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폐업 해고 뒤 블랙리스트로 조합원 취업 막아…“노조 할 권리 보장하라”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전영수 조직부장과 이성호 대의원이 4월11일 울산 동구 염포산 터널 연결고가도로 20미터 높이 교각 위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대량해고 구조조정 중단 ▲비정규직 철폐 ▲하청노동자 노동기본권 전면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전영수 조직부장과 이성호 대의원이 4월11일 울산 동구 염포산 터널 연결 고가도로 20미터 높이 교각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회 제공

전영수 조직부장과 이성호 대의원은 “하청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은 공포와 두려움 그 자체다. 원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사내하청업체 이전과 취업이 막히기 때문”이라며 “누구보다 노동조합이 필요한 노동자들이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고 농성 이유를 밝혔다.

두 조합원이 일하던 현대중공업 하청회사인 동양산업개발은 4월9일 폐업했다. 동양산업개발 노동자 60여 명 가운데 고용승계가 되지 않은 노동자는 개인사유로 그만둔 서너 명을 제외하면 전영수 부장과 이성호 대의원 등 사내하청노조 조합원들이다.

사내하청지회 아무개 조합원은 블랙리스트를 우려해 업체 폐업에 앞서 원청에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당시 현대중공업 실무자는 “다른 업체를 소개해줄 테니 블랙리스트 운운하지 말고 스스로 구직활동을 해보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한 조합원이 4월11일 전영수 조직부장과 이성호 대의원이 농성을 시작한 염포산 터널 앞 고가도로 교각을 바라보고 있다. 지회 제공

전영수 조직부장과 이성호 대의원은 업체폐업 후 한 달 동안 40여 군데에 이력서를 넣거나 전화연락, 방문하며 구직활동을 벌였지만 끝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이 노동자들은 배포한 호소문에서 “지난해 여름부터 지금까지 하청지회 주요 간부 80%가 업체 폐업을 계기로 대부분 해고됐다”며 “구조조정과 물량감소를 이유로 고용승계에서 배제당하고 블랙리스트에 걸려 새롭게 취업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농성 조합원들은 “하청노동자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대량해고와 구조조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노동조합의 정당함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저항을 한다”고 결의를 밝혔다.

노조 울산지부와 민주노총 울산본부,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침탈 등을 대비해 농성장 아래에서 24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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