고 같은 노동자끼리 차별받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5년 6월,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하고 일하던 업체에서 제일 먼저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동료들에게도 함께 하자고 했죠.

그런데 노조는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회유와 협박에 넘어간 동료들이 노조를 탈퇴할 때는 정말 속상했습니다. 우리가 공장을 멈출 수 있을까, 이러다가 감옥 가고 해고되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정규직노조로 뭉친 600명이 일손을 놓자, 100만평 부지 1만5천명이 일하는 기아차 화성공장이 서는 걸 보면서 저는 조합원들과 함께 울었습니다. 우리 비정규직도 할 수 있구나. 내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러웠죠.

무엇보다 회사 관리자 눈치 보고, 정규직 노동자 앞에서 항상 위축되어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투쟁을 경험하면서 부당한 지시나 잘못된 일에 대해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니 정말 보람을 느꼈습니다. 비정규직이 회사의 머슴이 아니라는 사실, 노동자가 공장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저와 동료들이 깨우쳐 나가는 것을 보면서 참 좋았습니다.
 
저희 공장의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년은 65세입니다. 정규직 정년은 60세고요. 얼마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저희들은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판결이 났는데, 회사가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를 했습니다. 제가 퇴직하기 전에 동료들이 비정규직이란 신분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꼭 보고 싶습니다. 10년 넘게 불법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해왔던 정몽구가 감옥에 가는 것도 꼭 보고 싶고요. 무엇보다 우리 투쟁이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제 아이들과 친구들을 보니, 하청노동자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청년세대들인 것 같아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비정규직 문제고 청년실업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지만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요새 청년들을 일컬어 희망을 포기한 세대라고 부르잖아요. 희망을 포기하고 사는 것처럼 무섭고 암울한 세상이 어디 있습니까.

젊어 고생은 사서한다는 말은 젊은 사람들 등골 빼먹겠다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노동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이니까 포기하지 말고 이 병든 세상을 싸워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싸우면 희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퇴직을 1년 앞 둔 60이 넘은 조합원이 공장 점거파업을 했을 때 했던 얘기가 가슴에 남습니다. “사랑하는 손자가 살아갈 세상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고요.” 청년노동자들, 미래의 노동자인 학생들, 그리고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같이 투쟁하면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부족하지만, 이 늙은 노동자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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