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간의 갈라치기 중단하라!"

ⓒ 사진공동취재단

 

ⓒ 변백선 기자

세월호가 1073일 만에 인양이 되고 지난 3월 31일 1081일 만에 뭍으로 돌아왔다. ‘기다릴께, 잊지 않을께, 끝까지 밝혀낼께’를 되뇌이고 진실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고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다른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국민들과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4번째 봄을 맞이했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국민들에게 “침몰한 세월호를 피해자 가족과 국민이 끌어 올렸다. 천만 촛불이 박근혜를 구속시켰고, 세월호를 들어 올렸다”며 “하지만 세월호가 거치되는 목포신항에는 어김없이 정부가 쳐놓은 철망이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을 막아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 품에 돌아오도록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실을 밝혀 책임자를 모두 단죄 할 것이고, 잃어버린 국민의 권리를 되찾고, 완전히 무너져버린 인간의 존엄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1일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에 실려 목포신항 철제부두에 예상보다 빠른 13시 즘에 도착했다. 유가족들은 그 모습을 보고 울음을 멈추지 않았고, 탈진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부두에서 세월호가 들어오는 걸 지켜볼 수 있었지만, 그 과정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부두 안에 들어가도록 해달라는 유가족의 요청을 무시하며 경찰을 배치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가 유가족의 참관을 안내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 피해자 가족 참관 전면적 보장 ▲ 국민의 알권리를 막는 컨테이너 벽 설치 중단 ▲ 목포 신항 출입 보장, 분향소 설치 보장 등을 요구했다. 결국 해수부는 유가족이 부두로 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4.16연대는 성명을 내고 선체조사위원회를 향해 “참사의 책임자이자 진실을 은폐한 해수부가 아니라 참사 피해자 가족들과 소통하고 합의해야 한다”며 “당장 수습의 기본원칙 마련하고 절단과 훼손, 유실 방지를 통한 진상조사의 증거를 지켜야 한다. 해수부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선체를 훼손하고 유실을 방치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천명했다.

이어 해수부를 향해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인양을 시도하며 시간을 낭비했고, 과정을 철저하게 은폐해왔다. 박근혜 탄핵 직후 인양을 시작하더니, 이제는 유실방지 장치도 제대로 하지 않고 중요한 증거인 램프도 절단하는 등 세월호 선체도 함부로 훼손하고 있다”며 “인양과정을 피해자 가족에게 공개하지 않고 여전히 그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대대적인 언론보도로 진실을 감추고 있다. 해수부는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수습 및 조사 전 과정을 공개하고 협의하라. 그렇지 않으면 더 큰 국민들의 분노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목포신항에 많은 시민들이 오고갔다. 목포 시민들만이 아니였다. 대전, 서울, 광주 등에서 인양된 세월호를 보기위에 찾은 시민들은 목포신항만 철책을 붙잡고 한참이고 세월호를 응시하는가 하면, 노란리본에 메지지를 적어 매달기도 했다. 그 노란리본은 노란물결을 이루었다. 또한 중고등학생, 목포해양대학생 등이 철책에 노란리본을 매달고 진상규명을 염원했다.

목포신항만 철책 입구 옆으로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농성천막이 보였다. 농성천막 4동에는 ‘해수부는 수습-조사-보존에 가족 참관 보장하라!’ ,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 품으로...’,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해수부는 세월호 추가 훼손 중단하라!’ 등의 현수막이 걸렸고 그 속에서 가족들은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4월 1일 목포신항에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가 방문했다. 하지만 미수습자 가족들만 만난 뒤 유가족들은 피해 황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이날 오전 9시쯤 세월호 유가족들은 황 총리가 목포신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목포신항 출입구 두 곳에서 황 총리를 기다렸다.

유가족들은 "3년 간 기다려온 가족들을 세월호 작업현장 근처에도 못 가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을 갈라놓은 상황에서 황 총리가 할 일은 하고 애타는 심정으로 기다려온 가족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가족들과 경호관계자의 대치가 이어지자 정문 앞에는 수십 명의 경찰병력이 투입돼 유가족들을 막아서기도 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한 뒤 첫 번째 주말을 맞은 1일 오전부터 많은 시민들이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목포신항은 철조망이 쳐진 철제 담장 너머 세월호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시설이 없다. 33개 시민단체가 꾸린 '세월호잊지않기 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는 목포신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신항에 임시 분향소를 즉각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면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5일까지 선체 수색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직접 나서 열 손가락으로 가족을 찾고 싶은 심정"이라며 "미수습자를 수색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5일까지 마련해달라”고 선체조사위원회와 해양수산부에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천막농성을 하는 유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며 포옹하기도 했다. 또 미수습자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안구역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자원봉사자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이날 오후 3시 세월호 유가족 농성천막 앞에서 ‘미수습자 온전한 수습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대회’가 개최됐다. 대회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세월호잊지않기 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등 희생자 유가족과 광주전남 시·도민들이 마련했다. 같은 시간 때는 아니지만 서울 광화문에서도 ‘세월호 참사 3년, 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과 다짐의 4월 선포대회’를 열었다.

발언에 나선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양, 책임자 구속, 철저한 조사, 선체의 온전한 보전 4가지”라며 “세월호는 조각조각 쪼개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보존하면서 우리사회의 생명이 존중되고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4월 선포대회에 참석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은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은 이제 시작이다. 세월호 미수습자를 온전히 수습하고 세월호 참사 진상을 규명하라. 세월호 참사 책임자를 처벌하고 선체를 온전히 보전하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한뜻으로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차례대로 읊고 나자 함께 있던 이들은 모두 고개를 떨구고 말을 잇지 못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전 해수부와의 협의 끝에 유가족들이 매일 두 차례씩 수습 및 조사과정에 참관할 있도록 결정됐다고 밝혔다. 세월호 선체를 볼 수 없게 가로막던 컨테이너도 정리됐고, 분향소도 조만간 부두 외부에 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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