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역사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투쟁 나설 것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을 가로막고 있는 한국정부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오는 3월 1일 용산역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건립될 예정이었으나, 국토교통부가 건립부지협조 불가 입장을 밝히며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상임대표 단체인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노동자상 추진위)가 정부에 대한 강력한 규탄과 투쟁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노동자상 추진위는 28일 오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진위는 ‘국가소유 부지’라는 것과 ‘한일관계를 고려한 외교부의 반대’라는 이유로 건립에 협조할 수 없다는 국토부를 향해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문제는 누구보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정부의 반대입장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용산역은 일제강점기 때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일본으로 끌려가기 전에 집결했던 역사적인 상처가 있는 장소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용산역에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추진해왔다. 이에 앞서는 지난해 8월 일본 교토시 단바망간기념관에 노동자상을 건립했고, 나아가 2018년에는 북측(평양) 땅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건립하기로 남북 노동자가 합의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 김한수 할아버지도 참석했다. 김한수 할아버지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반대하는 정부를 향해 “역사라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서로 알고 심각하게 느껴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이유를 좀 알려 달라. 여기 김한수라는 사람이 눈이 시퍼렇게 살아있다. 노동자상 건립에 반대하는 사람이 누군지, 나하고 면담 좀 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이희자 태평양 전쟁 희생자 유족회 대표도 참석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외교부는 누구를 위해 반대하는 것인가. 일본 위한 것인가”라며 “지금도 너무 늦었고, 정부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용산역을 오가는 모든 이들이 노동자상을 통해 당시를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부친은 일제 강점기 때 군무원으로 강제동원돼 중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노동자상 추진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늘 우리는 정부의 ‘거부’로 인해, 노동자상 제막식을 대신하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는 결코 꺾을 수 없다”며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즈음하여, 우리는 반드시 서울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자상 추진위는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추진위원회’를 더욱 확대하고, 일제 강점기 역사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투쟁도 더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인 김한수 할아버지가 증언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허가하라!" ⓒ 변백선 기자

 

용산역을 지나는 시민들이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징용에 대한 내용이 담긴 사진전을 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이희자 태평양 전쟁 희생자 유족회 대표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기자회견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문현군 한국노총 부위원장이 기자회견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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