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동자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 사연 두 번째

서비스연맹 방과후강사노조 박지은 서울지부장이 '특수고용노동자 라이브 방송 '사장님 줄게, 노동자 다오!'에 출연해 김경희 위원장의 사연글을 대신 낭독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방과 후 강사 일을 시작한지 12년이 됐습니다. 12시 정도에 출근해서 수업하고 집에 오면 5시 정도 되는 일이라 아이를 키우면서하기에 딱 좋은 직업이라 생각했습니다. 첫 근무학교는 큰 아이가 다니던 학교이었는데 1년 수업을 하고 다음 해에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그때부터 고용 불안이라는 고난의 길이 시작됐습니다.

논술을 가르쳤지만, 국어 전공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 다음 해에는 서류를 50여 학교에 넣으면 겨우 서너 군데에서 면접을 보러오라고 했고, 어렵게 학교 한 곳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방과 후 강사들은 12월을 가장 싫어합니다. 모집 공고가 뜨고 각종 서류를 준비하고, 한 곳에 최소 5가지 정도 제출합니다. 저는 2개월 만에 해고당한 곳도 있고 3개월짜리 계약서를 쓰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올해 저는 7년 동안 수업했던 학교에서 재계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면접 탈락했다고 알려주지도 않고, 그냥 강사가 알아서 짐 챙겨서 학교를 나와야 합니다. 아무도 수고했다고, 인사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마 짐승도 7년 만에 집을 떠나면 섭섭할 텐데... 그 학교 떠나던 날 용기를 내어 단체 카톡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안녕하세요? ♡♡초 강사님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이번 면접에서 저를 포함해서 5분이 탈락했어요.

7년간 몸 담았던 학교라서 아쉬움이 많네요.

우리 직업이 이처럼 7년을 일해도 번번이 동료들과 인사도 못 하고 떠나는 직업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가 마지막 수업인데 어제 발표가 나서 샘들과 인사할 여유도 없어서 이렇게 단톡으로 전합니다. 그동안 선생님들 감사했어요.

특히 늘 웃으며 우리 일을 도와주시던 코디샘의 따뜻한 맘 잊지 않을게요,

그리고 강사들 입장에서 배려해 주신 부장샘도 고맙습니다.

인사도 못하고 그냥 떠나면 정말 우리 직업이 뜨내기 같이 존재감 없는 비정규직으로 느껴질 것 같아 이렇게 글로써 마음을 전합니다.

다들 각자의 학교에서 긍지와 보람을 잃지 말고 일하시기를 소망합니다.

저도 더 나은 방과 후 강사들의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방과 후 강사들은 이런 고용불안 뿐 아니라 학교에 가면 마땅히 쉴 곳도 없습니다. 교실이 빌 때까지 복도에서 유령처럼 서성거려야 합니다. 제가 지금 나가고 있는 김포의 학교는 쓰레기봉투나 보드마커도 강사가 직접 구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김포종량제 봉투가 없어서 쓰레기를 차에 갖고 와서 일산 집에서 버립니다.

강사들은 임신을 할 엄두도 못 냅니다. 바로 해고되기 때문이지요. 엘리베이터를 사용 못 하게 하는 학교도 많아서 요리나 바둑, 도자기처럼 짐이 무거운 강사들은 고층에서 수업할 경우 너무 힘듭니다. 무엇보다 몇 년 전부터 민간위탁이라는 괴물이 들어와서 강사들을 힘들게 합니다. 강사들 수수료에서 30~40퍼센트를 떼어가더니 올해는 그나마 20퍼센트를 유지하기는 하지만 업체는 교구나 교재에서 돈을 남기기 위해 질이 낮은 교재와 교구를 사용하도록 강요합니다. 학생들이 내는 수업료는 20년째 변하지 않고 그 자리. 오히려 위탁에서 수수료를 떼는 바람에 강사들은 투잡이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방과 후 강사들이 겪는 어려움도 너무도 많지만 이 정도에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방과 후 강사들의 고용안정과 진정한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우리는 ‘방과후강사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이제 그 첫발을 뗀지 몇 달이 되었습니다. 전국의 13만 강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대한민국의 방과 후 교육을 이끌어 가는 자랑스러운 노동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6월 11일 mbc에서 저녁 11시 15분에 우리 방과 후 강사들의 이야기가 방송되니 시청해주십시오.

 

2017년 6월 9일 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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