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현장실습 방치 교육당국 규탄 기자회견..7대선언 3대 요구 운동 진행

서울시교육청 앞에서도 특성화교 현장실습 방치한 교육당국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인천, 대구, 서울 등에서는 시도교육청 앞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강성란 기자

“졸업 전인 11월에 취업을 했다. ‘3년만 죽었다고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들어간 방위산업체와 계약서에는 급여 월 130만원이 적혀있었지만 실 수령액은 80만원이 전부였다.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일했지만 점심 식사 시간은 오후 3시 혹은 4시로 일정하지 않았다. 기계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적응하려 노력했지만 적응하면 할수록 더한 부조리가 보여서 퇴사하게 됐다. 학교로 돌아갔지만 학생 3~4명만 남아있는 교실에서는 수업도 수업을 대체하는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졸업을 하고 스물 한 살이 되어 만난 친구들의 근황을 물었는데 당시 취업한 직장에 2~3년 근무한 학생은 서너 명 남짓. 40명에 가까운 친구들이 알바를 하거나 부모님 일을 도우며 군대 갈 날을 기다린다고 했다. 이 친구들 모두가 나약하고 사회부적응자여서 그런 것일까?”

특성화고 학생과 졸업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도 노동도 아닌 파견형 현장실습 중단을 촉구하는 직접 행동에 나선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대책회의(대책회의)는 3일 오전 서울, 인천, 대구 등 지역 시도교육청 앞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특성화 현장실습을 방치한 교육당국을 규탄했다.

성북지역 특성화고를 졸업한 김 아무개 씨는 “교육당국이 지금과 같은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를 모를 리 없다고 본다”면서 이제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신창복 전교조 서울지부수석부지부장은 “취업률이 학교 평가에 반영되면서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 취업 지도를 하면서 이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면서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어야 할 학교 현장실습이 저임금 노동 제공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닌지 반성하고 교육청, 교육부는 현황 조사 등을 통해 개선 방안을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대책회의와 함께 건강하고 안전한 현장실습을 바라는 특성화고 학생과 졸업생 7대 선언과 3대 요구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림보 씨는 “엘지 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현장실습 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사회 각계에서 이번에는 이 문제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3학년 청소년들을 만나 파견형 현장실습이 가진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듣겠다. 이렇게 모인 이야기의 힘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현장실습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7대 선언에는 △취업률을 핑계로 전공과 무관하게 진행하는 현장실습 거부할 권리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과 실습환경에서 진로를 탐색하고 전문교과를 익힐 권리 △정부와 교육청, 학교에 현장실습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 들을 권리 △여러 종류의 현장 실습 가운데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 △현장실습 중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일을 멈추고 나와 동료를 스스로 보호할 권리 △현장실습을 중도에 중단했을 때 두려움 없이 학교로 돌아갈 권리 △현장실습노동 중 적절한 노동시간과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을 권리가 포함됐다.

이 같은 7대 선언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은 3대 요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3대 요구에는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에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 제도 문제 해소 방안 마련 △파견형 현장실습 당장 멈추고 대안적 직업교육계획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산업체에는 실습생, 훈련생, 인턴, 교육생 등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인권 보장을 요구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기자회견에 앞서 보도 자료를 내고 교육부가 지난 달 17일 발표한 ‘2016년 현장실습 실태 점검 결과’ 관련 시교육청의 자체 점검 실시 결과를 알렸다.

서울시교육청은 “표준협약미체결 69건에 대해 자체 점검을 실시한 결과 65건은 현장실습 모니터링 시스템 상 오류임이 확인되었다. 실제 표준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민은행, IBK 기업은행 등 4건에 대해 지방고용노동청에 내용을 송부해 해당 기업에 과태료 부과 등 직업교육훈련법 위반에 따른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시 교육청 담당자와 면담에 참여한 김창수 대책회의 조직팀장은 “시교육청에 교무실의 취업 현황판을 없애거나 학교마다 걸리는 취업 축하 현수막을 걸지 못하게 하는 등 당장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부분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교육당국은 취업률 경쟁이 없다고 하지만 예산 등에 불이익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하지만 ‘싫으면 그만 두고 학교로 돌아오면 된다’는 식의 표현은 교육당국이 여전히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시교육청의 노력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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