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사는 건가?” 일터가 바뀌어야 삶이 나아진다

국민 96%가 정권에 반대하고 연인원 1천7백만 명이 광장에 쏟아져 나온 경험은 세계적으로도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 압도적 충격의 결과 난공불락의 요새 한국의 극우보수는 정치적 야만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역사상 처음으로 그들의 영향권 밖에서 5월 9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이 근본적인 요인에 따른다면 이번 대선은 달라야 마땅하다. 헬조선에 지친 민심은 반복된 정치 프레임의 하나인 ‘정권교체’ 그 이상을 원한다. 이를 읽어낸 반기문이 약삭빠르게 ‘정치교체’를 들고 나왔다가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님을 알고 역시 약삭빠르게 철시했듯, ‘정권교체’는 정점에 다다른 촛불의 에너지를 담아내기에 부족하다.

 

박근혜는 헬조선의 얼치기 여왕이었다. 억압적일 뿐만 아니라 폐쇄적이고 저급했으며 무능했다. 집권 내내 국민을 모욕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그 다음, 헬조선 세상을 바꾸는 것이 촛불의 열망이다. 세상은 어디서 어떻게 바뀌는가? 생활이 달라지지 않은 세상은 변화가 아니며, 일터가 변화지 않은 변화는 변화가 아니다. 과거 대선 또한 그랬다. 후보들마다 희망과 변화를 약속하지만, 그 약속은 항상 결정적인 영역에서 폐기돼 배반했다. 노동문제는 자본주의의 진정한 지배자인 자본, 즉 대기업 재벌과 대치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사회대개혁을 하겠다는 후보라면 노동공약을 어떻게 제시하는가가 변별 지점이다. 그 곳에선 후보의 본심과 실천의지가 비교적 잘 드러난다. 노동공약은 매우 중요한 문제인 만큼 박근혜가 그랬듯 기만이 없지 않지만, 사회대개혁의 적임자임을 공언하는 대통령을 가려 뽑기엔 노동문제 혹은 노사관계만큼 바로미터가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는 노동문제, 노사관계에 대한 각 후보의 공약을 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국민의 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김선동(민중연합당) 등 후보별 노동공약을 분석하고 평가를 내놓을 것이다. 친박의 정치적 대표체인 자유당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촛불민심에 따른 ‘대개혁’이라는 미래 키워드와 자유당은 전혀 연관이 없다고 봤다. 그들은 국민에 반하는 청산 대상, 적폐일 뿐이다.

 

후보별 분석에 앞서 중요 노동의제별 요약분석을 먼저 소개한다.

 

■ 최저임금 1만원 – 후보들 공히 공약화, 상당한 사회적 합의 형성

 

안희정 후보는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다. 그 외 모든 후보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다만 실천의지를 기초로 가능성에 대한 판단에 따라 달성 시기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심상정, 이재명, 유승민 후보는 2020년까지, 안철수 후보는 2022년, 김선동 후보는 2018년까지 실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달성 시기와 경로 제시 없이 “노력 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최저임금 결정은 6월이 법정 시한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5월에 출범하는 신정부의 첫 번째 민생 시험대가 될 전망이며, 대선에서도 주요한 노동이슈 중 하나다.

 

■ 비정규직 – ‘사용사유 제한(비정규직 양산 차단)’에서 갈리다

 

이번에도 안희정 후보는 비정규직 축소를 위한 공약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의외라는 평을 듣는 것은 유승민 후보다. 그는 비정규직 발생을 입구에서 막는 ‘사용사유 제한’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비정규직 규제방안인 ‘사용총량제’도 내놓았다. 다만 입법화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미흡해 “공약일 뿐”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또한 유 후보는 핵심 비정규직 사안인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에 대한 입법의지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김선동, 심상정, 문재인, 이재명 후보는 ‘사용사유 제한’은 물론 기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책’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간접고용 및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등 종합적인 정책과제와 입법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사용사유 제한’ 공약을 내걸지 않으면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다만 ‘상시지속업무 정규직고용 원칙’에는 동의하고 권리보장에도 찬성하고 있다. 안 후보는 ‘직무형 정규직 도입’ 공약으로도 차이를 드러냈는데, 민주노총은 이를 “중규직, 무기계약직 등 왜곡된 정규직화를 용인하는 모호한 개념”이며 “차별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평했다.

 

그럼에도 후보들은 전반적으로 △사용사유 제한 △상시지소업무 정규직고용 원칙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간접고용 원청 사용자성 인정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에서 유사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역설해왔던 방안으로서 그만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음을 반증한다. 다만 이들 문제가 거대기업 등 자본의 반대가 극심한 문제인 만큼 제도화를 위한 실천방안과 의지가 사실상 관건이다.

 

■ 노동3권 – 헌법적 권리를 대선공약으로 내놓아야 할 헬직장 사회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김선동, 심상정, 안철수, 이재명 등이다. 특히 심상정, 이재명 후보는 상대적인 디테일로 실현 가능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경찰제 및 노동법원 도입, 산별교섭 적용 확대, 근로감독청 도입, 파업권 확대, 국제협약 비준이 그것이다. 문재인도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노사민정 대타협, 단체협약 적용률 확대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동계층 일부의 권리보장에 그치고 자본의 타협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또한 그밖에는 노동3권 분야에 대한 공약을 더 이상 제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안희정, 유승민은 이 분야에 대해선 어떤 공약도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이 분야에서 새롭게 사회적 공감대로 떠오른 것이 산별노조 체계다. 김선동, 심상정, 문재인, 안철수, 이재명 후보 모두가 산별교섭 촉진(산별노조 지원, 산별교섭 제도화)과 산별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해당 산업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노조 조직률 확대와 노조의 사회적 역할과 위상을 높인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은 긍정적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 ‘박근혜의 노동개혁’ – 청산 혹은 원점 재검토

 

대부분의 후보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노동정책이나 조치를 ‘청산 혹은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소위 ‘박근혜식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재명, 안철수, 심상정, 김선동 후보는 노동개악 4법 폐기, 공무원노조 및 전교조 법적지위 회복, 정책 및 노동탄압에 따른 해고노동자 복직, 노조활동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 철회, 노조파괴 컨설팅 근절과 책임자 처벌 등 박근혜 노동적폐 청산에 동의했다. 작년 강제 도입이 추진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도 심상정, 이재명, 김선동 후보는 폐기 입장을, 문재인 후보는 원점 재검토 입장을 제시했고, 안철수 후보는 ‘노사합의’에 따른다는 모호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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