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형 현장실습 중단 촉구 교사 선언 참여 이유 들어보니

“전자과 3학년 담임을 했다. 전공 관련 업체로 현장 실습을 나간 아이가 한 달 내내 일했는데 70만원도 못 받았다며 100만원이 넘는 급여를 주는 휴대폰 판매 업체로 가겠다고 했을 때 잡지 못했다. 3학년 2학기가 되면 많게는 70%가 넘는 아이들이 현장실습을 나가지만 전공 관련, 파견 업체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해 주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조건이 좋지 않은데 진짜 갈 거야?’라는 말로 아이를 눌러앉게 하지도 못했다. 현장실습 비율(취업률)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을 내보내야 하니까. 고민은 많았지만 아픔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도 하지 못했다. 업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 이야기를 들으며 서명에 참여했다.”

전교조가 오는 27일까지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즉각 중단 △특성화고 교육과정 정상화 △직업교육훈련촉진법 폐지를 촉구하는 특성화고 교사 선언을 진행한다. 선언에 참여한 권도형 경기 운정고 교사는 6년 전 기억을 끄집어냈다.

▲ 지난 22일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원 행진에 참여한 대책회의     © 전교조

“9월부터 현장실습을 가기 위해 학교는 7~8월 방과후에 3시간 정도 교과 시간을 별도 편성해 수업했다. 이수 단위는 채워야하니까 파행 사례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현장실습 갔다가도 겨울방학 즈음이면 그만두는 친구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 혹은 계속 일을 해야만 하는 아이들은 남는다. 그런 아이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생각을 하면……”
권 교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학교는 시도교육청은 물론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등에서 진행하는 특성화고 관련 사업을 따내지 않으면 예산이 부족하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강사를 부르려면 사업을 따내야한다. 그러려면 실적을 쌓아야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인정하지 않지만 높은 취업률은 정부의 목적사업을 지원받는데 유리하다. 전공과 관련 없는 알바 수준 업종 회사에 아이를 보내도 취업률을 올릴 수 있으니 뿌리치기 어렵다.”

김경현 김포제일공업고 교사도 이번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학교가 학생들을 숫자로만 보는 현장실습이 아닌 양질의 취업을 고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취업률을 높이고 사업을 따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아이들을 밖으로 돌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을 양질의 업체에 현장실습 보내려면 취업처를 발굴해야 한다. 하지만 교사가 학교 업무, 아이들 수업, 학급 담임 역할을 하고 취업을 나간 2~30명 아이들의 추수지도까지 하면서 취업처 발굴까지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업체는 학생을 배려하기 보다는 온전한 ‘직원’ 역할을 기대한다. 현장실습 협약서를 쓰지만 2·3 교대 근무, 야간 근무가 많은 회사에서 하루 8시간 근무 조건은 지켜지지 않는다.”

김 교사는 “각 학과의 취업률을 전지에 출력해 교무실에 붙여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학교, 관할 지역 학교의 취업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도교육청의 취업지원센터가 존재하는 한 양질의, 학생을 중심에 둔 파견형 현장실습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특성화고 교사 선언을 통해 “취업률로 시도교육청과 특성화고를 줄 세우고 있는 교육부는 비극적 사고의 원인 제공자다. 값싼 저임금 노동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을 내몰아야 하는 현장의 우리 교사들은 침묵의 공범자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대안적 직업교육 계획을 수립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성화고 교사 선언은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며 특성화고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모두 참여할 수 있다(https://goo.gl/forms/VEJhWJ1OnaGddwh72).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