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바로 ‘교육부 폐지 및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절차 밟아야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이 ‘교육부 폐지(또는 축소)와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을 공약하고 나서, 새 정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교육부에 대한 대수술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 1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폐지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토론회 © 김형태

진보 보수를 넘어 교육계도 큰 틀에서 ‘교육부 폐지(또는 축소)하고 국가교육위원회 신설’하자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를 어떻게 폐지(또는 축소)할 것인가 그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 또한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그리고 헌법재판소와 같은 헌법기관으로 갈 것인가,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법률기관으로 갈 것인가 등 역할과 법적 권한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따라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새로운교육체제수립을위한사회적교육위원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그리고 유성엽 교육문화위원장 공동주최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육부 폐지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토론회'가 열려, 구체적인 해법 모색과 대안 마련에 나섰다.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문제 해결의 지름길이자 교육계가 가장 바라는 1순위 공약

교육부를 폐지(또는 축소)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자는 것은 정치논리, 시장논리 등을 배제하고 교육논리를 작동시켜 헌법 정신에 걸맞게 교육자치를 꽃 피워 교육다운 교육을 해보자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산적한 교육문제 해결의 지름길로 교육계가 가장 바라는 1순위 공약이다. 그래서 국가교육위원회는 늘 뜨거운 대선 의제였다. 그러나 막상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후보와 정당의 경우 국가교육위원회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이번에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그러자 교육계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교육혁신의 필수 과제이기에,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며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특정정당 출신의 대통령이 교육부 장관을 임명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위헌은 아니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연 뒤,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뒤바뀌던 기존의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구시대와 단절하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대한민국에 필요한 교육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문위원장으로 새 정부와 함께 이제는 시도가 아니라 (국가교육위원회 법률안) 완결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창익 사회적교육위원회 공동대표(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는 “해체는 새로운 구조를 요구한다. ‘국가교육위원회’라는 새로운 틀은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며 “새로 태어날 국가교육위원회는 민주와 평등의 가치가 교육적 내재율로 승화되고 재구조화되는 틀이면 좋겠고, 독점과 전횡이 사라지고 견제와 비판의 원리가 건실하게 작동되는 구조이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정연순 민변 회장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는 지식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는 것조차 힘든 일임에도, 그간 교육부는 자신의 임무를 방기하고 관료적인 행태와 온갖 직권남용적 조치로 뜻있는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아 왔다”며 교육부의 퇴행적, 반교육적인 행태를 비판했다.

▲ 두 명이 발제를 했고 6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 김형태

철저한 준비와 혁신의지 없으면, 자칫 죽 쒀서 개주는 격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임재홍 방통대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하나 만들어졌다고 모든 교육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철저한 준비와 개혁의지 없이는 자칫 죽도 밥도 안 되고 죽 쒀서 개주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에서 타협을 통해 법률이 만들어지면 아마도 대립되는 두 세력이 반반씩 위원을 구성하게 될 것이고,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떤 개혁적 조치도 어렵고, 오히려 현상이 유지되는 상황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독점해 왔던 교육정책 결정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교육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신장시키는 역할이 중요하다”며 “교육의 자치역량을 갖춘 시민사회가 그 전제”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과 교육주체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선행작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교육부 소속 3실(기획조정실, 대학정책실, 학교정책실) 중 2실을 폐실하여 교육부 폐지의 효과를 내도록 하고, 준비 단계로서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 ‘미래사회를 대비한 국가교육회의’와 같은 협의체를 설치하고 교육혁신안을 마련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송병춘 변호사는 “그동안 우리는 초당적 합의를 해본 역사가 없다. 그러나 이를 뛰어넘자”고 강조한 뒤, “진보 보수 반반씩 타협, 절충해서는 아무런 성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국가교육위원회의 첫 번째 과제는 교육부를 해체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실 새 정부는 현재와 같이 국회를 4당이 분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개혁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고, 또한 어느 당 후보가 당선되든 대통령이 소속 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송 변호사는 “대통령은 국회와 협치를 해야 하며, 개혁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파와 권력을 나누고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교육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개혁을 위한 대통령과 국회의 협치기구이자 여러 정파가 함께 참여하는 초당적 행정기관(=연합정부)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열띤 토론회 © 김형태

국가교육위원회, 대선 직후 최우선적인 의제로 다뤄야

토론자로 나선 김혁동 경기도교육연수원 연구위원은 “국가교육위원회는 정치권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여·야 국회합의를 통한 위원장 추대 및 위원회 구성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입을 뗀 뒤, “실무진은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원들이 일정기간 근무하도록 하여 현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권초기 골든타임이 지나버리면 정책 추진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국가교육위원회는 대선 직후에 바로 출범될 수 있도록 교육의제 중 최우선적인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교육위원장으로 내정된 사람이 구성원들을 미리 선정한 뒤 시작과 동시에 TF를 가동해야, 현안과제인 교육 불평등, 대학서열화, 입시위주의 교육정책, 일반고 슬럼화, 누리과정 예산, 소규모 학급 통·폐합, 국정교과서 등 산적한 교육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연 상지대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도 다른 위원들처럼 똑같은 지위를 부여해야지, 위원장에게 절대적 권한을 주면 안되고 임기도 대통령 임기보다 길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박거용 상명대 교수(학술단체협의회 대표)는 “‘국가교육위원회’라는 명칭은 권위적인 느낌이 들기에, ‘미래교육위원회’, 또는 ‘21세기 위원회’ 등으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또한 “현재 임의기구로 되어 있는 ‘교사회, 교수회, 학생회, 직원회’의 법적 기구화가 차기정부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최민선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은 위원 구성방식에 대해 “대통령 및 국회와 함께 교육감협의체,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학생단체, 고등교육단체 등에도 추천권을 부여해 교육적 전문성을 고려하여 위원장 및 위원을 구성하되, 교육전문성에 대해서는 자격기준을 명시하도록 하자”고 제안했고, 최창의 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전 경기 교육의원)은 “1단계(취임∼2개월)로 ‘교육개혁추진단’을 구성해, 교육부의 권한 축소 및 해체 수준의 조직 재정비, 행정 혁신 추진 등을 진행하고, 2단계(취임∼3개월)로 각종 제도 개혁, 적폐 청산에 나서고, 3단계(3개월 이후)에서는 국가교육위원회 구성 및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하는 등 단계별 작업 진행”을 제안했다.

정재룡 교문위 수석전문위원은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는 이번뿐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도 여러 후보의 공약에 포함되어 있었던 만큼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했고, 다만 “교육부 폐지 및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단순한 조직구성 변경을 넘어 교육과 관련된 관료제적 통제방식을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협력적 거버넌스로 전환하려는 시도”이기에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현행 교육부를 대체할 기구가 필요하다며 국가 교육의제를 마련하고 교육개혁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자치와 분권의 시대로 중앙정부의 획일적 교육정책은 교육의 지역적 특색과 다양성을 외면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권한과 조직을 과감히 개혁하고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은 시도교육청 교육감에 위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가교육위 관련 토론회는 이미 여러차레 열렸다. 지난 2015년에 열린 국회토론회 사진 © 김형태

촛불정신으로 ‘행복한 교육혁명’ 이뤄내야

토론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과 교육전문가들은 ‘곧 촛불의, 촛불에 의한, 촛불을 위한 정부’가 태어날 것인데, 그런 촛불 정부가 현 교육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어불성설이라며, 촛불의 힘으로 출범하는 새정부라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록 초당적 합의나 절충이 쉽지는 않겠지만, 핀란드가 교육혁신에 성공했던 것처럼 정치논리, 진영논리 등을 배제하고 학생을 중심으로 두고 교육논리를 작동시켜 작은 이질성이 아닌 큰 동질성을 중심으로 논의를 확장시켜 간다면 양분화된 교육 현실과 각각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교육문제는 워낙 복잡하게 얽히고설키어 단번에 풀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면 된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도 교육정책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교육부 관료들에게 많이 의존했기에 교육논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뚜렷한 교육개혁을 이뤄내지 못했다. 아직도 우리 교육은 여전히 김영삼 정부시절 만든 ‘5.31교육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을 잡는 사람이 대권을 잡는다’는 말처럼, 국민들은 이제 교육혁신을 성공시킬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목마르게, 정말 애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제라도 대선후보들은 ‘행복한 교육혁명’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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