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성평등 강사단 양성교육 / 김민아 공공연구노조 문화여성국장

민주노총은 노조와 노동현장에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극복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 민주노총의 ‘성 평등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매년 조합원과 간부들에게 성 평등, 반성폭력 교육을 실시한다. 또 2015년부터 성 평등 강사단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성 평등 강사단 교육(약 80시간)을 이수하면 고용노동부 지정 성희롱 예방 교육 강사로도 활동할 수 있다.

나는 2015년 1기 교육, 보수교육에 이어 4월 5일 ‘여성주의 상담’을 주제로 ‘한국 여성의 전화’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영자 강사께 심화교육을 받았다.

지식과 의식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강사 교육은 받았지만, 여성사업 담당자로서 상담자 교육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나는 문화여성국장을 맡으면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을 다수 맡아 상담 및 처리를 했는데, 상담 뒤 ‘내가 과연 제대로 상담한 것일까?’란 의문이 들었다.

교육 내용을 정리하면, 주로 피해자가 여성인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현장 상담소를 중심으로 적용되는 것은 ‘여성주의 상담’이다. 성폭력은 성차별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대표적인 여성문제로 여성주의적인 접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존 상담이 개인의 변화에 주력했다면, 여성주의 상담은 개인의 변화와 함께 조건을 만드는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데 목적을 둔다.

여성주의 상담 원리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여성이 처한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사는 정치적, 사회적 환경과 맞물려 있다는 것을 말한다. 여성의 문제는 한 개인의 잘못이나 부족함, 병 때문이 아니라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와 문화, 가치관 등 사회 구조의 문제다.

둘째, 상담자는 전문가이고 내담자는 삶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상담자와 내담자는 평등하다.’

셋째, 내담자들을 치료하기보다 ‘역량강화’를 통해 스스로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도록 돕는다. 피해자보다는 생존자라는 시각에서 접근하며, 폭력 관계 속에서도 삶의 다양한 생존 기술을 만들고 적용해 온 적극적인 사람으로 바라본다.

넷째, ‘여성 자신의 시각으로 재조명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여성의 경험에 입각해서 삶의 개인적, 사회적 측면을 재구성 한다는 의미다. 여성의 특성에 입각한 경험들이 존중되고 상담과정에서 지지되어야 한다. 이런 지지를 경험해야 내담자들은 자신을 신뢰하고 보다 주체적인 여성으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상담자가 여성주의 관점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내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도 있고, 사건 처리도 달라질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상담자도 이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각 기관의 상담자 현황은 어떨까 걱정이 됐다. 지부의 경우 상담자가 본인의 업무를 병행하기 때문에 교육받는 시간을 내기 힘들고, 상담하는 시간도 개인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다. 상담자에 대한 지부별 현황을 조사하고 단협을 통해 쟁취해야 될 숙제다.

이날 교육은 피해자가 여성일 경우 상담자 교육이었으므로, 다음엔 여성 외 피해자 사건 상담 시 상담자 교육을 요청해볼 예정이다.

더불어 성 평등 강사단 교육을 받고나서 단협을 마련하고, 성폭력 사건을 상담하는 것을 넘어 활동을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노조 성폭력 규정이 5월 개정되면, 6월 중 우리 노조 성폭력 사건 매뉴얼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요청이 있는 대전지역 지부를 중심으로 교육하며 경험을 쌓고, 내년부터 한 달에 한 번 요청이 있는 지부에 가서 성 평등 교육을 통해 우리 노조의 성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내담자는 사건을 덮어두지 않고 상담자를 찾은 것부터 이미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그 용기에 조직 문화가 바뀔 것이고 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게 된다. 여성주의 상담을 활용하여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바라보는 피해자 원인론에서 벗어나 피해자를 무력하게 하고, 가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회적 조건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이를 분쇄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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