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현장] 분할매각 맞서 파업, 상경투쟁 벌이는 이래오토모티브지회

노조 대구지부 이래오토모티브지회(지회장 이기수, 아래 지회). 대구지부에서 가장 조합원이 많은 사업장이다. 다른 지부 조합원은 낯선 이름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래오토모티브가 한국델파이였다고 말하면 ‘아, 거기’라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한국델파이 시절 지회는 시쳇말로 잘 나갔다. 조합원은 1천명을 넘었고 임금 수준이 높았다. 국내지분을 보유한 대우자동차청산법인이 2011년 지분 매각을 추진하자 지회는 끈질긴 투쟁으로 코오롱, S&T그룹, 사모펀드 신한PE-KTB네트워크 컨소시엄 등 악질자본과 투기자본의 지분 인수를 막았다.

대우인터내셔널-이래CS 컨소시엄이 매각 입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당시 투쟁을 이끌었던 홍주표 전 지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 사모펀드 쪽이 더 많은 금액을 제시했는데 제외한 이유는 지회의 입장을 반영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6년이 2017년 3월30일 현재 지회는 이래오토모티브가 강행하는 분할매각을 막기 위해 31일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천막 농성은 벌써 11일째다. 1천명이 넘던 조합원은 7백명으로 줄었다. 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이기수 지회장은 “지회는 분할매각이 아닌 합작은 받아들이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분할매각은 조합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며 “적당히 하다 물러날 싸움이 아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투쟁이다”는 결의를 밝혔다. 김경훈

 말 바꾸기, 비밀 주주총회로 얼룩진 분할 매각

이래오토모티브가 처음 분할매각 의사를 밝힌 시기는 지난해 10월18일이다. 이래오토모티브는 경영설명회를 열어 ‘한국GM이 트랙스 후속 모델(9BUX CRFM) 수주조건으로 이래오토모티브와 에스닥(SDAAC)이 합작해 신설법인을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며 ‘공조사업부 분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래오토모티브는 ‘공조사업부를 분리해 SDAAC과 자산 가치를 평가하고 그 차액만큼 현금으로 받아 샤시사업부, 전장사업부의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한사코 분할 매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SDDAC의 중국영업망을 이용하면 모든 아이템을 중국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어 이래오토모티브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올해 2월9일 SDDAC 대주주인 상하이항텐기차기전(HT-SAAE)과 분할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래오토모티브는 말을 바꿨다. 공조사업부를 분리해 신설법인으로 만들고 지분 50%를 HT-SAAE에 팔아 현금화하겠다고 했다.

한 달이 조금 지난 3월14일 이래오토모티브는 또 말을 바꿨다. 공조사업부가 아닌 전장사업부, 샤시사업부를 신설법인으로 만들고 공조사업부를 존속법인으로 남겨 50%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래오토모티브는 3월24일 정기이사회에서 분할매각을 확정한다는 약속을 뒤집고 3월10일 지회 몰래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분할매각을 결정했다.

이기수 지회장은 “이래오토모티브가 오직 현금을 챙길 목적으로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펴고 있다. 매각 과정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면서 이사회, 주주총회 안건을 기습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지분 인수 당시 약속 어기고 임금동결, 구조조정

지회가 한창 악질자본, 투기자본의 지분 인수를 반대하며 투쟁하던 2011년. 김용중이 경영하는 이래CS는 대우인터내셔널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한국델파이 국내지분을 인수하고 경영권을 얻었다. 이래CS는 당시 매출이 1천억원 정도였고 한국델파이 매출은 1조원이 넘었다. 작은 회사가 자기보다 큰 회사를 인수한 셈이다.

이기수 지회장은 “지회는 김용중이 했던 말을 믿었기 때문에 매출이 적은 이래CS를 선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용중은 한국델파이 국내지분을 인수할 무렵 지회에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첫째, 지회와 합의 없는 분할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김용중 이래CS 회장은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 없이 사업부 분할매각을 일체 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쓰고 법률 공증을 받았다.

▲ 2017년 3월30일 현재 지회는 이래오토모티브가 강행하는 분할매각을 막기 위해 31일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천막 농성은 벌써 11일째다. 김경훈

둘째, 우리사주조합에 30% 지분을 주겠다는 약속이다. 당시 한국델파이 지분을 갖고 있던 미국 델파이가 직접 주식 취득에 반대하자 계열사를 통해 우회해서 주식을 양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조합원들은 이 약속을 믿고 405억 8,000만원을 우리사주형태로 출자해 김용중의 지분 인수를 도왔다.


400명 구조조정한 회사가 930억원 빌려줘

한국델파이를 손에 넣은 김용중은 본색을 드러냈다. 이래오토모티브는 2014년부터 3년 동안 임금을 동결했다. 2015년에 명예퇴직을 강행해 4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김용중은 400명을 자른 그해 이래오토모티브 명의로 590억원을 대출해 계열사 이래CS, 이래NS에 각각 300억원, 190억원을 빌려줬다.

지회가 문제를 제기하자 김용중은 2016년 말까지 490억원을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래오토모티브는 2017년 3월 이래오토모티브 명의로 440억원을 추가 차용해 이래NS에 빌려줬다고 통보했다. 김용중이 이래오토모티브 명의로 빌린 930억원은 지분인수 당시 이래CS, 이래NS에서 빌린 지분 인수대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 지회는 “지분인수 당시 인수대금의 대부분을 은행이나 투자펀드를 통해 마련한 사실을 감안하면 자금유출은 계속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 홍장헌 지회 조향공장 운영위원은 “HT-SAAE 모회사인 중국 항텐과학기술그룹(CASC)는 이미 쌍용차에서 기술을 빼먹고 먹튀한 경험이 있다. 한국을 만만하게 보고 굳이 이래오토모티브를 노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이 얼마나 만만하고 기술 빼가기가 쉬우면 중국이 저렇게 마음대로 하겠습니까. 이건 한국이란 나라의 자존심과 관계있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이래오토모티브의 문제가 아닙니다.” 김경훈

홍장헌 운영위원은 “사정이 생겨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조합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같이 살 방법을 고민하는 게 파트너 아니냐”며 “이래오토모티브는 지회를 파트너로 인정했었다. 그런 사실이 있으면 분할매각을 철회하고 지회와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되는 사업부만 팔아 현금 챙기려는 음모

이기수 지회장은 “분할매각 추진 과정에서 계속 말을 바꾼 이유는 김용중이 더 많은 현금을 얻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자산평가를 해서 차액을 현금으로 얻으려 했는데 자산평가를 해보니 중국 상해 공장부지 가격이 많이 올라서 평가금액이 별로 차이가 안 나는 겁니다. 작전을 바꿔 공조사업부 지분을 팔려고 했는데 그것도 돈이 안 되니 이왕 공장 파는 김에 크게 팔겠다는 거죠.”

홍장헌 운영위원은 “차라리 공장 전체 지분을 팔면 되는데 돈을 많이 받으려고 공장을 따로 팔고 있다”고 보충 설명했다. 홍장헌 운영위원은 “공장을 통째로 팔면 잘되는 사업부까지 평가금액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단 잘되는 사업부를 팔고 매출이 떨어지는 공장은 구조조정해서 팔겠다는 심산”이라고 덧붙였다.

지회는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아래 자베즈)가 현금을 얻기 위해 분할매각 추진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용중은 2015년 한국델파이 해외지분 인수 당시 자베즈를 통해 300억원을 조성했다. 이기수 지회장은 “자베즈가 이번 분할매각에 이래오토모티브와 공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베즈는 2015년 사모펀드의 수익보장 금지규정을 위반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고 당시 대표는 문책경고를 받았다. 자베즈가 MG손해보험(당시 그린손해보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단순투자자였던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수익을 보장받고 다른 투자자를 모집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자베즈 대표에 대한 문책경고는 사모펀드 운용 인력에 대한 사상 첫 징계였다. 자베즈는 현대그룹과 원금에 연 7.5%(2014년부터 연 8.5%) 이자를 매년 지급하는 추가 수익 보장을 이면 계약한 의혹도 받고 있다.

 
중국이 한국 우습게보고 기술 유출하려 한다

이래오토모티브와 자베즈는 눈앞의 현금을 위해 분할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주체인 중국 HT-SAAE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이기수 지회장은 기술유출이라고 단언했다.

“이래오토모티브는 분할 매각하면 SDAAC 영업망을 통해 아이템 수출이 는다고 하지만 조합원들을 현혹하기 위한 말에 불과합니다. 공기조화장치가 워낙 부피가 커서 수출하면 물류비도 안 나오거든요. 거기다 HT-SAAE도 이미 공기조화장치를 생산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분할매각을 하려고 하냐면 HT-SAAE가 압축기 기술을 노리는 거죠. 이 기술을 습득한 뒤에 한국의 다른 사업장에서 그랬듯 공장을 버리고 껍데기만 남길 겁니다.”

홍장헌 지회 조향공장 운영위원은 “HT-SAAE 모회사인 중국 항텐과학기술그룹(CASC)는 이미 쌍용차에서 기술을 빼먹고 먹튀한 경험이 있다. 한국을 만만하게 보고 굳이 이래오토모티브를 노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이 얼마나 만만하고 기술 빼가기가 쉬우면 중국이 저렇게 마음대로 하겠습니까. 이건 한국이란 나라의 자존심과 관계있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이래오토모티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양보 없다. 반드시 이긴다

지회는 주주총회 안건 공시 만료 기한인 4월11일까지 집중 투쟁 시기로 잡고 있다. 홍장헌 운영위원은 “한 곳만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회는 3월26일 파업 출정식을 벌이고 연달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분할매각정지가처분신청 등 법률 투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대사관, 대구시청, 대구지방법원 앞 1인 시위와 중국대사관 앞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기수 지회장은 “지회는 분할매각이 아닌 합작은 받아들이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분할매각은 조합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며 “적당히 하다 물러날 싸움이 아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투쟁이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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