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고 고백한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기념촬영에 촛불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비주류사진관(전상규)

봄기운이 가득하던 3월 11일(토) 오후 6시, 서면 중앙대로에서 박근혜 구속과 황교안 퇴진을 슬로건으로 한 18차 부산시국대회가 열렸다. 헌법재판소재의 박근혜 파면 결정 다음날 열린 이 날 시국대회에는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과 밝은 표정의 시민들이 일찍부터 서면을 찾았다. 박근혜 파면 당일인 10일에는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아래 부산운동본부)에서 감사의 떡을 준비했는데, 18차 시국대회에서는 시민들 스스로가 떡을 준비해 나누며 승리를 자축했다.

오후 4시부터 서면 곳곳에서 사전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통일위원회를 비롯한 단체들이 '전쟁연습 중단'과 '사드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선전전을 펼쳤다. 또한 폐과 위기에 내몰린 경성대 무용과 학생들과 동문회에서는 수준높은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18차 시국대회에서는 <촛불시민상> 시상이 있었다. 130회가 넘는 평일 시국집회와 18회를 맞는 토요 시국대회까지 거의 빠짐없이 나온 시민들께 수여하는 상이다. 다섯 명의 시민이 이 상을 수상했으며 수상자 모두 100회 이상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면 중앙대로에서 본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면에 이어 또 하나의 광장이 된 문현교차로로 향했다. 문현교차로 육교에서는 '적폐청산! 새 대한민국 건설! 이제 시작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펼침막이 내려왔다.

참가자들은 부산운동본부에서 나눠준 폭죽을 쏘아 올리며 '박근혜를 구속하라! 황교안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일부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한 불꽃과 샴페인 등을 터트리기도 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라고 시작하는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부르며 공식 대회가 끝났다. 참가자들은 대형 펼침막과 모형감옥 '촛불구치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2017년, 광장에서 맞은 봄을 기억에 담았다.

18차 시국대회의 사회를 맡은 황선영씨는 "참으로 영광스러운 자리라 가슴이 벅차다. 여러분들도 벅찬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촛불이 이겼다! 촛불승리 만세! 박근혜 탄핵 만세! 국민승리 만세!"라고 구호를 외쳤고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고 구호를 따라 외치며 기뻐했다.

수상자 중 대표로 소감을 전한 이웅호씨는 "국정농단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광장으로 나왔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으며 우리는 이겼다"며 "출발이 공정하고, 정의롭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아스팔트 위에서 되찾은 국민주권, 투표로 지키자. 나는 너를 위해, 너는 나를 위해, 투표권이 없는 미래세대를 위해 꼭 투표하겠노라 약속하자"라며 "새로운 날 광장에서 다시 만나자"고 소감을 밝혔다. 시국대회 참가자들은, 비가 오거나 칼바람이 불때도 꿋꿋이 광장을 지켜준 촛불시민상 수상자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담아 큰 박수를 보냈다.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 김재하 상임대표는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이 자리를 있게 해 준 무대, 음향 스텝들과 자봉단, 부산운동본부 실무진들에게 박수 한 번 부탁드린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아래는 김재하 상임대표의 발언 전문이다.

기분 좋습니다. 여러분들도 기분 좋으시죠?

지난 해 10월 29일 이후 133일이 지났습니다. 수구보수세력은 방해하고 협박하였으며 기성 정치권은 ‘질서 있는 퇴진’ 운운하며 우왕좌왕, 우유부단, 오락가락했습니다. 박근혜 퇴진까지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엄동설한 강추위에도 촛불을 든 여러분들은 이 땅 정의와 역사의 승리자들입니다. 옆 사람을 보며 큰 환호와 박수로서 서로를 축하합시다. 국민이 주인입니다. 촛불광장의 여러분들이 진짜 권력입니다.

 

탄핵이후 정치권과 언론들은 통합과 치유를 이야기합니다. 누구를 위한 통합입니까. 무엇이 치유되어야 합니까. 세월호가 울고 있습니다. 소녀상이 흐느끼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청년들은 울부짖고 있습니다. 성과퇴출제는 그대로이고 이에 맞서 투쟁한 철도, 지하철 노동자들 수 십 명이 해고되었습니다.

 

적폐청산의 대상인 황교안과 한민구 국방장관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사드 알박기에 나섰습니다. 고리 5,6호기와 원전으로 원전 마피아, 토건 마피아의 배만 불리고 부산과 경남사람들은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습니다. 해운대에는 엘시티의 악취가 진동하고 있는데 이제 덮으려 하고 있습니다.

 

청산의 대상과 통합하라는 말은 또 다시 우리보고 개돼지처럼 살라는 말입니다. 촛불들은 박근혜의 부역, 공범들과는 통합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오직 청산해야 할 대상일 뿐입니다. 촛불을 들지 말라 할 것입니다. 이제 정치는 정치권에 맡겨 달라고 할 것입니다. 여러분! 저들에게 우리나라를 맡겨둘 수 있겠습니까.

 

적폐는 밝혀졌지만 적폐가 청산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박근혜를 잡으러 갑시다. 국정원이 헌법재판소를 사찰하고 보수단체의 관제대모에 돈을 대 주었답니다. 우리가 촛불을 내리면 세상은 어두워집니다. 그 어두운 틈을 타서 국정원은 대선에 개입할지도 모릅니다. 박근혜 파면을 위한 촛불은 끝났지만 우리의 촛불은 대통령 선거기간에도 계속됩니다. 

 

오늘은 적폐청산과 주권회복을 위한 제 1차 시국집회입니다.

촛불의 힘으로 민주주의 주권, 생존권의 주권, 나라의 주권을 쟁취합시다. 감사합니다.

 

박근혜 구속처벌! 황교안 퇴진! 18차 부산시국대회 ⓒ비주류사진관(조종완)

 

폐과 위기에 몰린 경성대학교 무용과 학생들과 총동문회의 춤공연과 피켓팅 ⓒ비주류사진관(조종완)

 

전쟁연습 중단, 사드배치 반대 피켓팅 ⓒ정지영

 

여는 마당, 시민풍물패.

 

사회를 보고 있는 황선영.

 

밴드 프리존 공연.

 

언제나 거리에서 촛불을 든 사람들.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 대표단과 자봉단이 꽃다발을 전했다. ⓒ비주류사진관(조종완)

 

소리꾼 홍승연 씨가 공연을 하고 있다.

 

김재하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스카웨이커스 공연.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합시다.' ⓒ비주류사진관(전상규)

 

경적, 엄지척, 박수, 환호로 함께 해 준 부산 시민들.

 

18차 부산시국대회 참가자들이 문현교차로에 들어서고 있다. ⓒ비주류사진관(이훈기)

 

많은 펼침막들이 저 육교 위에서 나부꼈다. 이 펼침막을 위해서.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폭죽을 쏘아 올리는 18차 시국대회 참가자들.

 

부산의 민주광장이 된 문현교차로에서 맞는 2017년 봄 ⓒ비주류사진관(조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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