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봄은 우리의 삶과 일터의 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 10대 요구 발표

행진에 나서는 노동자들과 시민사회 / 사진 박성식

 

장시간노동과 최저임금으로 고달픈 헬조선의 노동, 해고와 죽음이 반복되는 일터는 바뀌지 않았다며 오늘(22일) 서울 대학로에 약 2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회운동단체 성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촛불의 힘으로 만든 조기대선의 후보들은 노동자 서민의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우리 일터 ‘새로고침’ 대행진>에 나섰다.

 

오늘 대행진에는 자동차, 배, 철강을 만드는 비정규직노동자와 전자제품을 고치고 인터넷을 설치하는 노동자 등 제조업 분야 노동자들이 주로 모였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서울과 울산에서 광고탑과 고가다리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며 노동악법 철폐와 대량해고 중단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들은 노동자 서민들의 삶과 일터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권력을 잡는 것에만 혈안”이라고 노동자들은 비판했다.

 

<우리 일터 ‘새로고침’ 대행진>은 혜화동 대학로에서 시작돼 종로를 거쳐 광화문까지 2시간가량 이어졌고, 종로 보신각에서 별도로 이뤄진 ‘청소노동자대행진’과 광화문광장에서 합류해 촛불문화제로 함께했다. <우리 일터 ‘새로고침’ 대행진>의 행진 선두에는 간접고용으로 인해 사장을 사장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노동권을 박탈당한 비정규직을 상징한 ‘드라이버를 든 홍길동’ 조형물이 앞장섰다.

 

- 총 3부 대행진 ... 추모의 길, 비정규직 철폐의 길, 투쟁의 길

행진은 총 3부의 구간으로 구성돼 3가지 주제를 각각 다뤘다. 1부 ‘추모의 길(대학로에서 종묘 구간)’은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목숨을 잃은 3명의 청년 노동자(‘혼술남녀’의 이한빛 피디, 편의점CU 알바노동자, LG유플러스 콜센터 실습노동자)를 추모하는 길이다. 이곳에서 추모발언에 나선 백종현 청소년유니온 위원장은 “대기업들은 청년들의 억울한 죽음에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고 있다”고 고발했으며, 죽음의 일터라고 불리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도 발언에 나서 빈번한 산재사망과 또 다른 죽음, 구조조정 해고에 대해 규탄했다.

 

2부 행진구간은 ‘비정규직 철폐의 길(종묘→교보문고)’로서, 노동자들은 2018년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불법파견 사내하청 정규직화,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이곳에서는 시민사회운동 참가들도 발언에 나섰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정치의 봄은 우리의 삶과 일터의 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상시-지속적 업무에는 사내하청,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부 교보문고에서 광화문 행진구간은 ‘투쟁의 길’이다. 이곳에서는 광화문 광고탑과 울산 고가다리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요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발언에 나선 차헌호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은 1천만 비정규직 시대, 사회에 나온 청년들에게 실업과 나쁜 일자리밖에 줄 수 없는 세상을 개탄하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첫 번째 공약은 나쁜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11일 울산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고가도로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으며, 이어 14일부터는 동양시멘트, 현대차, 아사히글라스, 콜트콜텍, 세종호텔,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등 노동자 6명이 광화문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오늘 <우리 일터 ‘새로고침’ 대행진>에 나선 비정규직노동자들은 ‘평등한 사회를 향한 촛불을 들자’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비정규직 10대 요구’도 밝혔다. ①상시-지속적 업무에 사내하청,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사용 전면 금지 ②2018년부터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③불법파견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사내하청 제도 폐지 ④파견법, 기간제법 폐지 ⑤정리해고제 폐지, 해고노동자 원직복직 ⑥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폐지 ⑦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노조법 2조 개정 ⑧정부가 체불임금 우선 해결 ⑨사회보험 적용 전면 확대, 5인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⑩원청사업주가 공동사용자로 교섭 참여 등이 10대 요구다.

 

이러한 요구의 실현과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 오늘 <우리 일터 ‘새로고침’ 대행진>에 앞서서는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있었으며, 행진 이후에는 청소노동자대행진과 합류해 촛불문화제를 이어갔다.

행진에 앞세운' 드라이버를 든 홍길동' 조형물, 사장을 사장이라 부르지 못하는 간접고용 현실을 상징 / 사진 박성식

 

종로를 지나는 비정규직노동자들 / 사진 박성식

 

행진 차량에서 발언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 / 사진 박성식

 

행진에 참가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 사진 박성식

 

행진 중 잠시 쉬는 조선소 비정규직노동자 / 사진 박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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